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종이책보다 비싸진다”…구글 통행세에 업계 반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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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종이책보다 비싸진다”…구글 통행세에 업계 반응은?
  • 한설희 기자
  • 승인 2021.06.16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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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인앱결제 수수료 30% 강제…웹툰·웹소설·전자책도 해당
출판계 "최대 40% 가격 인상 불가피"…전자책값, 종이책 역전
창작자 "법으로 구글 막아야"…일각서 "출판협회도 갑질" 지적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국내 출판업계가 ‘전자책값 인상’ 카드를 꺼냈다.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전자책 값이 종이책을 앞지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시사오늘 김유종
국내 출판업계가 ‘전자책값 인상’ 카드를 꺼냈다.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전자책 값이 종이책을 앞지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시사오늘 김유종

구글이 오는 9월부터 전자책·웹소설·웹툰 등 디지털 콘텐츠 전반에 수수료 30%를 받겠다고 선언하자 국내 출판업계가 ‘책값 인상’ 카드를 꺼냈다. 유통사가 최대 40%까지 비용을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전자책 값이 종이책을 앞지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글로벌 기업인 구글의 갑질이 고스란히 창작자들과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카카오·네이버·리디북스 등 “구글 수수료 30% 내려면 가격 인상 불가피”


16일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네이버 시리즈 △리디북스 △교보문고 △예스24 등 전자책 유통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유통사들은 최소 20%에서 최대 40%까지 이용료 인상을 고민 중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구글이 자사 결제방식(인앱결제)을 사용하는 업체들에 대해 30%의 사용료를 징수하면, 디지털 콘텐츠 업체들은 수수료 납부로 인한 적자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며 공급가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구글은 오는 9월부터 게임 앱에만 적용했던 인앱결제 방식을 디지털콘텐츠 전반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인앱결제를 강행하면 관련업계는 30%의 사용료를 구글에 내야 하기 때문에 일명 ‘구글 통행세’라고도 불린다. 

현행 도서정가제에 따라 국내 출판사 전자책 정가는 종이책 정가의 약 70~80%로 산정된다. 출판업계가 대거 전자책 값을 올릴 경우, 기존 종이책보다 전자책 정가가 비싸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협회는 “소비자들이 앱에서는 할증된 가격으로, 인터넷상에서는 제값으로 책을 사는 가격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한국 전자책 시장은 미국이나 유럽의 ‘킨들’ 디바이스 중심이 아니라 스마트폰 기반의 시장이다 보니, 구글 인앱 결제에 더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웹툰·웹소설 작가들 “구글, 갑질 법으로 막아야”…일각선 “출판사 꼼수”


출판계가 독자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구글 갑질 방지법' 법안은 현재 여야 정쟁으로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표류 중이다. ⓒ뉴시스
출판계가 독자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구글 갑질 방지법'은 현재 여야 정쟁으로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표류 중이다. ⓒ뉴시스

창작자들은 일제히 정치권을 향해 ‘구글 통행세 반대법’ 제정을 주장하고 있다.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화 조치가 웹툰·웹소설 시장을 축소시키고, 나아가 작가를 꿈꾸는 수십만 작가 지망생의 활동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국만화가협회와 한국웹툰작가협회는 즉각 성명서를 통해 “마땅한 대안 플랫폼이 없는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기업(구글)이, 자사 플랫폼 이용의 수수료를 30%로 인상하는 것은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는 것”이라며 “명백한 불공정 행위이자 갑질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출판업계가 구글 통행세를 핑계 삼아 전자책 값을 올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출판협회와 플랫폼의 갑질을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린 '창작자연대'는 “11년 전 애플 앱스토어에서 시행된 인앱결제 의무 기능이 도입된 이후, 출판사들은 전자책 가격을 더욱 높이려고 하고 있다”며 “현행 전자책 가격은 EPUB(국제 전자 출판물 표준)으로 만드는 인건비와 작가에게 주는 30%의 인건비를 고려한다 하더라도 지나치게 높게 형성됐다”고 주장했다. 실제 해외 시장에선 아마존 전자책과 종이책 정가가 2배 이상 차이나는 경우도 빈번하다. 

창작자연대는 “한국의 출판계의 미래와 웹소설, 웹툰 작가들을 위해서라도 플랫폼들이 출판계에게, 출판계가 독자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떠넘기는 일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이병훈 의원이 발의한 ‘구글 인앱결제 강제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오는 17일 예정됐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2소위)가 여야 정쟁으로 연기되면서 표류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TBS 감사청구권을 두고 갈등이 깊어져 법안소위가 무기한 연기됐다"며 "회의 재개 일정은 아직까지 나온 바 없다"고 전했다. 

담당업무 : 통신 및 전기전자 담당합니다.
좌우명 :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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