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文정부 마지막 ‘개각’…‘레임덕’ 가속화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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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文정부 마지막 ‘개각’…‘레임덕’ 가속화 변수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1.05.22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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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쇄신 없인 민심이탈 못막아
실패한 경제정책 바로잡아야
내각·靑 개편, 임기末 걱정된다
국민 눈높이 못미친 내각인선
무용지물된 국회 인사청문회
여야 갈등…국민 눈높이서 봐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레임덕이 발생하면 국정 수행이 정체되며 정상적인 정부로 기능하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아무리 개각을 하고 당.청 인사교체를 해도, 생각을 바꾸지 않고 정책을 전환하지 않으면 국정은 임기말 레임덕 위기에서 탈출할 수 없다. 

지난 재·보선에서 민심은 문재인 정부에서 4년간 쌓여 온 오만과 위선, 무능을 심판했다. 그렇다면, 정부는 그동안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던 정책 기조를 완전히 바꾸는 변화를 모색해야 했다. 그러나, 변화는 없었다. 정책기조를 바꿨다가 정치적으로 더 큰 수세에 몰릴 것을 우려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냥 뭉개고 버틸 경우 1년 남은 임기 중 레임덕만 더 가속화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결국 문 대통령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국정은 위기에서 탈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번 개각 인사를 보면 남은 임기도 여전히 캠코더(캠프·코드·민주당)에 기대는 국정 운영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심각한 문제는, 정책은 그대로 둔 채 몇몇 고위 공직자 얼굴만 바꾼다는 사실이다. 이 정권에서 야당이 반대하는 장관급 임명 강행은 최근 2명을 포함해 31명이나 됐다. 2000년 6월 인사청문회 도입 이래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임명 강행한 숫자를 합친 것을 넘어섰다. 매번 인사 때마다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충격적인 일이다. 

이 정권 내내 벌어진 인사 참사의 책임자는 두 말할 것도 없이 문 대통령 본인이다. 민심이 떠나고 레임덕이 왔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문 대통령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재보선에 나타난 민심을 직시해야 한다. 국민들은 문 대통령의 오기 인사와 아집 정책에 등을 돌렸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레임덕 현상이 일어나고, 갈수록 심화할 것이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레임덕이 발생하면 국정 수행이 정체되며 정상적인 정부로 기능하기 어렵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정국 경색 속 인사검증 원칙 사라져 

여야의 대결정치가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도 염려된다. 4·7 재·보궐선거 이후 퍼진 협력정치 기운은 초장부터 꺾이게 생겼다. 부적격 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은 사실상 국민에 맞서겠단 선전포고에 다름아니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청와대 인사수석은 부적격자만 골라서 추천했는데 문 대통령은 책임을 묻지 않고 오히려 신뢰했다. 널리 인재를 찾고 철저히 검증하기보다 자기 편만 쓰고 적당히 봐주는 인사를 했다. 민심(民心) 수용이 아니라 민심 우롱 쇼에 다름아니다.

여권은 김부겸 국무총리가 친문(親文) 그룹이 아니고 영남 출신이라는 점을 내세운다. 하지만 이낙연·정세균 전 총리에 이어 또 여당 정치인을 기용했다는 점에서 4·7 재보선에 표출된 민심 이반을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과거 노태우 정부의 현승종, 김영삼 정부의 고건, 김대중 정부의 김석수, 노무현 정부의 한덕수, 이명박 정부의 김황식 등 역대 정부의 마지막 총리로 정파 색채가 없는 인사들을 기용해 중립적 대선 관리를 시도했던 전례와도 다르다.

더 큰 문제는 문재인 정부 스스로 만든 인사 검증 원칙마저 뭉개버렸다는 점이다. 현 정부는 출범 당시 인사 기준으로 병역 기피, 불법 재산 증식,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 5대 비리 배제 원칙을 내놓았다. 이어 그해 11월에는 ‘음주 운전’과 ‘성 범죄’를 추가한 7대 인사 원칙을 제시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번번이 이를 무시해왔다.

공직 원천 배제 7대 기준 등 정권이 내세웠던 인사 원칙이나 기준은 이제 아예 사라졌다. 

국민 눈높이에 모자란 선택

이제 정국은 여야 간 극한 대치 전선이 형성되면서 정국 경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부겸 국무총리 인준과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거취를 놓고 꽉 막혀 있던 청문회 정국이 결국 여야 ‘강대강’ 대치로 막을 내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 더불어민주당이 반대 여론이 높았던 내각 임명을 결국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도자기 밀수’ 논란에 휩싸인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한 후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이어 김부겸 총리와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을 임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전날 국회에서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김 총리 임명 동의안을 통과시키고 두 장관에 대한 인사 청문 경과 보고서를 채택하자 곧바로 임명을 강행한 것이다. 

