[시사텔링] 극적 배터리 합의 ‘端初’는 SK發 불법 취업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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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텔링] 극적 배터리 합의 ‘端初’는 SK發 불법 취업 논란?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04.21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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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분쟁 합의를 이룬지 어느덧 열흘이 지났지만,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났던 양사가 어떻게 극적으로 손잡을 수 있게 됐는지 그 배경을 두고 호사가들의 관심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우리나라 정부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보이지 않는 압박, 소송 장기화 시 감수해야 할 피해와 리스크,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 악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LG와 SK가 전격적으로 합의한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루는데요. 일각에서는 양사 간 배터리 합의를 성사시킨 핵심 배경에 SK발(發) 건설현장 노동자 불법 취업 논란이 깔려있다는 견해도 제기됩니다. 여기엔 SK건설도 밀접하게 연관됐다는 말도 함께 들립니다.

지난해 5월 SK이노베이션의 미국 현지 자회사인 SKBA(SK Battery America, SK배터리아메리카)는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 투입하기 위한 한국인 노동자 33명을 애틀랜타 하츠필드 잭슨 공항으로 입국시키려다 미리 신고를 받고 공항에서 대기 중이던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 일종의 국경경찰)에 적발되는 사건에 휘말렸습니다. 이들은 허위 고용증명서를 갖고 해당 현장에 불법 취업하려다 모두 추방을 당했다고 하죠.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 측은 "적발된 한국인 노동자들은 당사가 아닌 계약업체, 협력업체에서 고용한 것이며, SKBA가 해당 업체에 미국 고용 규정을 따라야 한다는 지침을 전달했다. 업체들이 관련 법률을 준수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겠다. 매일 출입하는 모든 근로자의 신분 상태를 확인해 현지 취업에 적법한 인력만 현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강화된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위 사항을 위반하는 협력업체에는 계약 해지 등 엄중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며 "한국인 노동자는 공장 건설에 투입되는 전문 인력으로, 공장 운영은 현지 인력이 담당한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논란은 식지 않았습니다. 당시 미국은 대선정국으로 불법 취업 문제는 굉장히 민감한 사안이었기 때문입니다. '친SK'로 분류됐던 공화당 더그 콜린스 조지아주 미국 하원의원이 당국에 강도 높은 수사를 요청하며 SK를 저격할 정도였습니다. 그는 "조지아주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들이 불법으로 일한다는 유권자의 연락을 받았다"며 "이런 행위가 사실이라면 많은 미국 근로자에게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불법 취업이므로 중단돼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콜린스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했던 인사로, 정치적 입지상 당연히 불법 취업 문제에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었죠. 조지아주 현지 노동조합도 "SK에게 속았다.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싶은 미국인 500명을 대신해 한국인들이 일하고 있다"고 날이 선 발언을 했다고 합니다.

결국 그해 9월 21일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24년 조지아주에서만 2600개 가량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현지 여론 달래기에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불과 이틀 뒤인 같은 달 23일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이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 13명을 비자 면제프로그램 전자여행 허가제(ESTA)에 따른 입국 요건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연행했다가 풀어주는 일이 또 터졌고, 약 1달여 뒤인 지난해 11월 4일에는 현장에서 노동자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복수의 현지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당시 SK를 향한 현지 여론은 그야말로 부정일색, 악화일로였고, 이는 미국 당국에게 있어 SK이노베이션에 합의를 종용하는 결정적인 명분으로 작용했다고 합니다.

미국 상원에 공개된 SK이노베이션의 2021년 1분기 미국 현지 로비 내역. LG에너지솔루션에 비해 로비에 투입된 자금 규모가 크다 ⓒ 시사오늘
미국 상원에 공개된 SK이노베이션의 2021년 1분기 미국 현지 로비 내역. LG에너지솔루션에 비해 로비에 투입된 자금 규모가 크다 ⓒ 시사오늘

실제로 미국 한인사회 시사주간지인 〈선데이저널〉은 지난 15일 낸 '전기배터리 3년 사투 LG-SK 2조 원 전격 합의한 쓰라린 속사정'이라는 기사에서 "SK의 건설인력 불법입국이 (합의의) 결정적 단서"라며 "SK공장 불법 취업 논란이 일자 콜린스 의원은 연방이민국에 철저한 조사를 요청했고, LG는 이를 놓치지 않고 국제무역위원회에 콜린스 의원의 서한을 증거로 제출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인한 SK이노베이션의 처지는 통계에서도 엿보입니다. 미국 상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2020년 4분기 미국 상원과 하원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65만 달러(약 7억2500만 원), 2021년 1분기에는 미국 상하원과 백악관 등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157만 달러(약 17억5500만 원) 규모 로비를 펼쳤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LG화학 포함)이 미국 당국 관계자들에게 로비를 펼치기 위해 쓴 자금은 총 57만 달러(2020년 4분기+2021년 1분기, 약 6억3500만 원)에 그쳤습니다.

