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형섭 “생체신호로 안전사고·돌연사 예방 가능…사람 살리는 진짜 기술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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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형섭 “생체신호로 안전사고·돌연사 예방 가능…사람 살리는 진짜 기술 박차”
  • 울산=김용주 기자
  • 승인 2021.07.08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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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섭 HHS 대표
생체신호 안전모 개발…2021 CES 혁신상 수상
피트니스·농업·軍 전투모 등 응용 분야 무궁무진
“생체신호 데이터 분석 전문 기업으로 도약할 것”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울산=김용주 기자]

생체신호안전모를 보이며 설명하고 있는 HHS 한형섭 대표 ⓒ시사오늘(사진=김용주 기자)

“사람을 살리는 기술이 진짜 기술입니다. 사고를 예방하고, 다칠 사람도 구해야 하죠.”

한형섭 (주)HHS 대표의 말이다. 생체신호를 활용해 안전사고를 방지하는 연구를 거듭해온 그는 평택항에서 일어난 대학생 안전사고 이야기를 전하며 살짝 목이 멘 채 강조했다. 한 대표는 뇌파·심전도·근전도 등 생체신호와 관련된 역량을 입증하며 촉망받는 젊은 기업가다. 그의 기술과 철학에 대해 듣기 위해 〈시사오늘〉은 최근 울산에 있는 HHS의 사무실을 찾았다.

- HHS라는 기업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준다면요.

"휴먼헬스 앤 해피니스시스템(Human health and Happiness System)의 약자입니다. 제 이름의 이니셜이기도 하죠.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목적인 생체신호 전문 기업입니다. 생체신호는 인간이 발생시키는 가장 미세한 전류인데요. 이를 측정하고 해석하는 것이 HHS의 핵심기술입니다. 뇌파를 측정하고, 심전도나 근전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그 데이터를 통해 사고를 방지하거나, 혹은 운동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생체신호라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요.

"전자공학, 컴퓨터 공학에서 신호분석을 공부하고, 2012년에 생체신호분석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획득했습니다. 생체신호는 내 몸이 보내는 객관적인 보고서와 같은 것이거든요. 그런데 이 보고서를 주기적으로 받아서 정리하고, 해석하면 훨씬 여러 분야에 응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머리에서 내놓는 뇌파, 심장의 상태를 알 수 있는 심전도, 근육의 활성도 등 상황을 체크할 수 있는 근전도 등을 통해 자신의 몸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는 거죠. 이를 공유하면 다른 사람도 제 몸 상태에 대해 알 수 있게 되는 겁니다."

- 첫 아이템이 뇌파를 통해 사고를 방지하는 안전모입니다. 어떻게 개발하게 됐습니까.

"공동창업자인 아버지가 현대중공업에 41년 근무하셨습니다. 안전 관리도 2년간 하셨는데, 아직도 매번 종이차트를 가지고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IT가 이 정도로 선진화된 우리나라에서 아직 왜 안전 관리가 어려울까, 생각하다가 근로자들이 반드시 써야 하는 안전모를 개발하게 됐습니다."
 

인간의 뇌파를 통해 생체신호를 분석 할 수 있으며 사고를 미연에 방지 할 수 있는 생체신호안전모ⓒ시사오늘(사진=김용주 기자)
인간의 뇌파를 통해 생체신호를 분석할 수 있으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생체신호안전모ⓒ시사오늘(사진=김용주 기자)

-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는지요.

"안전모를 쓰는 순간 뇌파를 측정해서 사고가 나기 쉬운 상태에 놓여있는 근로자를 미연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만에 하나 사고가 나더라도 빠르게 조치 및 대처가 가능하죠. 센서가 스트레스 정도, 신체 활력도, 누적 피로도 등을 파악해 건강 데이터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발작, 졸음 상황, 가스 흡입 등 이상 징후가 발생 시 곧장 중앙 서버로 내용이 전송된 뒤 경보가 울리게 됩니다."

-안전모를 아예 잘 착용하지 않아서도 문제가 생기는데요.

