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칼럼] 기후위기 시대의 기상・기후 정보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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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칼럼] 기후위기 시대의 기상・기후 정보 활용
  • 김형진 APEC기후센터 예측기술과장
  • 승인 2021.04.2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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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형진 APEC기후센터 예측기술과장)

최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50% 더 높아

영국 기상청의 분석에 따르면 하와이 마우나로아 지구대기감시소에서 측정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CO2) 농도가 2021년 2월과 3월 중 며칠 동안 417ppm을 넘어섰다. 산업화 이전인 1750~1800년 동안 대기의 지구 평균 CO2 농도는 약 278ppm 이었다. 최근 대기 중 CO2 농도가 산업 혁명을 거치며 화석연료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여 50% 더 높은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그림1 참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CO2 농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기 중의 CO2 농도는 1986년을 기점으로 산업화 이전 대비 25% 증가했다. 25%가 늘어나는데 대략 200년이 소요된 셈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25년 후인 2011년에는 40%에 도달했고, 이후 불과 10년 사이에 50% 초과를 목전에 두고 있다.

ⓒ영국기상청
그림1, 1700-2021년 전지구 대기중 CO2 농도. ⓒ영국기상청

인위적 요인에 의해 온난화의 가속으로 이상기후 빈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2013년 발간한 제5차 평가 보고서에서 1950년 이후 발생한 온난화는 인간 활동이 원인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결론지었다. 인간이 사용하는 화석연료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대기로 배출된 CO2의 온실 효과에 의해 최근 수십 년 동안 지구가 따뜻해졌다는 설명이다.

이를 조금 전문적으로 표현하면 인위적 요인에 의해 ‘기온이라는 기후변수가 수십 년 또는 그 보다 긴 기간 동안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상승(변화)하였다’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현상이 바로 기후변화다. 기후변수는 다양한 시간 규모에서 대기, 해양, 식생, 빙권 등과 같은 기후요소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기후 평균값(예를 들어 30년 평균값)에서 변동하는 특성이 있는데, 이를 기후변동이라고 한다. 기후변동은 정상적인 조건에서도 발생하지만 기후변화에 의해 특정한 지역이나 시기에 더욱 급격한 변동성을 보일 수 있고, 이러한 급격한 기후변동이 결국 이상기후의 발생을 초래한다. 

그렇다면 지구는, 그리고 우리나라는 얼마나 따뜻해졌을까? 환경부와 기상청이 공동으로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는 전지구 평균 지표온도가 1880~2012년 동안 0.85℃ 상승했고, 우리나라는 1912~2017년 동안 약 1.8℃ 상승하여 전지구 추세를 상회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기상청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온 상승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는데, 1981-2020년 동안 전국 평균기온은 매 10년마다 0.3℃씩 증가했다.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가 상당하니 지역이나 시기에 따라 기후변동이 심화되어 이상 기후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IPCC는 2018년에 펴낸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통해 전지구 평균온도가 0.5℃ 상승하면 지역에 따라 극한 기상 현상의 변화가 탐지될 수 있다고 진단하였다.

IPCC 특별보고서의 이러한 진단은 전 세계적으로 빈발하는 이상기후를 통해 실감할 수 있다.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에 대해 기온 위주로 조금 더 알아보면, 2020년 여름에 러시아 시베리아에서는 최고기온이 38℃에 달해 1885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고, 북유럽의 노르웨이와 일본 시즈오카 현에서는 최고기온이 40℃를 상회했다. 또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 사막의 최고기온은 107년 만에 3일 동안 54.4℃를 기록했다. 지난 겨울에는 중국 베이징의 최저기온이 –19.6℃로 1969년 이후 가장 낮았으며, 스페인 북동부에서도 관측 이래 가장 낮은 –34.1℃까지 떨어졌다. 열사의 나라로 알려진 사우디아라비아는 남서부 지역에서 50년 만에 기온이 영하 2℃로 내려갔다. 미국 텍사스주에서는 1989년 이래 가장 낮은 최저기온인 –22~-18℃를 기록하였는데, 그 여파로 전력 수급에 차질이 생겨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의 가동이 중단됐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 해 여름의 기후변동과 그로 인한 이상기후를 살펴보면, 6월에는 폭염이 한 달간 지속되면서 전국 평균기온이 1973년 이후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7월은 1973년 이후 가장 긴 장마로 인해 역대 5위로 서늘했다. 장마가 끝난 8월은 다시 기온이 크게 상승하여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졌다(그림2 참조). 겨울에는 강추위와 고온 현상이 번갈아 나타나며 기온 변동폭이 1973년 이후 두 번째로 컸다. 특히 1월 7~10일은 4일 연속 일 최저기온이 역대 가장 낮았고, 21~25일은 5일 연속 일 최고기온이 역대 가장 높았다(그림3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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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8월 전국 평균기온의 일변화 시계열. ©기상청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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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2021년 2월 전국 평균기온 일변화 시계열. ©기상청 보도자료.

