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폭등에 젊은층 ‘脫서울’ 가속화…‘삶의 질 빈부격차’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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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폭등에 젊은층 ‘脫서울’ 가속화…‘삶의 질 빈부격차’ 우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06.14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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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주거의 질' 찾아 경기·인천 등 수도권 중심·변두리서 내 집 마련
일자리·교육·교통·문화 인프라 미비, 미래세대로 '삶의 질' 격차 대물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서울 지역 집값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서울을 떠나 인천, 경기 등에 내 집을 마련하는 수요자들이 단기간에 증가하는 모양새다. 외곽 지역의 경우 일자리·교육·교통·문화 등 생활 인프라가 아직 구축되지 않은 곳이 많은 만큼, 삶의 질에 대한 격차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깊어지는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 R-ONE 부동산통계를 살펴보면 서울 지역 거주자가 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위치한 주택을 매매한 거래 건수는 2017년 4만6071건, 2018년 4만6327건, 2019년 3만5887건에서 2020년 6만8859건으로 폭증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서울 지역 거주자의 전국 주택 매매거래 중 75.54%에 해당한다.

이처럼 탈(脫)서울로 해석할 수 있는 현상은 올해 들어서도 지속 중이다. 2021년 1~4월 경기·인천 지역에서 서울 거주자가 주택을 구입한 건수는 2만2651건으로, 2017년 동기 1만1734건, 2018년 동기 1만5019건, 2019년 동기 8596건, 2020년 동기 2만854건에 비해 더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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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만한 부분은 속도뿐만이 아니다.

우선, 주거의 질을 높이고자 서울 밖에서 내 집을 마련하는 수요자들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서울 거주자가 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서 주택을 사들인 전체 사례 중 '아파트' 매매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63.10%(2만9074건), 2018년 66.96%(3만1024건), 2019년 64.26%(2만3064건) 등 60%대에 머물다가 지난해 74.65%(5만1410건)으로 뛰었고, 올해 1~4월에도 71.82%(1만6268건)를 기록하며 70%대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에서 다세대, 빌라, 임대주택 등에 들어가느니, 차라리 비슷하거나 보다 저렴한 비용을 투입해 수도권 지역 아파트를 택한 수요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 가능한 대목이다.

또한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수도권 중심에서 재차 이동해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변두리 지역으로 가는 수요자들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서울 거주자의 경기 의정부 지역 내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는 2017~2019년 700~800건대에 줄곧 머물다가 2020년 1615건으로 급격히 증가했으며, 포천과 양평의 경우에도 지난해 100건을 넘어섰다. 고양, 김포, 파주, 양주, 남양주, 안양, 화성 등 한동안 저평가됐던 지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관측됐다. 예를 들어 서울 지역 거주자가 고양 지역 아파트를 매입한 건수는 2000~3000건대에서 지난해 6000건대로, 같은 기간 김포는 1500건대에서 4000건대로, 양주는 500건대에서 1000건대로 각각 증가했다.

이를 주도하는 게 젊은 세대라는 점도 눈에 띈다.

20세 이하~30대 매입자의 경기·인천 지역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는 2019년 5만260건에서 2020년 10만3635건으로 106.19% 늘었고, 같은 기간 동일 지역 내 40대~50대의 경우 2019년 9만413건에서 2020년 16만4602건으로 82.05% 올랐다. 거래 건수 자체는 4050세대가 많지만 증가폭은 2030세대가 더 가파른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 들어서는 더욱 분명히 드러난다. 2021년 1~4월 2030세대의 경기·인천 지역 아파트 매입 건수는 3만3952건, 4050세대는 4만3284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2030세대(3만3994건)는 큰 차이가 없는 반면, 4050세대(6만1450건)는 급격하게 매매거래가 줄었다.

결국 현재 수도권 외곽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탈서울 현상의 중심에는 주거의 질을 확보하려는 젊은 세대가 있다고 분석할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서울에서 수도권 중심으로, 다시 수도권 중심에서 변두리로 갈수록 '주거의 질'은 높일 수 있어도 일자리·교육·교통·문화 등 생활 인프라 미비로 '삶의 질'은 떨어지기 마련이라는 데에 있다. 특히 현재 탈서울하고 있는 젊은층의 경우 서울 출퇴근 교통 문제로 불편을 느끼거나 새로 정착한 거주 지역에서 일자리를 얻기 어렵고, 상대적인 학군과 문화 인프라 차이로 인해 그들의 자녀 세대까지 삶의 질 격차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인천과 경기권에 주택을 산 젊은 세대들 중 절반 이상은 패닉바잉이거나 투자 목적 수요자들인데, 지금과 같은 부동산시장 환경이 계속되면 결국 그들 모두 수도권 중심과 변두리 지역의 실거주자가 될 거다. 서울 진입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현 젊은층과 미래 세대를 위해서는 국토균형발전을 운운할 게 아니라 수도권 외곽 지역까지 다양한 인프라를 확충시켜야 하는데, 당장 정부한테 그럴 예산도, 계획도 없다는 게 문제다. 마치 시한폭탄과 같은 일"이라고 경고했따.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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