"제가 개발한 안전모는 제대로 써야 관리자에게 출근 신호가 갑니다. 출근했음을 확인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안 쓸 수가 없죠. 기업으로서도 인력 관리가 혁신적으로 편리해질 겁니다."

-기업들의 안전에 대한 소극적 투자가 걸림돌이 되진 않을까요.

"사실 안전모가 개발된 뒤 처음엔 뜻밖에 기업들이 뇌파 측정 안전모 도입을 썩 내켜 하지 않았습니다. 사람 한 명이 사고 나서 그걸 수습하는 가격과, 이걸 도입하는 가격이 비슷하기 때문이었죠. 시스템에 투자하길 꺼려 하는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되고, 초연결 사회로 돌입하며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업장을 관리하는 흐름이 오다 보니까 이젠 도입을 피할 수가 없어졌습니다. 여러 곳에서 다급하게 문의 전화가 걸려오기도 하고요, 기술에 관련해서 함께 논의하고 싶다는 분들도 늘어났습니다.

실제 기업의 생산성을 높여서 경제성도 확보해 줄 수 있습니다. 68g 정도 밖에 안되는 무게라 카메라가 달린 안전모보다 훨씬 가볍고 좋고요. 착용감도 이미 개선한 상태입니다. 중장비 기사에게도 착용시키고 GPS를 통해 위치를 관리자 측에서 확인하면, 안타까운 안전사고도 미연에 예방할 수가 있거든요. 이건 심지어 군에서도 이용이 가능합니다. 전투모를 통해 병사 관리와 병사 컨디션을 체크하면 여러 가지 사고를 방지할 수 있으니까요."

- 뇌파를 이용해서 졸음운전을 방지하는 시스템도 개발했다고 들었습니다.

"운전자가 졸리면 광자극, 즉 불빛을 이용해 각성시키는 시스템입니다. 사실 제 박사학위 논문이었습니다. 한국도로공사와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해서 뇌파를 통해 운전자의 졸음을 감지하는 연구를 했어요. 그런데 도로공사에서 '감지하는 건 좋은데, 찰나간에 사고가 난 뒤에 대처하면 뭐 하겠습니까. 졸음을 쫓아버릴 순 없을까요?'라는 의견을 냈습니다. 그래서 LED 광자극 패턴을  연구해 운전자가 졸릴 때 시야에 노출되면, 뇌파가 각성 상태로 바뀔 수 있는 연구에 성공해 제가 그걸로 학위를 받았죠. 다만 도로 시설물에 설치할 경우 너무 광범위하기도 하고, 어디에 설치했을 때 제일 효율이 좋을지를 도로공사와 고민하다 지금은 잠시 진행이 멈춰있는 상태입니다."

-심전도를 활용한 사례는 뭐가 있을까요.

"심장문제는 빠르게 발견하면 사람을 많이 살릴 수 있습니다. 뇌파를 깨어 있을 때 안전 관리에 이용했다면, 자는 동안 무선으로 심전도를 체크하는 겁니다. 수면 중 돌연사를 방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봅니다. 특히 의료계에서 지금은 심장병에 대해 병적 징후만 연구를 하고 있거든요. 심전도를 꾸준히 측정한 데이터는 아무도 모르는 미지의 영역입니다. HHS의 심전도 측정 기술로 데이터를 축적하면 이건 사회 전체의 건강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HHS가 단순히 신호를 측정하고 분석하는 것을 넘어서 생체 데이터 전문 분석기업이 되고자 하는 포부를 갖고 있는 이유기도 하죠."
 

운동선수들의 효율적인 생체관리가 가능한 제품으로 생체테이터를 활용한 몸 상태의 변화를 알 수 있는 제품을 개발, 설명을 하고 있다.ⓒ시사오늘(사진=김용주 기자)

- 근전도를 통해 스마트 피트니스 시스템도 개발하셨다고요.

