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M&A는 아직 ‘ing’…후폭풍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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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M&A는 아직 ‘ing’…후폭풍 밀려온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07.06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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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I, 중흥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지정에…DS네트웍스, 법적 절차 밟을 전망
노조 "할 수 있는 모든 것 하겠다"…일부 임직원들, 대주주 배임죄 고소 논의中
'예의주시' 정치권, 노조 호소문에 '국감' 응답할까…호반건설 불참 배경 의혹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대우건설은 과연 중흥건설그룹의 품에 들어갈 수 있을까. KDB산업은행·KDB인베스트먼트가 재입찰 끝에 중흥건설 컨소시엄을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가운데, 업계와 정치권에서는 입찰 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의혹과 논란으로 인해 후폭풍이 발생,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말이 나온다 ⓒ 시사오늘
대우건설은 과연 중흥건설그룹의 품에 들어갈 수 있을까. KDB산업은행·KDB인베스트먼트가 재입찰 끝에 중흥건설 컨소시엄을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가운데, 업계와 정치권에서는 입찰 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의혹과 논란으로 인해 후폭풍이 발생,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말이 나온다 ⓒ 시사오늘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중흥건설그룹이 우여곡절 끝에 선정됐다. 대우건설 대주주인 KDB산업은행·KDB인베스트먼트와 중흥건설그룹은 M&A를 연내 마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입찰 과정에서 졸속매각과 불공정 논란이 불거진 만큼, 매각 마무리 시점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5일 KDB인베스트먼트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2일 진행한 대우건설 매각 재입찰 결과 중흥건설 컨소시엄(이하 중흥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경쟁자인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이하 DS네트웍스)은 예비 대상자로 지정됐다. 중흥건설이 재입찰서 적은 인수가는 2조1000억 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이뤄진 본입찰 당시 제안한 금액보다 약 2000억 원 낮아진 것이다.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매각대금과 거래의 신속성·확실성, 대우건설의 성장과 안정적 경영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했다. 중흥건설의 자금조달계획이 (DS네트웍스보다) 더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대우건설 인수 후 전략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이 제안서에 담겼다"고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배경을 설명했다.

KDB산업은행·KDB인베스트먼트는 이달 말께 중흥건설과 매각 관련 MOU를 체결하고, 실사를 진행한 뒤 대우건설 M&A 본계약을 맺는다는 방침이다. 입찰 과정에 이어 딜 클로징도 속도전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중흥건설 역시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중흥건설그룹은 6일 보도자료를 내고 "대우건설 매각 주체인 KDB인베스트먼트와 MOU 체결, 실사, 주식매매계약, 기업결합 신고 등을 신속하게 진행해 연내 인수를 완결할 것"이라고 내세웠다.

그러나 업계와 정치권에서는 대우건설 매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입찰이 이뤄진 것에 대한 후폭풍으로 인해 KDB산업은행·KDB인베스트먼트와 중흥건설의 계획대로 M&A가 마무리될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실제로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을 비롯해 정책금융기관이 주도하는 기업 매각에서 특정 인수 후보가 높은 입찰가를 제시했다는 이유로 재입찰을 실시해 이전보다 낮은 가격에 딜 클로징에 이르는, 즉 '역(逆)프로그래시브딜로 우선협상대상자가 지정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

거대한 후폭풍이 일 조짐은 벌써부터 엿보인다. 우선, 중흥건설의 경쟁사인 DS네트웍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DS네트웍스는 이번 입찰 과정 자체가 불공정하게 진행됐다고 보고 KDB인베스트먼트를 대상으로 법적 절차를 밟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결코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직전 입찰에서 1순위 우선협상대상 후보자가 인수 포기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밝혔다면 차점자인 자신들에게 순서가 돌아가야 하는데, KDB인베스트먼트는 재입찰을 진행했다는 이유에서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기업 M&A 관련 소송에서 채권단을 상대로 승소하는 경우, 특히 정책금융기관 상대로 승소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측면에서 DS네트웍스가 어떤 전략을 펼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는 DS네트웍스가 일단 중흥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넣고, KDB인베스트먼트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면서 후속 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시간을 벌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 상황이다.

