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 치 앞만 보는 ‘철도 정치’
[기자수첩] 한 치 앞만 보는 ‘철도 정치’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07.08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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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 멍들까 우려된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국토교통부 대도시광역교통위원회는 지난 6일 앞으로 5년간 권역별 광역교통망 계획을 담은 '제4차 대도시권 광역교통시행계획(2021~2025)'를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오는 2025년까지 광역교통시설사업에 국비 7조1000억 원을 투입해 광역철도 41개, 광역도로 25개, 광역BRT 12개, 환승센터 44개 등 광역교통시설 총 122개를 구축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이날 국토부가 내놓은 자료들을 살펴보는데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당초 국토부는 지난 4월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안에서 GTX-D 강남 직결 사업과 달빛내륙철도 건설사업을 제외했다. 이유는 사업성 때문이었다. 비용 대비 편익이 크지 않기에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게 당시 국토부의 설명이었다. 김포, 인천 검단 등 일대 지역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했고, 광주와 대구 지역 정치인들이 들고 일어났다. 

그로부터 2달 뒤 국토부는 달빛내륙철도 건설사업을 신규반영사업으로 포함시키는 내용이 담긴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최종 확정해 발표했다. 반면, GTX-D는 김포 장기~부천종합운동장만을 연결하는 방안으로 확정됐다. 다만 국토부는 GTX-B 노선을 공용해 용산역까지 직결 운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한 서울 지하철 5호선 김포·검단 연장 사안도 추가검토사업으로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이게 제4차 대도시권 광역교통시행계획에 그대로 담긴 것이다.

정책이라면, 더욱이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는 국책사업 관련 정책이라면 보다 더 객관적이고 투명한 잣대를 이용함으로써 사회 구성원들로 하여금 예측가능한 결과를 도출하는 게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 달빛내륙철도 건설사업은 객관적이고 투명한 기준에 확연히 모자라는 사업 경제성이 나왔는데 포함됐고, GTX-D 강남 직결 사업의 경우 이보다 높은 사업 경제성이 책정됐으나 결국 무산됐다. 예측불가능한 결과가 나온 셈이다.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온 이유다. 물론, 정부 입장에선 할 말이 많을 거다. 달빛내륙철도 건설사업은 단순 사업성 측면에서만 바라볼 게 아니라 국토균형발전 문제도 헤아려야 한다고, GTX-D 강남 직결 사업은 이미 중복된 노선이 많은데 굳이 삽질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한 치 앞만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많은 언론들이 지적한 것처럼 생떼를 쓰면 백년지대계인 철도 정책마저 뒤집힐 수 있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겼다. 이제 광역교통 관련 정책들이 나올 때마다 전국 각지에서 들고 일어설 거다.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불씨를 정부가 제공했다.

정부 불신도 심화시켰다. 국토부는 제4차 대도시권 광역교통시행계획(2021~2025)을 발표하면서 비용 대비 편익, 즉 사업성(BC값)을 공개하지 않았다. 사업성 하나만 놓고 평가한 게 아닌 만큼,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고자 미공개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BC값뿐만 아니라, 정성평가 지표도 함께 공개했으면 될 일이다. 정치권의 압박으로 달빛내륙철도 건설사업이 관철됐다는 의혹이 왜 불거지고 있겠는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업인 만큼, 공개 가능한 부분은 모두 투명하게 밝혀야 했다. 또한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숭고한 명분에 함몰된 나머지 주민들의 삶의 질과 인구 문제를 고려하지 않았다. GTX-D 영향권 지역 중 하나인 검단신도시는 1118만㎡ 규모 부지에 7만여 가구에 달하는 주택이 공급될 예정으로, 올해 첫 입주가 시작된다. 한 가구당 3인 가족이라고 가정하면 약 22만 명이 검단에 거주하게 된다. 교통 인프라 확충이 시급한 실정이다. 더욱이 GTX-B 공용 사안은 확정된 것도 아니다. 수도권 서북부 지역 주민들이 여전히 분노하는 이유다.

아울러 정부가 '철도 정책'이 아니라 표(票)계산이 깔린 '철도 정치'를 펼치고 있다는 인상도 심어줬다. 달빛내륙철도 건설사업에서 '달빛'은 '달구벌 대구광역시'의 '달'과 '빛고을 광주광역시'의 '빛'을 딴 것이다. 대구와 광주의 교류가 이뤄질 때 '달빛 동맹'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이 같은 표현은 2010년대 초부터 사용돼 왔다. 하지만 달빛내륙철도 건설사업이 확정된 이후 몇몇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달빛'이 '문'(Moon) 대통령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내용의 글들이 종종 목격되고 있다. 정부가 차기 대선을 앞두고 문 대통령의 공약 중에서도 지역주의 타파에 상징적인 사업이 될 수 있는 달빛내륙철도 건설사업을 추진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무리하게 신규반영사업으로 포함시키지 않았다면 보이지 않았을 글이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김포·검단 연장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자체 간 의견 조율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문제임에도, 표심을 얻기 위해 추가검토사업 반영이라는 헛된 희망만 안겼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 정부는 이미 '정책'이 아닌 '정치'를 함으로써 부동산 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바 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직접 사과한 일이니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닐 것이다. 그런데 또 다시 국토를 다루는 사안에 있어 정책이 아닌 정치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니, 혹여 국토가 멍들진 않을까 우려돼 헛웃음을 멈췄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유통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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