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윤석열, 출마 선언 왜 미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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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텔링] 윤석열, 출마 선언 왜 미룰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1.06.17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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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사안에 입장 낼 때마다 지지율 하락할 수밖에…검증 기간 최소화할 필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출마 선언 요구가 강해지고 있다. ⓒ뉴시스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출마 선언 요구가 강해지고 있다. ⓒ뉴시스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출마 선언 요구가 강해지고 있습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7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처럼 신비주의로 외곽을 돌며 검증을 회피한 채 측근을 통해 말만 흘리는 건 정직하지 못한 태도”라고 말했고, 박용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전언정치’라니, 지금이 무슨 5·6공 때인가. 지금은 2021년”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채널A <뉴스A>에 출연해 “아마추어 티가 나고 아직은 준비가 안 된 모습”이라며 “입당을 하면 조직적으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유승민 전 의원 역시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정치를 시작하겠다’라는 공식 선언은 안 했는데 대변인은 있는 상태”라며 “우리 상식하고는 좀 안 맞아서 의아스럽게 생각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여야 모두 윤 전 총장의 ‘정식 등판’을 촉구하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많은 정치권 관계자들은 윤 전 총장이 하루빨리 정치 입문을 공식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정치권에서는 왜 윤 전 총장의 공식 선언을 요구하고 있는 걸까요. 또 왜 윤 전 총장은 아직까지 출마 여부에 대해 확답하지 않는 걸까요.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한 단어로 요약됩니다. ‘검증’입니다.

일반적으로 장외 주자들의 지지율은 ‘기대감’에 기인하는 면이 큽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그랬고,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그랬고, 윤 전 총장도 그렇죠. 문제는 사업가의, 외교관의, 법조인의 역할과 정치인의 역할이 완전히 다르다는 데 있습니다. 사업가와 외교관, 법조인은 사회적으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정치인은 그 이해관계를 직접 다루고 조정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때문에 전 국민의 사랑을 받던 인물이라도 일단 정치에 발을 들이면 지지율은 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선 후보라면 자유와 평등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는지, 조세 정책에 대한 입장은 어떤지,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수술실 CCTV는 설치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등 개별 사안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할 의무가 있는데, 자신의 뜻을 명확히 할 때마다 실망하는 지지자가 생길 수밖에 없는 까닭입니다.

또한 대선 후보는 모든 정치인과 언론들의 집요한 공격을 극복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비위는 물론, 확인되지 않은 의혹까지도 매일같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경우가 다반사니까요. 이런 측면에서 보면, 윤 전 총장 입장에서는 최대한 정계 입문을 미뤄 ‘검증 공세’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게 가장 유리할 겁니다. 반대로 경쟁 후보들은 어떻게든 윤 전 총장을 빨리 ‘검증의 무대’로 끌어내야 할 테고요.

윤 전 총장 입장에서는 대선까지 남은 9개월여 내내 자신의 이름이 언론을 달구는 걸 원치 않을 겁니다. 하지만 경쟁 후보들은 윤 전 총장에 대한 기대감을 걷어내고 ‘진짜 지지율’이 드러나야 제대로 된 경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아마도 윤 전 총장이 대선 출마 선언을 하기 전까지는 이 지루한 줄다리기가 계속되지 않을까 싶네요.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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