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경제] 개성상인 송상(松商)의 인삼과 국보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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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경제] 개성상인 송상(松商)의 인삼과 국보 반도체
  • 윤명철 기자
  • 승인 2021.05.23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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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송상의 인삼 있듯이, 현재 반도체가 우리 먹거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역사 속에 송상의 인삼이 있듯이, 현재는 국보 반도체가 우리를 먹여 살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역사 속에 송상의 인삼이 있듯이, 현재는 국보 반도체가 우리를 먹여 살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건강식품은 인삼이다. 몸이 좀 안좋은 성인이나,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에게 인삼은 필수 식품이다. 명절이면 인삼은 품귀현상을 빚는다. 

옛날 개성은 인삼의 도시였다. 특히 개성상인은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무역상이다. 송상(松商)으로도 잘 알려진 이들은 시대를 앞서가는 경영기법으로 조선의 상권을 장악했다. 무역강국 대한민국 종합상사의 원조는 송상이다.

원래 송상의 뿌리는 고려 태조 왕건이다. 왕건의 선조들을 대대로 대당무역에서 부를 축적한 해상호족이다. 왕씨 가문은 중국, 일본, 아라비아 등을 무대로 현재 기준으로도 다국적기업이다. 왕건은 이를 기반으로 삼아 삼한을 통일하고 고려를 건국할 수 있었다.

이렇듯 송상은 국제무역의 남다른 DNA가 흐르고 있었다. 475년 고려 역사 속에 송상들은 개성과 벽란도를 중심으로 동북아의 무역을 지배했다. 외국 사신과 외국 상인들이 드나들면서 한국은 KOREA가 됐다. 개성의 특산물 인삼은 고려의 대표 브랜드 수출품이다.

위기가 닥쳐왔다. 조선의 건국은 생존을 위협하는 대위기였다. 이성계 세력은 고려의 정신적·경제적 기반인 개성이 눈에 거슬렸다. 조선이 개국하자마자 수도를 한양으로 천도하자 개성의 상권은 크게 위축됐다.

하지만 수백년간 축적된 경영 노하우(Knowhow)와 남다른 경영 DNA는 왕조교체라는 정치 대격변기도 소용 없었다. 송상들은 훤전·백목전(白木廛) ·청포전(靑布廛) ·어과전(魚果廛)의 4대전과 일반 시전을 기반으로 조선 왕조가 정책적으로 육성한 서울의 6의전을 위협했다.

이들의 생존비법은 사개송도치부법(四介松都置簿法)이라는 독특한 복식부기와 국내외 네트워크망이었다. 물론 조선 왕조가 사농공상의 차별적 신분제와 농본억상의 성리학적 경제관으로 억압했지만 이들은 끈질기게 맞서며 살아남았다. 역시 인삼은 아직도 개성인삼이었다.

조선 후기가 국가의 억상정책이 느슨해졌다. 임진·병자 양난으로 재정이 무너진 정부는 경제 통제력이 약화됐고, 백성들은 각자도생에 나섰다. 농업보다는 상공업이 발달하며 상품화폐경제가 발달했다. 이때 송상들은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았다.
 
송상들은 전국의 행상들을 연결한 특유의 네트워크망을 활용해 송방이라는 독특한 조직을 형성했다. 전국에 송방을 설치해 지방상권을 장악했다. 인삼과 포목을 중심으로 전국 유통망을 독점해 시장지배자가 됐다. 특히 대청무역의 중심지 의주와 대일무역의 동래에도 송방을 설치해 중개무역을 주도했다. 역시 인삼은 변함없는 효자 상품이었다. 후일 송상은 국권피탈이후 일제의 탄압에 큰 타격을 입었지만 민족자본형성에도 기여했고, 분단 후 강화도와 연천 등 휴전선 인근에서 개성 인삼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송상은 한민족 무역의 선구자로 역사에 남았다.

지난 21일(현지시각) 한미정상회담이 개최됐다. 우리는 미국의 코로나19 백신을 얻었고, 미국은 우리의 반도체를 얻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반도체’다. 만약 우리에게 반도체가 없었다면 세계 최강국 미국과 이렇게 대등한 협상을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반도체는 우리의 경제와 안보 그 자체다. 세계는 한국을 반도체 최강국으로 인정한다. 무역강국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은 반도체가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반도체다. 역사 속에 송상의 인삼이 있듯이, 현재는 국보 반도체가 우리를 먹여 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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