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박근혜 석방’ 외친 나경원의 자가당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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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박근혜 석방’ 외친 나경원의 자가당착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1.06.03 17: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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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강성보수 불러내는 나경원…윤석열 입당에 도움 될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 나선 나경원 후보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론을 꺼내들었다. ⓒ뉴시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 나선 나경원 후보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론을 꺼내들었다. ⓒ뉴시스

“정권교체를 통해 서민들의 손을 잡고 장기간 구금돼 있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즉각 석방시키겠다.”

지난 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서 나경원 후보는 ‘전직 대통령 석방’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3일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당대표가 되면 애걸하는 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석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준석 후보의 돌풍이 거세지자, 자신의 장점인 ‘강성보수 결집’을 통해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이런 나 후보의 행보가 바람직한지 의문입니다. 지금까지 나 후보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당 밖의 대선 주자들을 영입해 ‘야권통합’을 이루는 것이 차기 당대표의 책무라고 강조해왔습니다. 나 후보가 이 후보를 비판한 주요 근거도 “유승민계인 이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야권통합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 석방’ 카드로 인해, 나 후보는 자가당착에 빠지게 됐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어야 했던 건 이들이 수권 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강성보수에 휘둘렸던 국민의힘은 민심에서 유리된 정당이었고, 민심과 멀어져 있는 정당이 선거에서 이길 리 없으니 인물도 모이지 않았던 겁니다.

그랬던 국민의힘이 활력을 되찾은 건 오랜 시간에 걸친 중도 확장 노력, 그리고 그 노력이 낳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탄생 덕분이었습니다. 오 시장의 등장은 국민의힘이 강성보수를 넘어 중도보수로 변화하고 있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졌고, 이후 야권 대선 후보들은 국민의힘을 ‘야권통합 플랫폼’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즉 국민의힘의 중도 확장은 야권통합의 필요충분조건이었던 겁니다.

문제는 나 후보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공약이 중도층에게 ‘강성보수로의 회귀’ 신호로 읽힐 우려가 있다는 데 있습니다. 전직 대통령 석방은 중도보수와 강성보수의 입장차가 가장 극명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왜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을 수밖에 없었는지를 상기하면, 나 후보가 야권통합을 통한 정권교체를 목표로 제시하면서 한편으로 전직 대통령 석방을 말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게다가 나 후보가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 윤 전 총장은 두 전직 대통령 구속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인물입니다. 그동안 나 후보가 한 말을 종합하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시킨 윤 전 총장을 영입해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후 두 전직 대통령을 석방시키겠다’는 건데요. 이게 정말 윤 전 총장 영입에 도움이 되는 발언일지 의문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원칙주의자로 알려진 윤 전 총장이 과연 자신이 구속시킨 두 전직 대통령을 석방하겠다는 당대표가 있는 정당에 입당하려 할까요.

지금까지 나 후보는 줄곧 ‘정권교체를 위해 이 후보는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습니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 석방론으로 강성보수 결집에 나서는 나 후보의 모습이야말로 야권통합과 정권교체는 안중에도 없는, 눈앞의 당대표 자리를 차지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강성보수가 다시 전면에 등장한 국민의힘이 과연 정권교체를 이뤄낼 수 있을까요. 정권교체가 불가능해 보이는 당에 윤 전 총장이 입당하려 할까요. 나 후보가 깊이 고민해봐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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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 2021-06-03 17:59:43
박근혜를석방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