"피니피니라는 브랜드인데, 사실 스마트폰 안전모보다 먼저 개발됐습니다. 운동 전문가들은 사실 하루에 30분 이상 운동을 하지 않는 분들도 많다고 합니다. 아침에 15~20분, 일과 마칠 때 15~20분 정도로 몸 컨디션을 유지합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살펴보니, 자신의 몸에 대해 파악한 수준이 다릅니다. 개인 트레이너를 붙이는 이유도 여기 있죠. 근육엔 힘이 다 빠진 상태인데, 운동 횟수만 늘리다 관절이 다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렇다면 작은 센서로 근전도를 체크하면 어떨까? 해서 생체신호를 접목시키게 된 거죠. 예를 들어 운동처방사가 '지금 12회의 반복 운동을 하고 계신데, 제가 생체신호로 보니 8회쯤 되니 다른 데로 힘이 분산됩니다. 관절 등에 무리가 안 가게 9~10회로 바꾸죠'라는 처방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 업계 반응은 어떤가요.

"원래 스포츠 센터와 제휴해서 개발했는데 코로나19로 휴관이 되면서 도입이 일시 중지된 상태거든요. 그런데 그 사이 서울 강남의 고가 필라테스 업체 등에서 꾸준히 문의가 옵니다. 운동 결과를 모니터링해서 보여주면 서비스 차원이 올라갈 수 있다는 판단을 하더라고요. 곧 스포츠에도 저희 기술을 이용한 생체신호 데이터 기록과 분석이 도입될 것 같습니다. 전문 운동선수의 1년 치 생체신호 변화를 통한 몸 상태를 통계로 확인할 수 있는 겁니다."

-최근 농어촌공사가 농업안전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농업에도 도입이 가능할까요?

"물론입니다. 농업 사고는 아예 안전관리자도 없습니다. 도입이 시급하죠. 스마트팜이 도입된 시대이기 때문에, IOT도 빠르게 시스템으로 연계가 가능합니다."

2019년 100만번째 디자인등록증 수여식으로 청와대 초청 이후 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시사오늘(사진=HHS 제공)

- 지난 2019년 100만 번째 디자인 등록증 수여식으로 상당히 주목받았습니다.

"회사로선 터닝포인트가 된 기점입니다. 2018년까진 개발에만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기술은 좋은데 연구만 하다 보니 투자도 더 받지 못하고, 힘든 시간이 이어지고 있었죠. 그때 마침 디자인 등록 100만 호로 청와대 초청을 받게 된 거에요. 2019년 말에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고, 나라에서도 '관심이 있으면 도와줄 테니 세계 시장에 나가보자'라고 손을 내밀었습니다. 2020년 세계 3대 전시회 라스베이거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나갔는데 무려 200여 명의 해외 바이어를 발굴하는 데 성공했어요. 해외 시장에선 소위 '먹히는 아이템이구나' 싶어서 용기를 얻었습니다.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았지만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도전을 했어요. 그 결과 2020 발명특허대전에서 산자부 장관상을 수상하고, 2021년 CES에선 이노베이션 어워드 신인상을 수상하게 됐습니다."

-향후 본인과 HHS의 비전, 포부 등을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스타트업을 해 보니 쉽지 않았습니다. 기술과 아이디어만 있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그래도 드디어 제품화가 되고 서비스가 되는 단계까지 와서 저 스스로 성장했음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하) 이제 그걸 넘어서 제 비전은 회사 이름처럼, 인간의 건강과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는 생체신호 기반기술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거죠. 데이터 센터도 구축하고요. 미국도 기술은 있는데 개인정보보호법때문에 데이터 축적을 못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우리가 먼저 법이 개선될지도 모르죠. 중대재해법처럼,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봅니다. 모든 연구 기업들이 그렇지만 '자신의 시대'가 올 때까지 버티는 게 관건이거든요. 나라에서 도와주는 것도 좋지만 민간 투자자들이 큰 투자로 관심을 많이 가져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하) 세상을 좋게 바꾸는 일이잖아요. 사람을 살리는 기술이고요. 그게 제 비전입니다."

담당업무 : 경남지사 기자입니다.
좌우명 : 어제의 결과는 오늘이며 오늘의 결과는 내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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