이번 각료 임명이 국민 눈높이에도 모자란 선택인 점은 가장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 기관은 임명 반대 57.5% 대 찬성 30.5%의 여론을 알렸다.

7대 인사원칙 정면으로 거슬러

박 후보자 사퇴는 사필귀정이다. 그러나 그의 사퇴만으로 대통령의 잘못된 인사로 틀어진 민심을 수습하고, 반발하는 야당을 달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박 후보자와 함께 낙마 1순위로 꼽혀온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직무수행에 필요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다. 공직자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민심을 여권이 과연 제대로 읽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박 후보자는 부인이 수천만 원대 유럽산 도자기를 외교관 행낭에 몰래 들여와 인터넷에서 판매했다가 물의를 빚어 결국 사퇴했다. 박 후보자 사퇴는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박 후보자에 못지않게 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노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결격 사유가 차고 넘친다는 것이다. 임 장관은 국가 지원금으로 가족과 외유를 다녀왔고, 위장 전입과 논문 표절 의혹, 미국 국적 두 딸의 국내 의료비 혜택 등 문제투성이다. 

노 장관은 세종시 아파트를 특별 공급받아 수억 원대 차익을 남겼다. 그의 부인은 절도 범죄를 저질렀고 아들은 실업급여 부정 수령 의혹을 받고 있다. 장관은커녕 공직을 맡을 자격도 없다는 점에서 두 장관은 사퇴한 박 후보자와 오십보백보다. 

특히, 임 장관은 교수 시절 민주당 당적까지 보유했던 ‘폴리페서’이기도 하다. ‘관사 테크’에 위장전입 의혹까지 받는 노 장관도 주택 정책을 다루는 국토교통부 장관으론 부적격이다. 7대 인사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들이다.

여론과 싸우는 듯한 이런 선택은 캐스팅보트 없이 여당 홀로 의안을 처리할 수 있는 수의 힘과 대통령의 강행 의지가 겹친 결과다. 여론을 무시하는 인사 독주는 결국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줄 것이다. 앞으로도 여야 간 ‘강 대 강’ 대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통령의 상황인식, 현실과 괴리

문재인 대통령은 박 후보자 사퇴를 앞세워 두 후보자의 장관 임명을 밀어붙인 것으로 보인다. 이만하면 국민 여론을 수렴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두 후보자 역시 국민의 평균적 도덕성에도 못 미치는 인사들이다. 

여권이 박 후보자 자진 사퇴 카드를 던져 이번 청문회 정국을 무난히 수습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는 결코 정치적 흥정 대상이 될 수 없다. 

박 후보자의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발언은 임·노 후보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얘기였다. 그런데도 왜 한 명의 후보자만 사퇴하고, 나머지는 버티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장관 임명이 무슨 거래도 아닌데 한 명 물러나는 선에서 적당히 넘기자는 것인가.

문 대통령은 당초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거취에 대한 야당의 사퇴 요구와 관련해 "야당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이 실패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여당 초선 의원들을 비롯한 여권에서도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것을 모르지 않을 텐데, 대통령의 상황인식이 현실과 너무 괴리돼 있다.

특히 임 장관의 경우 그 많은 흠결에도 불구하고 끊어내지 못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 공사를 구분 못하는 그는 장관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다. 그도 물러나야 마땅하다. 여당은 박 후보자 낙마 카드로 이번 논란을 매듭지으려 해선 안 된다. 그의 사퇴로 청와대발 인사 논란이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송영길 대표의 인식은 민심과 동떨어져 있다.

사실, 임혜숙 장관의 결격 사유는 사퇴한 해수부 장관 후보자를 넘어선다. 국민 눈 높이대로라면 임 장관이 먼저 사퇴해야 했다. 공직자로서 부적격자를 여성이라고 우대하고 그대로 임명하는 것은 여성 할당 제도를 악용하고 희화화하는 것이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조사 대상자의 57.5%가 임명에 반대했다. 찬성(30.5%)의 거의 두 배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3인에 대해 능력을 갖춘 전문가들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 논리라면 능력만 있으면 도덕성과 자질이 문제가 있더라도 괜찮다는 것이다. 크게 잘못 됐다. 

국회 인사청문회 정상화 전제조건

국회 검증 시스템도 큰 문제다. 거대 여당이 다수 힘으로 야당을 패싱하고 제멋대로 임명을 반복하면서 국회 인사청문회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돼버린 꼴이다.

인사청문회는 공직자의 자질과 업무 능력을 검증하고 대통령의 인사권 전횡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여야가 인사청문회를 정략적으로 악용하면서 정쟁만 유발하는 제도로 전락했다.

