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조국에서 이준석으로 옮겨간 ‘공정’ 담론
[주간필담] 조국에서 이준석으로 옮겨간 ‘공정’ 담론
  • 조서영 기자
  • 승인 2021.06.20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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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시간〉과 〈공정한 경쟁〉…당신이 생각하는 공정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조서영 기자)

ⓒ각 출판사 갈무리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공정’이라는 키워드 아래 두 사람은 동일선상에 섰다.ⓒ각 출판사 갈무리

두 권의 책을 나란히 놓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하 조국)의 <조국의 시간>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이하 이준석)의 <공정한 경쟁>이다.

진보와 보수, 86세대와 80년대 생, 부산과 서울 출생, 그 어디에도 뚜렷한 접점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공정’이라는 키워드 아래 두 사람은 동일선상에 섰다. 2019년 조국이 대한민국에 공정이란 화두를 던지고, 그로부터 2년 뒤 이준석이 공정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부상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조국의 시간>…“제도 개선은 멀고 자식의 패배는 가까웠다”


<조국의 시간>은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지난 2년간의 일련의 사태를 담아낸 책이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먼저 <조국의 시간>을 펼쳐보자. 지난달 31일에 발간되자마자 하루 만에 10만 부가 팔리는 등 품절 대란이 벌어진 책이다. 조국은 이를 통해 2019년 8월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지난 2년간의 일련의 사태를 술회했다.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과 함께 검찰에 대한 오랜 생각을 담아냈다.

검찰과의 전쟁은 빼고, 순수한 ‘공정’에 대한 그의 생각은 무엇일까. 2년 전 청년들이 조국 사태에 분노한 지점은 내로남불, 즉 위선이었다. ‘붕어·개구리·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외치던 조국과,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려는 현실 속 조국의 괴리. 그곳에서 오는 박탈감과 배신감에서 공정 담론이 촉발됐다.

이에 대해 그는 2019년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통상적으로 금수저이자, 세상에서 강남 좌파라고 부르는 것도 맞다”면서도, “금수저이고 강남에 살아도 우리 사회 제도가 좀 더 좋게 바뀌면 좋겠다, 공평하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답한 바 있다. 그의 호소는 개인의 삶과는 별개로, 계층 이동이 가능한 제도와 권력 구도를 바꿀 기회를 달라는 것이었다.

2년 후 발간된 책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자기 객관화와 성찰이 덧붙었기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를 “겉과 속이 모두 빨간 ‘토마토’가 되지 못하고 겉은 빨갛지만 속은 하얀 ‘사과’(356쪽)”라고 서술했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강남 좌파로 정부 비판에 나섰지만, 자신의 강남성에 대한 성찰과 개선 노력은 취약했다(359쪽)”며 자기 성찰로도 이어졌다. 그가 오랜 기간 지식인인 동시에 생활인으로서 고뇌했던 지점이 아래에 잘 드러난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 사상과 실천 그리고 대규모 기부를 하는 사람들의 선행에 감명 받으면서도 집 장만하고 자식 교육과 노후를 위해 저금을 하고 펀드에 돈을 넣는다. 자식 문제로 가면 더 어려워진다. 제도 개선은 멀고 자식의 패배는 가까우니 흔들린다.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 던져진 자식에게 더 공부하라고 다그치지 못하지만 공부하지 말라고 하지도 못한다. 학원을 보냈다가 끊었다가를 반복한다. 특목고 가라, 명문대 가라고 윽박지르지는 못하지만, 자식이 공부를 잘해 진보적 의식이 있는 명문대생이 되기를 바란다.” - <조국의 시간>, 357쪽.

그럼에도 위선에 대한 비판에는 조형근 교수의 글을 인용하며 방어했다.

“역설적이지만 위선이야말로 선을 닮고 싶은 우리의 또 다른 본성을 증거한다. 위선이 ‘악이 선에 바치는 경배’인 이유다. 위선은 역겹지만 위선마저 사라진 세상은 야만이다. 냉소하기보다는 위선의 모순 속으로 걸어가야 할 까닭이다.(359쪽)”

 

<공정한 경쟁>…“열심히 공부하는 자가 이기는 정글의 법칙”


<공정한 경쟁>은 대한민국 보수의 가치와 미래에 대한 진솔한 생각을 담은 책이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위선의 모순’ 속 방황하던 공정 담론은 2021년 이준석에 다다랐다.

조국의 36일의 짧은 임기가 끝나자, 대한민국은 수많은 질문 앞에 섰다.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반 한 정성 평가인 수시와, 수능으로 줄 세우는 정시 전형 중 무엇이 공정한 입시 제도인가란 논쟁이 펼쳐졌다. 뒤이어 발생한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 철폐가 공정하냐는 물음을 던졌다. 젠더 갈등 앞에서도 여성 할당제, 여성 복무제 등의 논란이 뒤따랐다. 결국 이 모든 질문은 ‘공정’이란 담론으로 귀결됐다.