심상철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대우건설 노조 집행부들이 KDB산업은행과 KDB인베스트먼트의 이번 대우건설 매각을 졸속특혜매각으로 규정하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심상철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대우건설 노조 집행부들이 KDB산업은행과 KDB인베스트먼트의 이번 대우건설 매각을 졸속특혜매각으로 규정하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대우건설 임직원들이 이번 M&A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점도 후폭풍을 확대시킬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대우건설지부(이하 대우건설 노조)는 재입찰이 진행된 지난 2일 서울 을지트윈타워 대우건설 본사 앞에서 '대우건설 매각대응 비상대책위원회 출정식'을 열고 "KDB산업은행·KDB인베스트먼트는 대우건설 매각 개시 후 누구도 납득하기 어려운 초단기간 만에 본입찰을 강행했고, 중흥건설이 입찰가를 높게 썼다는 이유로 재입찰을 진행했다. 이런 상식밖 결정이야말로 특정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밀실특혜매각이 아니면 도대체 뭐라고 설명할 것이며, 어떤 국가에서 정책금융기관이 주도하는 국가자산 매각을 이리도 졸속 진행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대우건설 노조는 "KDB산업은행·KDB인베스트먼트는 이번 매각이 졸속매각임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이번 매각 사태에 대해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의 무도한 행위의 진실을 낱낱히 밝히고 반드시 그 책임을 묻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향후 행동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려우나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대우건설 노조는 졸속특혜매각 의혹에 대한 수사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6일 오후 2시 30분 기준 참여인원 5268명) 동참을 호소 중이다. 또한 금융감독원 등 관계당국에 정식 민원을 제기하고, 감사원 감사 청구를 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노조와는 별개로 일부 대우건설 전현직 임직원들은 최종 재입찰가가 직전 최고 입찰가보다 낮다는 부분을 명분 삼아 대주주를 배임 혐의로 고소하는 것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는 후문이다.

정치권도 이번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우건설 노조는 지난달 18일 국회의원 300명에게 "산업은행의 밀실매각과 잘못된 매각에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발송한 데 이어, 지난 5일 재차 '대우건설 졸속매각, 이 총체적 난국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제목의 호소문을 보냈다. 해당 호소문에서 노조는 "더이상 탈법과 비상식적 매각으로 대우건설을 망치는 것을 임직원들은 좌시할 수 없다. 의원들의 관심으로, 이 나라에 법과 원칙이 살아있다는 것을 KDB산업은행에 경고하는 게 대한민국에 아직 정의가 살아있음을 증명함과 동시에 대우건설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의망이다. 대우건설 매각에 대한 위법 행위가 중단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길 대우건설 임직원들의 우려와 분노를 모아 호소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우건설 노조는 이처럼 메일로 발송한 호소문과는 별도로 KDB산업은행이 피감기관으로 있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의원실을 방문에 호소문을 직접 전달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현재 정무위 소속 의원 중 정의당 배진교 의원이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 매각 관련자들이 다가오는 국정감사에서 중인 또는 참고인으로 출석할 시 후폭풍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다만, 대우건설 매각 작업에 정치권이 개입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실정인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국감에서 이번 사안을 면밀히 다룰지는 미지수다. 차기 대선 이슈로 인해 밀려날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는 상태다.

이밖에 입찰 직전 대우건설 인수전 컴백설이 돌았던 호반건설그룹이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에 대한 의혹도 후폭풍 확대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졌다. 사상 초유의 역프로그래시브딜이 아닌가. 국감이 아니라 청문회를 열어야 할 문제로 여겨진다. KDB산업은행·KDB인베스트먼트와 중흥건설그룹은 연내 딜을 마무리하겠다고 하는데 후폭풍이 상당할 거다. M&A가 언제쯤, 어떻게 끝날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앞선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20년 동안 대우건설은 딜이 성사가 안 된 오랜 역사와 아픈 경험들이 있다. 이 딜을 설계할 때는 경제·건설산업 동향을 봤다. 매매 타이밍 굉장히 중요하다. 대우건설 인수의향자들이 얼마나 진지한지도 모두 고민했다"며 "일부 원매자들 입장에서는 부족할 수도 있고, 충분할 수도 있었다. 우리들이 이해한 것은 인수의향자들이 대우건설에 대한 상당히 다양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예비 실사 등 절차들이 대우건설 임직원들한테 굉장히 혼란 주고 부담을 줄 수 있다.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대우건설 주인을 시급히 찾아주는 게 대우건설 미래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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