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슬라①] 10년 설움 한번에 털어낸 hmm…초대형선 투입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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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슬라①] 10년 설움 한번에 털어낸 hmm…초대형선 투입의 힘
  • 방글 기자
  • 승인 2021.06.11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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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방글 기자]

해운업계는 지난 10년간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댔다. 글로벌 해운사들이 주도한 치킨게임, 저운임 정책으로 연쇄 몰락의 길을 걸었다. 그 과정에서 국내 최대선사였던 한진해운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사실상 섬나라인 대한민국에는 구 현대상선, 현 HMM만이 남았다. 

국적선사의 중요성을 뒤늦게 깨달은 정부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 해운산업 살리기에 나섰다. 프로젝트 시작 3년째 되던 2020년, 해운업계 불황의 그늘이 걷히기 시작했다. 2021년, 이제는 해운산업에 초호황기가 도래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올해 1분기, HMM은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분기 영업이익 1조 193억 원.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인 9808억 원보다도 많은 이익이 발생했다. 업계는 2분기 HMM의 실적이 1분기보다도 좋을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HMM에 대한 기대감은 주가에서도 나타난다. 지난해 3월 주당 2120원이던 HMM의 주가는 1년여 만에 주당 5만 원 수준으로 올라왔다.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크기. ⓒHMM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크기. ⓒHMM

HMM이 10년 만에 호황기를 맞은 데는 그간의 노력이 바탕이 됐다. 

적자 개선의 시작은 초대형 컨테이너선이다. HMM은난 2018년, 국내 조선3사에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과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8척 등 총 20척을 발주했다.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은 20피트(6m) 컨테이너 박스 2만4000개를 한 번에 운반할 수 있는 선박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선박의 길이만 400m에 달하고, 폭은 61m, 높이는 33.2m에 달한다. 배를 수직으로 세워 비교하면 63빌딩이나 에펠탑보다 높고, 롯데타워보다 조금 작은 수준이다. 갑판의 넓이는 축구장의 4배 보다 크다. 

전세계 인구가 한개씩 먹을 수 있는 초코파이를 실을 수 있고, 우리 국민 전체가 4일간 먹을 라면을 나를 수 있는 크기다. 

HMM은 지난해 4월부터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투입을 시작해 지난해 9월 12척이 모두 투입을 마쳤다. 일각에서는 초대형선에 화물을 다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연이은 만선으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킴과 동시에 초대형선의 경쟁력을 증명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투입된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들은 32항차까지 연속 만선 행진을 기록했다. 33항차에 99%를 선적했고, 최근 40항차까지 또 다시 만선을 이어갔다.

HMM은 지난해 4월부터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투입을 시작해 지난해 9월 12척이 모두 투입을 마쳤다.  ⓒHMM
HMM은 지난해 4월부터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투입을 시작해 지난해 9월 12척이 모두 투입을 마쳤다. ⓒHMM

초대형선 발주는 해운 동맹 가입으로 이어졌다. HMM은 지난해 4월, 세계3대 해운동맹 중 하나인 ‘디 얼라이언스’와 10년간 협력하기로 했다. 준회원 자격으로 가입했던 2M과 결별하고, 정회원 자격으로 디 얼라이언스에 합류한 것.

HMM은 이를 통해 비용구조를 개선하고 서비스항로를 다변화할 수 있게 됐다. 2M+H 당시 20개였던 노선도 27개로 확대됐다. 주간 선복량도 11.3% 증가한 4만3000TEU로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초대형선은 단위당 원가를 줄일 수 있어 선사의 경쟁력을 좌우한다”며 “초대형선 투입으로 글로벌 선사들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초대형선이 투입된 시점과 디 얼라이언스에 가입한 시점이 지난해 4월로 같다”며 “초대형선이 있었기 때문에 디 얼라이언스에서 HMM을 매력적으로 봤고, HMM 입장에서도 디 얼라이언스에 들어가면서 선박을 훨씬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준비를 마쳤더니 기회가 왔다. 코로나 여파로 선사들이 선복량을 조정하고 물동량이 늘면서 운임이 급등한 것. 

코로나 시국 초반에는 유휴선박률이 9.9%에 달했다. 그럼에도 HMM의 어벤져스, 2만4000TEU급 초대형컨테이너선은 만선 행진을 이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물동량이 줄어들 때, 결국은 경제성이 높은 배들이 우선 운항된다”며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의 경쟁력을 입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양수산부는 HMM의 선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가 선박 발주를 고민 중이다.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논의를 마치고 추가 선박을 발주할 전망이다. 현재 HMM의 선복량은 82만TEU로 세계 8위다. 발주잔량은 3만2000TEU로 글로벌 탑10 중 꼴찌다.

세계 1위 선사인 머스크의 선복량은 411만TEU로 5배 가량 차이가 나고, 선복량 135만TEU로 세계 7위 선사인 에버그린의 발주잔량은 69만TEU로 HMM과 격차 벌리기에 돌입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운산업은 글로벌 1위에서 7위까지의 선사가 시장의 75%를 점유하고 있는 구조”라며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여건상 선복량을 계속해서 확대해야 글로벌 선사와 꾸준히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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