지금껏 수십 년간 입시, 노동, 젠더 등 공정 의제 앞에 서왔지만, 조국 사태 이후는 달랐다. 그간 공정을 주장하는 진보와, 경쟁을 강조하는 보수가 논쟁하며 어느 정도 균형을 이뤄왔다. 그러나 조국 사태 이후 진보는 공정과 정의를 말할 도덕성을 잃어버렸다. 이에 공정이란 진보적 의제를 보수가 가져가 탄생한 것이 <공정한 경쟁>, 즉 ‘경쟁이야 말로 공정한 것’이란 결론이다.

이와 관련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조국 사태로 능력주의적인 사고방식을 교정시켜야 된다는 한국의 진보적인 의제 자체에 대한 불신, ‘진보적 의제가 위선이다’는 인식을 심어줬다”며 “진보는 대항할 무기를 잃어버린 것”이라 평가했다.

이제 <공정한 경쟁>을 펼쳐보자. 2019년에 출간한 책의 키워드는 ‘실력주의’다. 최근에는 마이클 샌델의 신간 <공정하다는 착각>을 계기로 ‘능력주의’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는 자신에게 부여된 시대정신을 묻는 질문에 “실력주의(67쪽)”라고 답했다. 능력을 평가하고, 이러한 평가에 따른 결과야말로 공정한 것이란 그의 생각은 책 곳곳에서 나타난다.

왜 공정한 경쟁일까. 이 질문에 자신의 중학교 시절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그는 목동의 한 중학교를 나와 서울과학고 조기졸업, 카이스트 중퇴 후 하버드대에서 컴퓨터과학과 경제학을 전공했다.

“목동으로 이사 가서 월총중학교를 다녔어요. (중략) 각 가정을 들여다보면 이런 저런 차이가 있겠지만 적어도 겉으로 보기엔 비슷했어요. 회사 다니는 아버지가 많았고, 같은 학원에 다녔고, 똑같이 교육열이 대단했죠. 서로 비슷한 환경이라 위화감 같은 것이 없었어요. 친구끼리 보여줄 수 있는 것은 공부뿐이었어요. 오직 공부로 서열이 매겨졌지요.

그 때문에 무한 경쟁, 어찌 되었든 공정한 경쟁이 펼쳐졌습니다. 정글의 법칙이 펼쳐진 거예요. 차이점이 있다면 정글처럼 힘이 센 자가 아니라 열심히 공부하는 자가 이기는 게임이었어요. 중학생에 불과한 아이들 700명이 등수를 두고 다투었어요. 좀 잔인한 측면도 있지만 저는 그 시절의 공부가 내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완벽하게 공정한 경쟁이었고요. 줄 세우기 공부의 종결판이라고 해야 할까요?” - <공정한 경쟁>, 201~202쪽.

한국에서의 학창시절을 통해 형성된 생각은 미국 유학시절에서 더 공고해졌다. 그는 미국에서 배운 것은 ‘힘’과 ‘능력’이라며, “힘과 능력이 있는 자가 세상을 지배하고 번영하는 현장을 본 것(212쪽)”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자유이며, 공정은 그 위에서 하는 달리기 게임”이라며, “자유의 가치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낙오자를 위해 어떤 제도를 만들 것인지 고민하면 된다(218쪽)”는 철학을 제시했다.

이러한 생각은 정치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정치 실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경험과 경륜이 아닌 실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험과 경륜을 포괄하는 말이 실력이라고 봐요. 사실 실력이 존중받고 그것이 양성되는 정치 풍토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경험과 경륜으로 이것을 누르려고 해요. 경험과 경륜은 정치를 오래 하면 생기는 것이죠. 경험과 경륜을 주장하는 정치인들은 실력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봐요(103~104쪽)”. 그의 이러한 생각은 현재 추진 중인 토론 배틀을 통한 당 대변인 선출을 통해 현실화되고 있으며, 공약이던 공직후보자 자격시험은 논쟁 중에 있다.

이렇듯 개인의 고뇌이자 진보 지식인의 위선은 2년 후 30대 야당 대표의 돌풍으로 이어졌다. 공정 담론의 주도권을 빼앗긴 진보는, 평등과 정의에 대한 발언의 힘 역시 약화됐다. 그렇다면 발언권을 얻은 젊은 보수가 말하는 경쟁은 공정할까. 자유로운 경쟁 하에 줄 세워진 능력에 기반 한 입시, 입사는 정의로운가. 2년이 지난 이젠, 우리는 더 나은 결론에 도달해야만 하지 않을까.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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