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보니] ‘미군 점령군 논란’ 점입가경,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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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보니] ‘미군 점령군 논란’ 점입가경, 왜?
  • 윤진석 기자
  • 승인 2021.07.07 2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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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설전, “공식 용어”란 비판에
“일제를 가리킨 용어”라는 지적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3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에 반발하고 나선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임명직 공무원의 기준에 따라 행동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미군을 점령군이라고 한 발언 관련 여야가 설전을 오가고 있다.ⓒ뉴시스

‘미군 점령군’ 발언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점입가경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시작은 이재명 경기지사 발언으로 비롯됐다. 지난 1일 이 지사는 경남 안동의 이육사 문학관을 찾은 자리에서 대한민국 역사를 짚으며 “친일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깨끗하게 나라가 출발하지 못했다”고 한 바 있다. 

미군을 점령군이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황당무계한 망언”이라고 비판했고, 야당 정치권도 이 지사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있다고 십자포화를 날렸다.

이 지사는 이에 지난 3일 페이스북에서 ‘많은 역사학자들의 고증”이라고 언급하며 “승전국인 미국 군대는 패전국인 일제의 무장해제와 지배영역을 군사적으로 통제했으므로 점령군이 맞다”고 거듭 주장했다. 또 야당의 공세가 자신의 발언을 왜곡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1. 용어 해석 두고 분분


여야 간 설전이 더 커진 가운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같은 날 SBS 뉴스 프로그램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서 이 지사가 미군을 가리켜 점령군이라 한 것은 “학술적으로 틀린 용어는 아니나, 부정적인 의미에 착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광주민주화운동 같은 경우도 학술자료를 직역하면 ‘광주반란’이라고 번역할 수 있지만, (만약) 보수 인사가 (반란이라고) 썼다면 학술적 용어라고 빠져나갈 수 있겠느냐”는 말로 이 지사의 언행이 부적절했음을 꼬집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망언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준석 대표를 저격하는 글을 7일 페이스북에 올렸다. 전 의원은 이 대표를 겨냥해 “평론가 시절부터의 나쁜 습관 중의 하나가 연관이 없는 사건을 엮어 사실을 왜곡해 비교하고, 논지를 흐리는 것”이라며 “전두환 씨만이 이 대표의 발언을 반겼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또 미군 점령군 발언과 관련해 “미군 스스로가 쓴 명칭이고 역사학계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니 더는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해당 공세가 알려지자 이번엔 국민의힘 김용태 최고위원이  “배설의 정치를 그만두라”고 반격에 나섰다. 김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서 전 의원을 향해 “말꼬리 잡기 정치이자 구태 정치”를 하고 있다며 “(이 대표 발언을) 혼자 오독하시는 건 이해하겠으나 야당 대표에게 전두환 대통령과 원팀이라는 말이 할 이야기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미군이 점령군이라는 주장도 학술자료를 직역한 게 근거 아니냐”며 “그렇다면 전 의원의 비난과 같은 맥락에서 민주당의 점령군 발언도 망언이라 규정할 수 있겠다”고 맞받아쳤다.

 

2. "美 포구문에 점령" vs "日 가리킨 것"


김원웅 광복회 회장은 지난 5일 이 지사를 옹호하는 보도자료를 내고 “토씨 하나 틀리지 않는 역사적 진실”이라고 강변했다. 당시 미군의 “짧은 포고문에 ‘점령’이란 단어를 4번이나 사용했다”며 “다시 봐도 맥아더가 스스로 점령군임을 강조해 표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이언주 전 의원은 다음날 페이스북에서 이 지사 발언을 두둔하는 이들에 대해 점령 대상에 대한 해석을 잘못하고 있다고 아연실색했다. 

이언주 전 의원은 “‘미군은 일제에 대해 점령군이자 조선영토의 주둔군이고 조선인에 대한 해방군이었다’는 영어 직역의 맥락을 생략한 채 말장난하고 있는 것”이라며 “무식의 소치이자 국가관과 역사관의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일갈했다. 

뒤이어 “해방 직후 선포된 미 군정의 포고령 원문을 보면 미군을 “occupying forces”라고 표기하고 있다”며 “이 포고령은 일제 항복문서에 의거, 승전군인 미군이 일제 치하의 조선 38선 이남 영토를 (일제로부터) 넘겨받았다, 점령했다는 의미로 occupy란 말을 쓰고 있다”에 주목했다.

“여기서 occupy의 적국은 조선이 아니라 일제이고 조선인은 독립과 해방의 대상이며 그것이 미군정의 목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한 것이다. 

즉 점령했다는 용어는 조선 영토를 빼앗은 일제를 대상으로 했다는 풀이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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