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 시행에 입주예정자들 ‘우려·불만’ 확산…“국민을 제2금융권으로 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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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R 시행에 입주예정자들 ‘우려·불만’ 확산…“국민을 제2금융권으로 몰아”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05.04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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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조달 미리, 그리고 보수적으로 준비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문재인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시행하겠다고 예고하면서 곧 잔금을 치를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의 우려와 불만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29일 금융위원회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하고 오는 7월부터 모든 규제지역 내 6억 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에 차주 단위 DSR 40%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통상적으로 DSR 70%가 적용됐으며,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9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담대만 차주 단위 DSR 40%가 적용됐다. 규제 기준이 급격히 강화된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사례를 살펴보면 연소득 2000만 원인 자가 다른 대출 없이 만기 20년에 금리 연 2.5%, 원리금 상환 기준으로 주담대를 받을 경우 현재 대출 가능한 금액은 최대 2억2000만 원이나, 오는 7월부터는 1억2600만 원만 대출이 실행된다.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것이다.

보다 세부적이고 현실적인 예를 들면 우리나라 도시근로자 평균 소득에 가까운 연소득 3000만 원인 무주택자가 다른 대출 없이 조정대상지역(DTI 50% 적용)에서 시가 6억 원 초과 9억 원 미만 주택 구입 시 30년 만기에 금리 연 2.5%, 원리금 상환 기준으로 주담대를 받을 경우 현재는 최대 약 3억1000만 원(DTI 48.99%)까지 대출받을 수 있지만, 오는 7월 DSR 40% 적용 후에는 약 2억5000만 원으로 대출 가능 금액이 줄어든다.

DSR 규제 강화를 예고했던 은성수 금융위원장. 그리고 지난 4월 29일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DSR 규제 강화를 예고했던 은성수 금융위원장. 그리고 지난 4월 29일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규제지역에서 분양을 받은 입주예정자(기분양자)들에겐 날벼락이나 다름이 없다. 전국적인 집값 폭등 현상이 이어지면서 대부분 규제지역에서 시세(KB국민은행)가 분양가보다 높아져 6억 원을 초과한 실정이어서 잔금을 치르기 위해 중도금 대출을 주담대로 전환할 때 DSR 40%를 적용받게 됐기 때문이다. 고소득자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평범한 수요자들은 당장 수천만 원의 자금을 추가로 준비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분양 당시 자금조달 계획이 송두리째 무너진 것이다.

우려와 불만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6·17 부동산대책으로 인해 규제지역으로 지정돼 LTV 소급적용 논란이 일었던 지역에서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해당 지역 내 입주예정자들은 LTV 규제로 주담대 한도가 깎이게 됐다며 정부를 향해 거세게 반발했고, 이에 정부는 무주택세대와 처분조건부 1주택세대의 경우 신규로 취급되는 대출이라도 규제지역 지정 전 LTV 규제에 따라 집단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대안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 DSR 규제로 다시 주담대 한도가 깎인 것이다.

실제로 조만간 입주를 앞둔 수도권 내 몇몇 아파트들은 금융당국이 DSR 규제를 발표한 뒤 전세 매물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담대 한도가 줄어 잔금을 제대로 치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실거주에 따른 각종 세제 혜택을 포기하고 전세를 놔 잔금을 해결하려는 입주예정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기 신도시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 오는 여름께 입주할 예정인 한 기분양자는 "국민들을 원숭이처럼 여기는 것 같다. 사람들이 그렇게 사정을 해서 겨우 (LTV 비율이) 소급적용되지 않게끔 했는데, 이번엔 DSR이 떡하니 나왔다. 도대체 어떻게, 어디서 수천만 원을 또 마련하란 말인가"라며 "가계부채를 관리한다고? 자기들이 집값 올려서 가계부채가 늘어났는데 왜 책임을 국민들한테 지우는지 모르겠다. 답답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또 다른 2기 신도시의 한 입주예정자도 "내년에 입주를 하는데 점점 대출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서 걱정이 많다. 실거주 목적으로 분양을 받았는데 여러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전세나 월세를 놓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요즘에 든다. 잔금을 어떻게 치러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우려와 불만은 온라인에서도 감지된다. 한 유명 부동산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지금 DSR 규제? 대체 뭔 생각으로 하는지. 멀쩡한 사람도 조급하게 만들어서 매수 심리 자극하는 건데, 여기서 또 폭등하면 더불어민주당은 차기 대선 빠이빠이다', '청약 당첨돼 기분 좋았는데 DSR이 발목을 잡는다. 당장 다음주에 계약하러 가는데 어떻게 하느냐', '인천 검단신도시랑 김포한강신도시는 규제지역으로도 새로 묶고 GTX도 축소하더니 이젠 DSR까지 적용한다. 정부여당이 수도권 서북부 표 다 날리면서 자멸 중이다. 곧 입주하는데 미치겠다. 제2금융권으로 가라는 소린가' 등 정부를 비판하는 글들이 쉽게 목격된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은행 등 전문가들에게 반드시 미리 상담해서 자신의 대출 한도가 얼마나 되는지, 주담대 실행 전에 마이너스통장 등 다른 대출을 언제까지 해소해야 하는지 등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입주 시점 직전에 준비하면 좋지 않은 상황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 대책들이 오락가락하고 있기 때문에 자금조달 계획을 더 보수적으로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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