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맥주 ‘코스닥 입성’…수제맥주 시장에 ‘약 될까, 독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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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맥주 ‘코스닥 입성’…수제맥주 시장에 ‘약 될까, 독 될까’
  • 안지예 기자
  • 승인 2021.05.27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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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제주맥주 ‘제주 위트 에일’.(사진=제주맥주 제공)
제주맥주 ‘제주 위트 에일’ ⓒ제주맥주 제공

제주맥주의 코스닥 신규 상장으로 최근 급성장한 수제맥주 시장이 ‘제3의 물결’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수제맥주 시장이 일부 기업이 주도하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질 가능성이 큰 데다, 향후 성장성에도 의문을 제기하면서 전망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제주맥주, 맥주업계 최초 코스닥 상장

지난 26일 제주맥주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코스닥에 상장했다. 맥주업계 최초 ‘테슬라 특례’ 상장으로, 제주맥주의 높은 인지도와 빠른 성장세가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제주맥주는 공모자금 대부분을 연구개발(R&D) 강화에 투자, 해외 시장에 진출하며 한국 맥주업계 제 3의 물결을 선도하겠다는 각오다. 제주맥주는 창립 단계부터 유럽 1위 맥주 설비 컨설팅사 비어베브(beerBev)를 통해 글로벌 수준의 대규모 설비를 도입한 바 있다. 이 같은 인프라를 토대로 미국, 유럽 등에서 크래프트 맥주가 해당 국가 맥주 시장의 성장을 주도한 것처럼 국내 크래프트 맥주 산업을 메인 스트림으로 이끈다는 방침이다.

브루클린 브루어리와의 파트너십을 통한 글로벌 유통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제주맥주가 가진 경쟁력으로 부각된다. 제주맥주는 글로벌 유통망을 활용해 동남아 시장을 먼저 공략할 계획이다.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는 상장 기념사를 통해 “제주맥주의 상장은 대기업 맥주, 수입맥주가 주도하는 99%의 시장을 깨는 1%의 도전이고 한국 맥주 시장의 변곡점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며 “크래프트 맥주 문화를 모두가 향유하는 맥주업계 제3의 물결이 제주맥주의 주도로 찾아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제주맥주는 지난 2017년 ‘제주 위트 에일’을 필두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며 크래프트 맥주 대중화에 기여했다. 지난해 총판매 매출 335억 원, 연평균 148%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래프트 맥주 시장 점유율도 2017년 5.1%에서 지난해 28.4%로 껑충 뛰었다.

성장세 지켜봐야…‘부익부 빈익빈’ 현상 우려도

다만 주류업계에서는 제주맥주가 공언한 대로 제3의 물결을 일으키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최근 수제맥주 산업이 커지면서 자본을 갖춘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주류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 가능해지면서 대기업도 수제맥주 시장을 적극적으로 두드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롯데칠성음료는 최근 편의점 CU에서 품절대란을 일으키고 있는 ‘곰표 밀맥주’ 제조사 세븐브로이와 손잡고 위탁생산에 나서면서 시장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또한 제주맥주와 손잡고 ‘수제맥주 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해 충주 맥주1공장 시설을 재검토하고 보완했다. 

주류기업뿐만 아니라 치킨업계에서도 수제맥주를 신성장동력으로 상품화하고 있다. 교촌에프앤비는 최근 수제맥주 브랜드 ‘문베어브루잉’을 운영하고 있는 인덜지와 수제맥주 제조 사업을 위한 유무형 자산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교촌치킨은 생산 경쟁력을 갖춘 양조장과 전국 1280여개의 교촌치킨 가맹점 인프라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제너시스 비비큐는 지난해 마이크로브루어리코리아와 협업해 6종의 수제맥주 브랜드 ‘비비큐 비어’를 선보인 바 있다. 

코로나19 유행이 꺾인 뒤에는 수제맥주 시장 성장이 낙관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인기 있는 수제맥주들은 코로나19 유행이라는 외부 변수가 성장에 주요 역할을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가정 내 주류 소비가 늘었고 주요 판매 채널인 편의점이 젊은 세대의 발길을 잡으며 함께 성장한 측면도 있다. 

제주맥주의 코스닥 상장이 수제맥주 시장 자체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시장이 양극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실제 대다수 소규모 업체들은 여전히 고사 위기에 놓여 있다. 한국수제맥주협회와 수제맥주업체 41개사는 지난 2월 “코로나19 이후 유흥채널 영업제한으로 판로를 잃었다”며 “수제맥주의 온라인 판매를 허용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엔 수제맥주 업체들이 비슷비슷한 규모로 경쟁했다면 코로나19 이후엔 몇몇 업체를 중심으로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있다”며 “중소 규모 업체는 향후 판세를 뒤집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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