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흥행 ‘대박’ 국민의힘 전대…‘유진산’ 없었던 아쉬움
[주간필담] 흥행 ‘대박’ 국민의힘 전대…‘유진산’ 없었던 아쉬움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1.06.12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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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출마 선언하고 40대 기수론 힘 실은 유진산…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참고했다면 어땠을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40대 기수론 당시 유진산과 같은 희생적 리더십이 없었다는 점은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시사오늘 김유종
40대 기수론 당시 유진산과 같은 희생적 리더십이 없었다는 점은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시사오늘 김유종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대박’을 쳤습니다. ‘이준석 돌풍’으로 시작해 ‘36세 당대표’ 탄생으로 끝난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경선 기간 내내 전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키면서 ‘성공한 축제’로 이름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듯, 이번 전당대회에도 아쉬움은 남습니다. ‘이준석’이라는 스타 정치인이 탄생했지만, 한편으로는 ‘이준석밖에 없었던’ 전당대회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이준석 신임 대표가 ‘개인기’를 통해 중진 정치인들의 견제를 돌파하는 구도가 형성되면서, 국민의힘이라는 정당 전체의 이미지를 바꾸지 못한 건 이번 전당대회의 한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국민의힘에 ‘유진산’이 있었다면 이번 전당대회의 폭발력은 배가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1971년, 만41세에 불과했던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40대 기수론’을 주창하고 나서자 유진산 당시 신민당 총재는 ‘구상유취(口尙乳臭·입에서 아직 젖내가 남)’라며 반대 전선을 형성했습니다.

그러나 40대 기수론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던 DJ(김대중 전 대통령)가 마음을 바꿔 대선 경선 참여를 결정하고, 이철승까지 가세하면서 신민당에는 거센 세대교체 바람이 불어닥칩니다. 이러자 유진산은 자신이 불출마하는 대신, 세 사람 중 한 사람을 지명할 권한을 달라고 요구합니다. 이렇게 1971년 신민당 대선 후보 경선은 40대 ‘젊은 피’들의 경연장이 됐습니다.

그 결과가 무엇인지는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YS와 DJ는 역사에 남을 명승부를 펼쳤고, 후보로 선출된 DJ는 박정희 당시 대통령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으면서 거물 정치인으로 성장했습니다. 당내 경선에서 패배한 YS 역시 DJ를 위해 전국 방방곡곡 지원 유세를 다니며 국민들이 주목하는 대권 후보급 정치 지도자가 됐습니다. 유진산이 한 발 물러나 40대들이 경쟁할 수 있는 판을 깔아준 것이 신민당의 이미지를 180도 바꿨음은 물론, YS와 DJ라는 ‘미래의 대통령’들을 만든 겁니다.

전 국민의 관심을 끌었던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이준석 신임 당대표를 탄생시키며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뉴시스
전 국민의 관심을 끌었던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이준석 신임 당대표를 탄생시키며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뉴시스

반면 이번 전당대회는 달랐습니다. 불과 3개월여 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4선의 나경원 전 의원과 전직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이었던 5선의 주호영 의원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김웅·김은혜 의원 등이 일으키던 ‘초선 돌풍’을 잠재워버렸습니다. 만약 이들이 불출마하고, 이준석·김웅·김은혜, 나아가 이번 최고위원에 선출된 조수진 배현진 등 젊은 정치인들이 당대표 자리를 놓고 맞붙었으면 어땠을까요.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청년 정치인과 이를 거부하는 중진의 대결’이 아니라, 당의 변화와 개혁을 위해 중진 정치인들이 만들어준 무대에서 젊은 정치인들이 철학과 비전을 제시하는 모양새가 됐을 겁니다.

그랬다면 중진 의원들은 말 그대로 ‘경험과 경륜’을 보여준 품위 있는 정치인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을 것이고, 국민들은 젊은 정치인들이 ‘당의 얼굴’로 도약하는 모습을 보며 국민의힘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을 겁니다. YS와 DJ가 그랬듯, 청년 정치인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거물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도 있었을 테고요. 국민의힘이 ‘인물을 못 키운다’는 비판도 사라졌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이준석’이라는 이름만 남았을 뿐, 다른 청년 정치인들은 ‘찻잔 속의 태풍’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중진 정치인들은 성장하는 ‘새싹’을 견제하기 위해 네거티브전을 펼치는 ‘올드’한 이미지를 덮어쓰게 됐습니다. ‘이준석’을 제외한 모두가 상처를 입은 이번 전당대회를 보며 ‘유진산’을 떠올린 이유입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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