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조국을 위한 변명
[주간필담] 조국을 위한 변명
  • 조서영 기자
  • 승인 2021.05.01 1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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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 완수는 조국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조서영 기자)

ⓒ시사오늘 김유종
2019년 조국 대전과 2020년 추-윤 갈등을 거치면서, 검찰개혁의 본질은 어느새 지워졌다.ⓒ시사오늘 김유종

법무부 장관 조국도, 추미애도 물러났다. 검찰총장 윤석열 역시 사임했다. ‘검찰개혁’의 깃발 아래 가장 치열했던 세 사람이 모두 떠났다. 이들이 떠난 자리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이 남았다. 그러나 2019년 조국 대전과 2020년 추-윤 갈등을 거치면서, 검찰개혁의 본질은 지워졌다. 2021년, 당위성이 흐려진 개혁의 공허함만이 나뒹굴고 있다.

 

검찰개혁의 깃발 꽂은 조국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그 누구보다 많이 피력한 인물이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검찰개혁은 ‘막강하지만,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검찰 권력에 대한 지적은 노무현 정부를 시작으로, 2009년 그의 서거 이후 더 강해졌다. 그런 흐름 속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그 누구보다 많이 피력한 인물이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두 가지다. 쉽게 말해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나눠 갖겠다는 의미다. 공수처 설치를 통해 기소권을, 경찰에게 수사권을 각각 부여해 검찰과 경쟁 구도를 형성하는 방식이다. 방식에 대한 설명은 저서 <진보 집권 플랜>에서 잘 드러난다.

조 전 장관은 공수처에 대한 우려, ‘또 다른 권력 남용 기관’에 대해 반박했다. 그는 “공수처는 아주 단순화해 말하면 현재의 대검 중수부를 떼어내서 검찰 조직 바깥에 두는 것”이라며 “검찰 내부의 범죄는 공수처가 수사하고 기소하니까 검찰 내부의 비리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수처장을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그 사람을 대통령에게 임명하도록 하면 정치적 중립성 문제는 해결된다”며 “처장의 임기를 보장하되, 그 임기가 두 정권에 걸쳐 있도록 설계하는 방법도 있다(241~243쪽)”고 덧붙였다.

그는 검·경 수사권에 대한 우려, 경찰의 부패나 인권침해 문제를 인정했다. 그러나 이는 문제 있는 자를 처벌하는 방식으로 풀어야지, 그렇다고 검찰에 모든 권력을 몰아주는 방식을 고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도 받은 수사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내부 교육과 감찰을 철저히 할 것”이라며 “경찰에게 수사개시권을 주더라도 최종 단계에서는 공소의 책임자이자 법률가인 검사가 수사를 종결하게 되므로, 경찰의 권력 남용에 대한 통제 장치는 이미 마련돼 있다(245~246쪽)”고 분석했다.

그러나 검찰개혁의 정상에 깃발을 꽂은 그는 꿈을 뒤로해야 했다. 임명 35일 만의 일이었다. 법무부 장관에 대해 “분명한 비전과 확고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 적어도 대통령 임기의 절반을 대통령과 같이 가야 한다”던 그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가 떠난 자리에 꿈이 희미해진 두 법안만이 국회를 통과했다.

 

DJ·노무현은 좌절하지 않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DJ)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이들이 추구하던 가치는 지금도 우리 사회에 살아 숨 쉬고 있다.

평생 ‘빨갱이’ 딱지가 따라붙었던 DJ는 3전 4기 끝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가 꾸던 꿈은 ‘남북평화’였다. 2000년 대한민국 최초로 남북정상회담을 가졌으며, 한국인 최초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비영리단체인 김대중평화센터(舊 아시아태평양평화재단)가 남북의 화해·협력, 동북아시아 및 세계 평화를 중시하던 그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그가 꾸던 평화의 꿈은 대한민국의 중요한 가치로 남아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꿈은 ‘지역주의 타파’였다. 그는 선출될 가능성이 높은 서울 종로구를 버리고 부산을 택해, ‘바보’라 불리던 사람이다. 총 네 차례 부산의 문을 두드려, 초선일 때를 제외하고는 세 번 모두 낙선했다. 지금은 대구의 김부겸 의원, 부산의 김영춘 전 의원과 같은 후배 정치인들이 그의 길을 뒤따르고 있다. 물론 아직도 그가 꾸던 지역주의 타파는 아직 멀기만 하다. 하지만 그가 쫓던 이상은 현재 진행형이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꿈은 ‘검찰개혁’이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꿈은 ‘검찰개혁’이다. 그간의 저서에는 하나 같이 검찰의 막강한 권력에 대한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2011년 문재인 대통령과 그가 참여한 토크 콘서트는, 그가 꿈꾸던 개혁의 방향성이 구체화된 자리였다. 여기서 그가 제시한 개혁의 전제 조건은 셋이었다. △검찰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신념을 가진 깨끗한 정권 △검찰개혁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할 법무부 장관, 단 검찰의 무차별 공세를 이겨낼 만큼 강골(强骨)인 사람 △정권 초반에 개혁 진행.

검찰과 손을 잡지 않겠다며 문재인 정부가 집권 초반부터 개혁 의지를 표명했다. 이로써 첫 번째와 세 번째 전제 조건은 달성됐다. 그러나 문제는 두 번째 조건이었다. 조 전 장관은 '검찰이 뒤를 파도 문제가 없을 깨끗한 사람'이자, '검찰의 무차별 공세를 이겨낼 강골인 사람'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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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여전히 검찰개혁의 꿈은 미완성이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그는 10년 전에도 법무부 장관의 개혁안이 실행될 경우 검찰에서 표적 수사를 할 가능성이 있으며, 소문으로 흔들어 낙마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제 와서 검찰의 인지 수사를 지적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그가 살아온 삶을 긍정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2019년 그에 대한 수십만 건의 보도와 드러난 의혹들, 그리고 그 속에서 평범한 서민 가정이 느꼈을 박탈감을 무시하려는 것 역시 아니다.

다만, 검찰과의 이해관계가 조금도 없으면서(非검찰) 법 이해도가 높은 법무부 장관이 있을까 곱씹게 된다. 개혁의 당위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의지가 누구보다 강해, 개혁을 잘 마무리할 인물이 그 말고 또 있을까싶다.

2021년, 여전히 검찰개혁의 꿈은 미완성이다. 그가 강조하던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은 국회를 통과했으나, 개혁의 당위성은 희미해졌다. 긴 논쟁이 반복되자, 국민들 역시 개혁에 피로감을 느끼며 멀어졌다. 통과된 법안들을 우리 사회에 잘 안착시키는 것까지가 개혁이다. 오랜 꿈이 그간 많은 치명상을 입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의 완성을 원한다면 다시 조국이 아닐까.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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