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정치] 일본 근대화의 영웅 사카모토 료마와 이준석 당선
[역사로 보는 정치] 일본 근대화의 영웅 사카모토 료마와 이준석 당선
  • 윤명철 기자
  • 승인 2021.06.13 2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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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신기루가 아닌 진짜 영웅이 되는 길을 선택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기자)

이준석, 신기루가 아닌 진짜 영웅이 되는 길을 선택해야 사진(좌) 일본 왕궁 사진(우)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대표 사진제공=뉴시스
이준석, 신기루가 아닌 진짜 영웅이 되는 길을 선택해야 사진(좌) 일본 왕궁 사진(우)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대표 사진제공=뉴시스

신기루(蜃氣樓)는 물체가 실제의 위치가 아닌 다른 위치에서 보이는 현상이다. 주로 사막이나 극지방의 바다와 같은 불안정한 대기층에서 빛이 굴절하면서 발생한다. 한마디로 일종의 착시현상이다.

신기루는 자연현상이지만 정치와 사회에서도 자주 인용된다. 역사 속에는 신기루와 같은 인물들이 존재했다. 실체도, 능력도 없으면서 시대 분위기에 편승해 벼락출세했다가 몰락한 임사홍, 이이첨, 김자점과 같은 자들이다. 이들은 자신뿐만 아니라 주군도 망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신기루로 취급받아 틴압 받았지만 후일 인류와 국가의 역사를 발전시킨 인물들도 많다. 일본 근대화의 영웅인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당시 에도 막부는 수백년의 평화에 안주해 시대정신인 근대화를 외면했다. 자신들만의 기득권에 취해 결국 미국 페리제독의 함포외교에 굴복해 강제개국의 치욕을 자초했다.

사카모토 료마는 하급무사 출신으로 왕권 복구와 서양 척결을 주장하는 존왕양이(尊王攘夷)파였다. 하지만 서양 오랑캐의 앞잡이로 생각한 가쓰 가이슈(勝海舟)를 암살하려다 오히려 그의 설득에 감복해 제자가 됐다. 평생의 스승이자 동지를 만났고, 일본의 역사도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료마는 조국 일본의 근대화를 위해선 통상과 해운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침내 1863년 고베(神戶)에 후일 해군지원대가 되는 해운회사를 세웠다. 료마는 개혁을 머릿속으로만 구상하고 말로만 외치는 정치꾼들과는 전혀 달랐다. 한 번 계획을 세우면 곧바로 실천에 옮겼다.

료마는 근대화의 최대 걸림돌인 에도 막부의 붕괴를 주도했다. 反막부세력의 통합을 위해 상호 적대적인 관계인 사쓰마번(薩摩藩)과 조슈번(長州藩)의 동맹을 성공시켰다. 료마의 의도대로 사쓰마번과 조슈번은 연합해 에도 막부를 굴복시켰다. 마침내 700여년 가까운 세월 일본을 지배했던 사무라이 천하는 종식됐다. 일본 근현대사의 가장 극적인 순간인 천황이 통치권을 회복한 대정봉환(大政奉還)이 실현됐다.

이로써 아시아의 변방 봉건국가인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단행했고, 아시아 최초의 입헌군주국이 됐다. 아울러 아시아 최초의 근대화 국가로 우뚝섰다. 일본의 근대화는 사카모토 료마에 의해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하늘은 그의 역할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았다. 료마와 일본의 미래를 반대하는 세력들이 그를 용서치 않았다. 결국 료마는 1867년 11월 15일 쿄토에서 친구인 나카오카 신타로(中岡愼太郞)와 함께 막부순찰대의 습격을 받아 33살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사카모토 료마는 에도막부의 기득권에 맞설 당시만 하더라도 ‘신기루’와 같은 존재였다. 철저한 신분제 사회에서 하류 무사 출신인 그가 근대화를 꿈꾼다는건 망상 그 자체였다. 하지만 료마는 앙숙관계인 조슈번과 사쓰마번을 통합해 대정봉환의 대역사를 만들었다. 그의 출신보다 ‘근대화’라는 시대정신이 더 절실했기 때문이다. 만일 일본인들이 출신성분과 같은 구시대의 기준으로 료마를 평가했다면 일본은 아시아의 변방 신세를 못 변했을 것이다. 

료마도 일본의 근대화가 자신의 역할임을 정확히 깨닫고 이를 실천했다. 료마는 자신이 근대화의 주인공이 되길 원하지 않았고, 메이지 천황을 주인공을 만들었다. 그 결과, 사카모토 료마는 신기루가 아닌 진짜 영웅이 됐다.

지난 11일 보수 야권 최초로 당 대표에 36세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선출됐다. 국민의힘 경선이 시작할때만 하더라도 의정 경력이 일천한 이준석 신임대표가 돌풍을 일으키리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그가 의외의 돌풍을 일으키자 경쟁자들은 그의 자질과 평소 언행이 정권교체를 위한 당대표로서는 적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보수 지지층은 달리 생각했다. 정권 교체를 위해선 이준석의 자질과 언행이 중요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변해야 정권교체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이준석 신임대표는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보수지지층의 절규를 잊어서는 안 된다. 보수 야권 최초의 30대 당대표라는 타이틀에 도취하지 않고 ‘정권교체’를 위한 머슴이 돼야 한다. 지금은 자신이 주인공이 아닌 정권교체를 위한 필승의 대선후보를 위한 조연이 돼야 한다.

일본인들이 가장 존경하고 좋아하는 인물 1~2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근대화의 영웅 사카모토가 남긴 말 중 하나다. 

“역사를 이루어 가는 주체들이 위대한 점은 과연 무엇일까? 평범한 자들로서는 결코 행할 수 없는 자기희생과 진정한 용기 그리고 과감한 결단력이 바로 그들을 위대하게 만드는 점일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자들을 일컬어 영웅(英雄)이라 한다. 역사란 그러한 영웅들에 의해 변혁되어 지면서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준석 돌풍이 ‘신기루’가 아닌 료마의 말대로 자기희생과 진정한 용기 그리고 과감한 결단력으로 정권교체의 새 역사를 창조하길 기대해 본다. 료마와 같은 역사의 영웅과 임사홍과 같은 죄인이 되는 것은 자기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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