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왜 이준석에 열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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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왜 이준석에 열광하는가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1.06.0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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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 정치인들의 비판, ‘어려서 안 돼’ 수준 못 넘어…이준석, 기득권에 대한 저항의 표상 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이제 이준석이라는 이름은 기득권에 대한 저항의 표상이 됐다. ⓒ뉴시스
이제 이준석이라는 이름은 기득권에 대한 저항의 표상이 됐다. ⓒ뉴시스

시간이 가면 잠잠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강해진다. ‘찻잔 속 태풍’ 정도로 인식되던 ‘이준석 돌풍’은, 이제 국민의힘을 넘어 정치권 전체를 강타하는 ‘이준석 현상’으로까지 명명(命名)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정말 ‘경험도 없고 조직도 없는’ 1985년생 젊은 정치인이 대한민국 제1야당의 당수(黨首)가 될지도 모르겠다.

대체 ‘이준석 바람’의 근원은 무엇일까. 많은 전문가들이 분석한 대로, 처음에는 ‘변화에 대한 열망’이 이 청년 정치인에게 투영됐던 것 같다. 하지만 이후 전개된 양상을 보면, 기성 정치인들이 ‘이준석 돌풍’에 장작을 넣어준 것으로 보인다. ‘기득권 세력’이 ‘청년 정치인’을 대하는 태도가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불공정’의 축소판처럼 느껴져서다.

시작은 정세균 전 국무총리였다. 나중에 자신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며 해명하긴 했지만, 정 전 총리는 ‘장유유서(長幼有序)’라는 단어를 내밀었다가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오륜(五倫) 중의 하나인 장유유서는 ‘어른과 어린아이 사이에는 사회적인 순서와 질서가 있다’는 뜻이다. 정 전 총리의 진의(眞意)가 무엇이었든, 이 단어는 ‘기득권에 도전하는 청년 정치인에게 꼰대 정치인이 던진 견제구’로 해석되기에 충분했다.

당내에서는 이준석 후보의 ‘경험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당권 경쟁자인 주호영 후보는 이 후보를 겨냥해 “국회 경험도 없고, 큰 선거에서 이겨본 경험도 없으며, 자기 선거도 패배한 원외 당대표가 대선이라는 큰 선거 이길 수 있겠나”라고 했다. 홍문표 후보 역시 “대통령 선거를 이기기 위해서는 당을 자강시켜 야권 대통합을 이루고 승리할 수 있는 대통령 후보를 선출할 풍부한 경험과 경륜을 갖춘 후보가 당대표가 돼야 한다”고 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이 역시 이 후보의 쾌속 질주에 땔감을 보태는 꼴이 됐다. 국민의힘은 불과 2년 전 ‘국회 경험이 없고, 큰 선거에서 이겨본 경험도 없으며, 심지어 직접 선거에 출마해 본 적도 없는’ 황교안 전 대표를 당수로 선출했다. 마찬가지로 ‘0선’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서는 자기 당의 대선 후보로 만들기 위해 대선 경선 일정을 바꾸겠다고까지 한다.

그럼에도 유독 정치 경험만 7년이 넘는 이 후보에게 경험 운운하는 건 그저 ‘새파랗게 젊은’ 그가 ‘장유유서의 질서’를 어기고 당의 수장이 되려는 데 대한 반작용으로 받아들여졌다. 더불어민주당 청년 정치인들이 이 후보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나서는 건 아마도 ‘기득권의 벽’에 대한 의식이 공유되고 있기 때문일 게다.

이 후보가 정말 정치 개혁을 이끌 수 있는 인물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어려서, 여자라서, 비(非)명문대 출신이라서 ‘부적격자’로 낙인찍혀 왔던 많은 사람들은 이 후보의 선전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이 후보가 2030뿐만 아니라 전 세대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건 이준석이라는 이름이 ‘젊은층의 대표’를 넘어 ‘기득권에 대한 저항’의 표상이 됐다는 방증이다. 기성 정치인들이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면, ‘이준석 돌풍’이 ‘태풍’으로 발전하는 건 시간문제이지 않을까.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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