인사청문회 정상화에도 전제조건은 필요하다. 미국처럼 청와대 민정·인사수석실과 국세청, 수사기관 등이 총동원돼 철저하고도 치밀한 사전 검증을 해야 한다. 특히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세금 탈루, 병역 회피, 논문 표절, 음주운전, 성범죄 등 청와대가 제시한 '7대 배제 원칙' 위반 여부를 샅샅이 살펴 미리 후보자를 걸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갤럽 여론조사에서 국민 76%가 '도덕성과 정책능력 모두 공개 검증'을 주장한 것도 정권의 부실한 검증에 대한 불신 탓이 크다. 

더욱이, 박 후보자가 사퇴한 뒤 청와대 인사가 “고맙고, 짠하다”고 했다. 그럴 필요가 없는데 희생한 살신성인으로 취급한다. 이런 식이면 머지않아 ‘짭짤한’ 다른 자리 하나 챙겨주려 들 것이다. 청문회 사상 처음으로 ‘밀수’ 논란까지 일으킨 사람이 물러났는데 뭐가 짠하다는 말인가. 이런 행태는 임기 말을 더 험난하게 만들 것이다. 

새로 임명된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도 모두 민주당 의원을 지냈다. 박 대변인은 2019년 유튜브 채널에 ‘문 대통령께 Moon Light’라는 제목으로 ‘월광 소나타’ 연주 영상을 올린 적이 있다. 청와대와 내각의 요직에 친정권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 셈이다. 국정 철학은 그대로인데 단순히 얼굴만 바뀐 ‘코드 인사’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돌려 막기’ ‘회전문 인사’라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 앞에선 여권을 성토하는 국민의힘 의원총회가 열렸다. 논란의 내각 인선을 "인사 폭거", "협치 파괴"라 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민심의 회초리를 맞아도 정권이 달라지지 않는다며 "오만과 독선의 DNA"라는 표현까지 썼다. 정부 여당은 야당의 주장을 외면만 해선 안 된다. 거부당하더라도 제1야당에 계속 손을 내밀어야 한다.

구호 실현 난망

정부 여당은 지도부 물갈이에도 불구, 국정운영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얘기가 당·정·청에서 계속 흘러나온다. 

김 총리는 개각 발표 후 일성으로 ‘협치’와 ‘국정 쇄신’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개각은 그간 정부가 역점을 둬 추진해온 국정과제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단행됐다”(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는 설명에서 보듯, 청와대는 국정 기조를 바꿀 생각이 없어 보인다.

현재 여권이 뜻 모은 처방은 당청 원팀, 당 단합, 당 주도 정책 입안이다. 동서화합 도전의 정치를 자산으로 가진 신임 김 총리가 일성으로 외친 것은 통합이었다. 송 대표는 모든 정책에 당 의견이 많이 반영돼야 한다고 했다. 내년 대선에서 당이 신임받아야 문 대통령이 성공하는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거라고도 했다. 유능, 통합, 재신임, 좋은 말들은 다 나왔다. 그러나, 정작 실천을 통한 입증과 실현은 버겁기만 하다. 

민주당도 송영길 대표 출범 후 야당과 협치를 다짐했다. 4·7 재보궐선거 이후 국민의 심판을 준엄하게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2주도 되지 않아 식언을 하고 의회 독주를 재현했다.

대결의 정치…'개혁' 노선 재정립해야

국민이 여당에 등을 돌린 것은 부동산 문제뿐 아니라 지난 4년간 일련의 실정(失政)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쌓였기 때문이다. ‘일자리 정부’를 내걸었지만 고용상황은 거의 매달 ‘사상 최악’ 행진이다. 경제약자를 돕겠다던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제로’ 정책은 오히려 소득 격차를 확대했고 비정규직 숫자를 대폭 늘려놨다. 기업을 옥죄고 기업인을 형사처벌하는 규제 일변도 기업정책은 투자와 일자리 감소는 물론 경제활력까지 떨어뜨렸다.

이런 가운데, 임기 마지막 개각의 첫 단추부터 대결의 정치가 시작된 것은 우려스럽다. 김 총리 인준이 파행 국회로 끝난 데는 야당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정 수행에 큰 하자가 없는 총리의 인준을 장관 후보자들과 연계한 것은 무리한 발목잡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 총리는 취임사에서 ‘30년 정치의 목표가 통합’이라고 밝혔다. 혼심의 힘을 다해 소통과 상생의 정치 회복에 진력을 다해줘야 한다.