기상·기후정보의 사회경제적 가치

기후변화와 기후변동의 심화로 이상기상・기후 현상이 빈발하면서 이로 인한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유엔 산하 재해경감전략기구는 최근 20년간(1998∼2017) 발생한 전 세계 기후 관련 재해의 피해 규모가 그 전 20년(1978∼1997)의 2배를 넘는 2조2천500억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20년간 발생한 재해 중에서 기상・기후 관련 재해의 발생 빈도는 91%, 홍수 발생 빈도는 43%에 달하며, 미국과 중국, 일본, 인도 등 경제 규모가 큰 국가들에 심각한 피해를 준 것으로 분석하였다. 우리나라도 최근 10년간(2010-2019) 이상기후로 인한 농업 및 임업 분야 피해 증가, 고수온에 의한 어업 생산량 감소. 이상 고온에 의한 생태계 변화, 폭염과 가뭄으로 인한 대기질 악화, 폭염에 의한 온열질환 증가 등이 나타나고 있다.

이상기상・기후에 의한 피해와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가 급증함에 따라 공공재적 자원으로서 기상・기후정보의 가치가 평가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는 전세계 기상수문부서의 경제성을 평가한 보고서(Valuing Weather and Climate: Economic Assessment of Meteorological and Hydrological Services, 2015)에서 개발도상국에서 국가 기상수문부서의 역량 개선에 의한 자연재해 손실 감소의 편익율을 4-36배로, 선진국인 미국에서 국가 기상수문부서의 예보 개선에 따른 가계 편익율을 최소 4배로 추산하였다. 선진국과 개도국을 막론하고 투자 대비 4배 이상의 효용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조금 더 세분하여 산업 분야별로 살펴보면, 미국 해양대기청은 자체 평가보고서(NOAA’s Contribution to the Economy, 2018)를 통해 해양대기청의 미국 산업에 대한 기여도를 수송 및 물류 4.조6000억 달러, 어업 600억 달러, 관광 1100억 달러, 보험 및 재보험 1조5000억 달러, 농업 3억 달러, 전력 1조 달러, 건설 8260억 달러로 평가하였다. 또한 기상・기후정보 생산의 기초로 활용하는 관측자료의 효용가치도 상당한데, 세계은행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The Value of Surface-based Meteorological Observation Data, 2021)는 지상 관측자료의 수집과 국가 간 교환 체계의 개선을 통해 50억 달러 이상의 편익이 발생한다고 추정하였다. 

한편 민간 기업에서도 기상・기후정보를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중요한 요인으로 인식하고 기업경영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추세이다. 이미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날씨를 유가나 환율과 같은 중요한 경영변수로 받아들여 생산, 기획, 마케팅, 영업 등 기업경영의 전 과정에 적용하여 이윤과 경영효율의 증진을 도모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상청 주관으로 기상정보를 활용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기상재해로부터 안전성을 획득한 기업을 선정하는 날씨경영 우수기업 선정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를 통해 날씨경영 우수기업으로 선정되면 기상 및 경영전문가의 컨설팅, 중소기업 대출금리 우대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기상・기후정보의 적극적 활용을 위한 공감대 조성 필요

우리 사회가 대처하기 매우 어려운 자연재해가 속출하는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전 세계적으로 재해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이는데 근간이 되는 기상・기후예측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구의 기상 현상을 더 잘 재현하는 수치예보 모델의 개발, 수치예보 모델의 구동을 위해 거대 연산을 빠르게 수행하는 고성능 컴퓨터의 개발, 그리고 고성능 컴퓨터를 통해 생산된 방대한 예측을 분석하여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기술의 개발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지금까지 기상·기후예측의 정확도는 꾸준히 향상되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가속화되는 기후변화와 심화되는 기후변동을 고려하면 예측 정확도가 짧은 시간에 획기적으로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 비해 더 빠르고 더 변덕스럽게 널뛰고 있는 목표물을 더 정확하게 맞히는 일은 결코 빠른 시일에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하늘만 원망하며 예측이 완벽하지 않다고 탓할 수만은 없다. 예측 정확도 못지않게 중요한 기상・기후예측의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기상・기후예측이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자의 의사 결정을 지원하기 위해 상당한 선행 시간을 두고 제공된다는 것이다.

완벽한 예측이 어렵다면, 그래서 기상・기후예측의 불확실성을 피할 수 없다면, 이와 같은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활용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인간이 현명해지는 것은 경험에 의한 것이 아니고 그 경험에 대처하는 능력 때문이라고 설파한 선현의 경구를 다시 새기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기상・기후정보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형진은...

연세대학교 대기과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대기과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하와이주립대 국제태평양연구소 박사후연구원, 일본 해양연구개발기구 특임연구원을 거치며 기후변화와 기후예측 관련 연구를 수행하였다. 2013년 APEC기후센터에 입사해 현재 예측기술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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