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포럼] 이택수 “여론조사 적중?…RDD·안심번호 도입 덕분”
[북악포럼] 이택수 “여론조사 적중?…RDD·안심번호 도입 덕분”
  • 조서영 기자
  • 승인 2021.04.28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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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177)〉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조서영 기자)

ⓒ시사오늘
코로나 여파로 참석 인원은 10명 이하로 제한됐다.ⓒ시사오늘

이번에도 여론조사가 옳았다. 2020년 제21대 총선에 이어, 4·7 재보궐선거 역시 여론조사 예측과 맞아 떨어졌다. 그중에서도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는 방송 3사보다도 더 적은 격차로 출구조사 결과를 예측했다.

리얼미터는 2005년 국내 최초로 주간 정치 정례조사를, 2009년엔 국내 최초로 일간 조사를 시작하며, 대표 여론조사 기관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이에 <시사오늘>은 4·7 보궐선거를 여론조사 관점의 분석과, 여론조사 정확성 향상의 원인을 알기 위해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를 찾았다. 이 대표는 27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포럼에서 ‘여론조사와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란 주제로 강연했다.

 

‘구도’에 의해 결정된 4·7 보궐선거


선거의 3대 요소는 인물, 구도, 정책이다. 이택수 대표는 지난 보궐선거를 “구도에 의해 결정 난 선거”라고 정의했다. 4명의 후보가 인물 경쟁한 선거도 아니었으며, 21분 컴팩트 도시·가덕도 등 정책이 주목받은 선거도 아니었다. 그러나 ‘국정안정론’ 대 ‘정권심판론’,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낙마에 따른 책임론 등이 주요 구도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선거 참패에는 예측할 수 있는 여러 신호가 있었다. 이 대표는 하나의 큰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29번의 작은 사고, 300번의 유사한 예고가 있다는 ‘하인리히 법칙(1:29:300)’을 꺼내들었다. 그러면서 여론조사의 세 가지 신호를 소개했다.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정당 지지도 △안정론 대 심판론 등이 그것이다.

“선거 직전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와 정당 지지도는 부산시장 선거 결과와 거의 비슷합니다. 이번에는 대통령 평가가 선거 직전 격동하지 않았는데, 이는 이번 선거의 구도가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됐기 때문입니다. 또한 민주당·열린민주당·시대전환의 합산 지지율은 35.7%인 반면, 국민의힘·국민의당·무당층 등 비(非)민주 계열이 62.3%로 선거 결과와 비슷한 추세였습니다. 안정론 대 심판론 구도 또한 대략 35대 55로, 선거 한 달 전부터 이런 경향성이 유지됐습니다.”

그렇다면 심판론 구도는 왜 형성된 것일까. 이 대표는 △단임 대통령제 집권 후반기 △책임론(부동산·방역 정책) △미래 권력 지형 변화 △북한 변수 △캠페인 전략 등 다섯 가지 근거를 통해 설명했다.

“대통령 집권 4년차 평균 30%, 5년차 20% 지지율로, 필연적으로 하락 추세를 보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현역 대통령에게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줄어들고, 이에 레임덕이 올 수밖에 없는 권력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역대 서울시장 선거를 살펴보면,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 평가가 높으면 여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해왔습니다. 이처럼 대통령 평가는 지방선거 승패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책임론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선거 직전 박원순 전 시장을 소환했던 것, 부동산 정책 실패와 LH 사태, 당·청 인사들의 임대료 논란, K-방역 후반전의 고전 및 확진자 증가, 백신 확보 난항 등이 매주 지지율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아울러 미래 권력 지형의 변화도 참패에 한몫을 했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임으로 대권 지지율 상승과 함께 정권심판론이 강화됐습니다. 민주당 패배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분노의 표심이, 미래 권력인 윤 전 총장을 구심점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북한이 선거 기간에 미사일을 발사하고, 하루 전 날 코로나로 도쿄올림픽 불참 결정을 한 것도 영향을 줬습니다. 한편 민주당 캠프의 네거티브 전략의 효과가 미미했습니다.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후보의 내곡동과 박형준 후보의 엘씨티는 주요 이슈 중 하위권에 머물렀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국민들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슈에 네거티브 전략을 펼쳐 효과가 미미했습니다.”

 

RDD·안심번호 도입이 높인 정확성


선거는 ‘여론조사의 무덤’이라 불리던 것도 옛날 일이 됐다. 2020년 제21대 총선을 시작으로 이번 보궐선거까지, 여론조사의 적중률이 점점 높아져왔다. 이택수 대표는 조사 방법에 따라 격차를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론조사 방법에는 크게 전화면접, 자동응답(ARS), 스마트폰앱으로 나뉩니다. 전화면접은 긴 문항이 가능해 심층 조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직접 말로 답변해야 하는 특성상 ‘샤이(shy) 민심’이 많이 잡힐 가능성이 있습니다. 옆에 누군가와 있는데 정치적 색채를 드러내기가 난감할 수 있기 때문이죠.

반면 자동응답의 경우 번호를 누르는 형태기 때문에, 비밀투표처럼 솔직한 답변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긴 문항이 나오면 끊어버리기 때문에, 짧고 간단한 질문만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전화면접이 자동응답보다 3배 더 비싸지만, 두 방법은 장·단점이 분명합니다.”

정확성은 무엇보다도 샘플링에 있었다. 즉, 어떤 표본을 대상으로 하느냐가 가장 중요했다. 우선 유선전화를 사용하는 국민은 전체 10%에 불과하다. 그 중에서도 전화번호부에 등재된 가구만을 대상으로 조사하다보니 선거 예측 실패가 잦았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2010년 이후 비등재 가구까지 포함하는 ‘RDD(임의전화걸기·Random Digit Dialing)’를 도입했다. 0000~9999까지의 무작위로 추출된 번호로 전화를 걸기 때문에, 비등재 가구까지 포함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유선전화의 비등재 가구 포함만으로는 부족했다. 유선전화 방식은 보수 성향 유권자의 응답 비중을 높게 반영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기관은 2018년 ‘안심번호’ 도입을 통해 또 한 번 정확도를 높일 수 있었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의석을 150석으로 예측했으나, 정작 민주당이 123대 122로 1석 더 많이 차지해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유선전화와 달리 휴대폰 번호에는 지역 정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2017년 대선처럼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무선전화 방식이 가능했으나, 총선에선 지역 구분이 불가능한 이 방식을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이후 2018년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안심번호를 받으면서 조사의 길이 열렸습니다. 이동통신 3사로부터 성·연령·지역 등에 따른 안심번호를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알뜰폰은 불가능합니다. 보통 어르신이 쓰는 알뜰폰과 유선전화 비율이 비슷하다고 전제하고, 유·무선 비율을 조정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이 대표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여론조사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블랙아웃 기간을 폐지하거나 1~2일 전으로 축소해야 합니다. 또한 출구조사 거리 제한도 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1996년 500m에서 시작해 2000년 300m, 2004년 100m, 2012년엔 50m까지 완화됐지만, 더 축소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여론조사 기관들의 새로운 시도를 막아선 안 됩니다. 과태료를 부당하게 부과하는 등의 선관위의 과도한 개입이 국민들의 알권리를 방해하고 있습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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