취임사에서 “민생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굳은 의지를 피력한 김 총리가 말 대신 실천으로 옮기길 당부한다. 당면한 코로나19 사태 극복도 최대 현안이다. 백신수급 문제 등에 가시적 성과를 내야한다. 많은 국민들은 여권이 남은 집권기간 동안 국민통합과 민생에 주력해 제대로 마무리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민주당의 송 신임 대표를 포함한 새 지도부가 정권 재창출의 과제를 감당할 역량이나 자세를 갖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당권 경쟁 과정에서 재보선 참패 원인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나 당을 혁신할 비전 경쟁을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최근 당내에선 민생과 개혁을 대립항으로 설정한 논쟁 조짐이 발견된다. 공허하기 짝이 없다. 문자폭탄 논란과 닿아 있는 강온 노선 대립의 편린으로도 보인다. 조국,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떠오르는 검찰 개혁, 그리고 언론 개혁이라는 화두에 일단 덮어두자는 사람도 늘어나는 경향이다. 그들이 특히 혐오하는 것은 시끄럽게 말로만 떠드는 개혁이다. 개혁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개혁을 말한다고 개혁적인 것은 더더욱 아니다. 평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그 무엇에라도 기여할 때라야 개혁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난맥상 정책 기조 고수

이제라도 정부에 주어진 과제는 부동산과 탈원전을 비롯해 실패한 경제·외교·안보 정책을 바꾸고, 능력과 적재적소 인사로 내각과 청와대를 개편하는 등 국정을 쇄신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오늘의 정국 파행 사태는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민심에 둔감(鈍感)한 결과다. 선거에서 정권 심판을 받고서도 쇄신 없이 실패한 국정 기조를 밀고 나가고, 힘을 앞세운 독주를 계속하겠다는 뜻이 표출됐다. 문 대통령은 남은 임기 역시 난맥상을 보여온 정책 기조를 고수하겠다는 고집을 버리지 않고 있다.

최대 강적은 코로나19다. 백신 확보와 접종 속도에 대한 국민 불안을 잠재울 수 있게 안정감을 보여주는 것이 요구된다. 경제지표는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나 시민들이 체감하기에는 아직 멀었다. 양극화한 세계에서 위기는 저소득 서민층과 약자들에 더 몰린다. 

여당이 참패한 재보선 결과는 폭주 정치를 접고 정책 기조를 바꾸라는 준엄한 경고였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재보선 직후 청와대 대변인을 통한 100자 안팎의 유감 표명만 했을 뿐 아직도 육성으로 사과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얼굴만 살짝 바꾸는 개각을 단행했다. 이래서는 부동산 대란과 ‘내로남불’ 정권에 성난 민심을 달래기 어렵다. 

쇄신보다는 현 정책 기조 유지에 방점이 찍힌 듯하다. 근본적인 국정 쇄신 없이 강경 친문 성향을 배제한 인사로 쇄신 흉내만 내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정치개혁 등 강력한 국정쇄신을 

문 대통령은 개각 후 민주당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 “남은 1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당청이 원팀으로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여당 일부에서 장관 인사 문제를 제기한 것 등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남은 임기에 국민들을 더 힘들게 만들지 않으려면 원팀을 주문할 게 아니라 여야 정당과 각계의 비판 목소리를 경청할 줄 알아야 한다.

야당의 흠집내기라고 자신의 인사 잘못을 합리화할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잘못을 시인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이를 요구하는 야당의 목소리를 새겨들어야 한다. 애초 잘못은 흠결투성이 장관 후보자를 발탁한 대통령에게 있다.

일방통행식 국정 기조를 반성하는 토대 위에서 야당과 국민을 아우르는 진정한 협치를 구현해야 한다. 그동안 무용지물이 된 여야정(與野政) 협의체를 실질적으로 가동하는 것도 한 방편이 될 것이다.

개혁으로 말하자면 검찰, 언론 개혁보다 정치 개혁이 훨씬 더 큰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당에서 지금 정치 개혁을 말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번에 논란이 되자 꺼낸 인사청문 제도 개선이 고작이다. 헛된 다툼으로 소모할 시간이 없다. 보통 사람들의 민생, 그것에 사활을 걸어도 모자란 시간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요지부동이다. 나라의 앞날이 걱정이다. 지금 세계는 미국·중국 등이 반도체·배터리에 총력을 쏟으며 글로벌 산업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다. 위선과 무능·분열의 정치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한 뒤 규제 혁파·노동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는 등 국정 쇄신을 해야 경제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4년 전 취임사에서 언급했듯이 공평·공정·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고, 분열의 정치를 끝내고, 인재를 널리 두루 구하며, 경제와 민생을 제대로 챙기면 된다. 이런 근본적인 전환이 없으면 아무리 사람을 바꾼들 소용없다. 최소한 오류와 부작용이 명백히 드러난 고용·기업·부동산 등 경제정책만이라도 우선 바로잡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하였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하였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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