이밖에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양사 배터리 분쟁 합의에 대해 "미국 '노동자'와 자동차 산업의 승리다. 대선 공약인 '더 나은 재건'의 핵심은 미래 전기차와 배터리를 미국 전역에서 미국 '노동자'들이 만드는 것"라고 평가한 점도 이 같은 분석에 설득력을 더하는 대목으로 풀이되며,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배터리 분쟁을 마친 후 미국 조지아주 잭슨 카운티에 있는 배터리 공장을 방문해 "일자리 창출로 보답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긴 부분도 눈에 띕니다.

지난해 12월 한 제보자로부터 받은 이메일. 그는 SK발(發) 한국인 불법 취업 논란의 중심에 SK건설이 있다고 제보했다 ⓒ 시사오늘
지난해 12월 한 제보자로부터 받은 이메일. 그는 SK발(發) 한국인 불법 취업 논란의 중심에 SK건설이 있다고 제보했다 ⓒ 시사오늘

그렇다면 이게 대체 SK건설과는 무슨 연관이 있는 걸까요. 한국인 노동자들의 불법 취업 사건의 배경에 SK건설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증언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연말 본지는 자신을 미국 조지아주에 거주하는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밝힌 한 제보자로부터 메일을 받았습니다. 그는 "SK이노베이션과 SK건설은 불법 취업 사건이 현지 법인에서 발생하는 일로 자신들과 상관이 없다고 하지만, SKBA 건설현장은 SK이노베이션과 SK건설 직원들이 상주하며 현지 업체 관리와 작업 지시 등을 하는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다. 직원들 대다수는 SK건설 소속 인원"이라며 "SK이노베이션과 SK건설 사람들은 다음 공장 공사 하도급계약을 빌미로 삼아 불법 취업 문제에 대한 모든 책임을 현지 회사(계약업체, 하청업체)에 전가하고 있다. 계약 때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던 합법적 노동자 사용을 하청업체에 아무 보전 없이 강요하고 있다. 자신들도 지키지 못하면서 왜 전원 합법 인원 고용을 강요하는지 모를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SK이노베이션과 SK건설 직원 중 일부는 ESTA로 비자 없이 불법 업무를 하고 있고, 이민국 단속 등 현지에서 문제가 생기면 거주하는 호텔 등 숙박시설로 숨는다. 대부분 스와니(미국 조지아주 귀넷 카운티 내 한인 밀집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몇몇은 코로나19 감염 의심을 받기도 했지만 불법 ESTA로 업무 중이기 때문에 아무 조치도 받을 수 없었다"며 "SK는 앞으로 조지아주에 많은 투자와 고용을 할 테니 눈감아 달라고 하고 있지만 과거 현대차, 기아차, 만도, 금호 등 유수의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지을 때는 일어나지 않았던 이런 불법 취업문제를 일으켜 현지 한국인 커뮤니티가 민망한 실정이다. 지금도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 앞에는 SK를 규탄하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는 미국인 노조원들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해당 메일을 받았을 당시 기자는 사실관계를 확인코자 SKBA에 연락을 취했으나 "다수의 SK건설 소속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는 대답 외에 유의미한 답변은 받지 못했고, 한 현지 미국인 노조원의 연락처를 구해 전화·문자 등을 시도했지만 그 역시 한국인 불법 취업 이슈에 대한 불만들을 쏟아냈을 뿐 사실관계를 명확히 할 수 있는 실마리는 언급하지 않더군요. 더욱이 메일을 받았던 지난해 연말은 배터리 분쟁이 첨예했던 시기인 만큼, 불확실한 제보만으로 민감한 보도를 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는 판단 하에 기사화를 포기했죠. 하지만 이제 양사 간 극적인 배터리 합의가 이뤄졌고 그 합의 배경을 두고 여러 가지 분석과 추측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니, 이런 '뒷얘기'도 존재함을 독자들에게 소개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이에 대해 SK건설 측은 "불법 취업 사안의 핵심은 발주처인 SKBA와 근로자 간 계약관계였고, 불법 입국한 근로자들도 SK건설 인력이 아니라 발주처인 SKBA가 계약한 인원이었다. 또한 논란이 불거진 현장은 SK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는 2공장이 아니라 단순 컨설팅 용역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1공장"이라며 "더욱이 1공장에서 SK건설이 수행하는 테크니컬 서비스와 슈퍼 비전 등 컨설팅 용역은 ESTA로도 수행 가능한 업무다. SK건설이 아닌 SKBA의 문제"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럼에도 앞서 거론한 '뒷얘기'처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합의가 성사되는 데에 SK건설이 일조한 게 사실이라면, SK건설은 그 공에 걸맞은 포상을 이미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시공을 맡고 있는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의 리스크가 양사 합의로 모두 해소됐기 때문입니다. 해당 공사는 약 8000억 원 규모, 지난해 SK건설이 이 현장을 통해 올린 수익은 216억4053만 원에 이릅니다. SK건설은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의 성공적인 준공(오는 2022년 상반기 예정)을 발판으로 삼아 향후 국내외 시장에서 관련 사업 수주활동을 활발하게 펼칠 전망입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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