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윤석열을 보면 전두환보다는 YS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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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필담] 윤석열을 보면 전두환보다는 YS가 떠오른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1.05.23 09: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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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와 윤석열, 살아있는 권력에 맞서며 자연스럽게 정치 지도자로 떠올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젊은 시절 전두환 장군에 비유했다. ⓒ뉴시스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젊은 시절 전두환 장군에 비유했다. ⓒ뉴시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18을 언급하니 젊은 시절 전두환 장군이 떠오른다.”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남긴 말입니다. 세 가지 이유를 들긴 했지만, 김 의원 주장은 하나로 압축됩니다. ‘조직’을 지키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점이 겹쳐 보인다는 겁니다. 전 장군은 ‘하나회’를, 윤 전 총장은 ‘검찰’을 방어하기 위해 칼을 뽑았고, 내친 김에 대권까지 노리려는 모양새가 비슷하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기자는 오히려 윤 전 총장에게서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모습을 봅니다. 알려진 대로, YS는 박정희·전두환으로 이어진 군부독재정권과 평생을 맞서 싸운 인물입니다. 얼마든지 권력과 타협하며 일신의 안녕을 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음에도, ‘잠시 살기 위해 영원히 죽는 길을 택하기보다는 잠시 죽는 것 같지만 영원히 살 길을 택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게 자신의 신념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과정에서 국민적 지지를 자연스럽게 흡수한 ‘정치 지도자’가 바로 YS였죠.

기자가 윤 전 총장에게서 YS를 떠올린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대학 시절,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에 대한 형사 모의재판에 참여했던 윤 전 총장은 당시 대통령이던 전두환에게 사형을 구형했습니다. 모의재판이라고는 해도, 시대 상황을 감안하면 현직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하는 건 ‘인생을 건’ 선택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실제로 윤 전 총장은 이 사건으로 한동안 강원도에서 도피 생활을 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러나 살아있는 권력에 맞서다 온갖 고난과 수모를 겪었다는 점에서, 윤 전 총장은 YS와 비슷한 점이 많다. ⓒ김영삼 대통령 기록전시관
그러나 살아있는 권력에 맞서다 온갖 고난과 수모를 겪었다는 점에서, 윤 전 총장은 YS와 비슷한 점이 많다. ⓒ김영삼 대통령 기록전시관

이런 ‘강골’ 스타일 탓에, 검사 임용 후에도 윤 전 총장의 커리어는 순탄치 않았습니다. YS와 마찬가지로,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의 타협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박근혜 정권 당시 국가정보원 대선·정치 개입 의혹 수사였습니다.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임명된 윤 전 총장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적극적인 수사를 펼쳤고, 이로 인해 ‘항명 파동’에 휘말리며 한동안 한직(閑職)을 전전해야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에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 이명박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 기소하며 ‘적폐 청산’의 선봉에 서기도 했습니다. 검찰총장으로 발탁된 것도 그간의 성과를 인정받은 덕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윤 전 총장이 믿는 ‘정의’가 문재인 정부와 같은 방향이었을 뿐, ‘권력과의 타협’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이를 증명하듯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비위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윤 전 총장은 다시 한 번 ‘살아있는 권력’에 칼날을 들이댔고, 문재인 정권과 정면으로 맞서면서 수모를 겪어야 했습니다.

YS와 상도동계 인사들은 눈앞의 이득을 위해 타협하기보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 권력에 맞선 사람들입니다. 비록 그 과정에서 온갖 고난을 겪어야 했지만, 그런 모습이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면서 자연스럽게 정치 지도자로 떠올랐습니다. 제가 보기에 윤 전 총장은 박정희 정권 아래서 권력의 단맛을 누리다가 군부독재가 무너지자 국민의 뜻에 반해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보다는, 잘못된 권력 행사에 맞서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국민의 지지를 얻은 YS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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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니 2021-05-23 21:30:17
공감합니다.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