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환자생활⑬] 항암 치료, 그 끝을 향하여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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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환자생활⑬] 항암 치료, 그 끝을 향하여 가고…
  • 정명화 자유기고가
  • 승인 2021.07.11 13:2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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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 파클리탁셀로 치료 전환
근육통과 얼굴 부종, 홍조 심해
방사선 치료에 피부 검게 그을려
브라카 변이, 예방적 수술 대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명화 자유기고가)

지난하고 지리멸렬한 치료 과정이 언제나 끝날까. 항암제 부작용과의 힘겨루기와 시간 죽이기를 하루 일과로 채우며 묵언수행이 계속됐다. 그런 와중에 겨울이 깊어가고 항암 치료는 더욱 박차를 가했다. 드디어 그토록 고통스럽던 첫 번째 항암제 아드리아마이신(AC)이 끝나고, 두 번째 단계인 새로운 항암제 파클리탁셀로 전환됐다. 나의 경우 이 약물은 매주 12회에 걸쳐 주사키로 설정되어, 부작용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항암, 방사선 치료 그리고 예방적 전절제까지 험난한 행보속에서 헤맨 시간들이 뇌리를 스친다. ⓒ정명화
항암, 방사선 치료 그리고 예방적 전절제까지 험난한 행보속에서 헤맨 시간들이 뇌리를 스친다. ⓒ정명화

파클리탁셀 부작용

2차 항암제인 파클리탁셀은 암세포의 세포 분열을 못하게 막는 역할을 한다. 암세포가 세포 분열을 할 때는 RNA나 DNA 등이 필요한데 파클리탁셀은 이 RNA와 DNA 등을 손상시킴으로써 암세포의 세포 분열을 저지해 사멸케 만드는 것이다.

파클리탁셀 역시 태아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가임기 남성이나 여성 모두 약 투여 기간 동안은 임신을 해서는 안 되며 수유도 금지된다.

부작용으로 혈구 감소와 탈모, 관절통, 근육통, 말초 신경병증, 오심, 구토, 설사, 구강궤양 등이 나타난다. 그리고 백혈구나 적혈구, 혈소판의 일시적인 감소가 나타나기 때문에 감염 위험성이 증가한다. 따라서 항암 치료에 앞서 손세정제뿐만 아니라 침구용 등 다양한 소독용 세제를 준비했다.

또한 환자의 30%에게 발이나 다리의 부종, 간 수치 증가, 혈압 감소, 손과 발톱 변화 등이 있다. 파클리탁셀 투여가 시작된 후 첫 10분 이내에 발열이나 홍조, 오한, 호흡곤란, 두드러기와 같은 과민 반응이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의료진은 호흡곤란이 올까 봐 천천히 5~6시간에 걸쳐 주사를 진행하며 수위조절에 들어간다.

파클리탁셀이 아드리아마이신만큼 힘들지 않다는 환우들의 후기에 기대어 심적으로 긴장감은 덜했다. 다만 빨간 약 AC만큼 공포스럽지 않지만 이 새로운 항암제는 나의 몸에서 어떤 화학적 반응을 나타낼지 두려운 건 마찬가지였다.

근육통과 손발 저림 심각

항암제 파클리탁셀 투여가 시작되자 다행스럽게도 오심과 구토 반응이 즉각 나타나지는 않았는데, AC보다 주사 투여 시간이 긴 점이 상당히 괴로웠다. 경미하다 할지라도 파클리탁셀로 인한 신체적 부대낌은 분명히 느껴졌고, 하루 종일에 가까울 정도로 길게 주사를 맞고 일주일마다 다음 회차가 진행되니 이것 또한 체력적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대표적 부작용인 근육통이 심했고 두 다리가 둔탁하며 무거워졌다. 다리가 전체적으로 딱딱한 나무토막처럼 굳어져 경사길을 오를 때는 주변의 부축이 필요해 보호자의 팔짱을 껴야만 오르내릴 수 있었다. AC 투여 중 걸을 때 허공을 걷는 듯 휘청거렸다면, 파클리탁셀은 다리 부종이 심하고 천근만근으로 걷기에 지장을 줬다.

이와 함께 말초신경세포 손상으로 인해 손발 다리 저림이 시작되어 이 또한 상당히 괴롭고 거슬렸다. 두 손을 수시로 쥐었다 폈다 죔죔을 하며 저림을 벗어나려 노력했다. 이러한 저림 현상은 잠자는 시간에도 마찬가지로 24시간 지속됐고 항암 치료가 끝나고 1년이 지나서야 겨우 가라 않았다.

여기에다 파클리탁셀의 회차가 진행될수록 손발톱이 새까맣게 변색되었고, 무엇보다 손발과 다리 부종에 더하여 얼굴 부종이 심해졌다. 얼굴은 부종과 함께 홍조를 넘어서 ‘거울 속 너는 누구냐’ 하며 탄식이 절로 나올 정도로 여름휴가 중 바닷가에서 햇빛에 그을린 것처럼 새빨개졌다. 심한 홍조 피부가 나중에는 까맣게 변색되어 마치 얼굴에 기미가 온통 뒤덮은 것처럼 심각해져 또 다른 형태의 부작용이 날 정조준했다.

구토가 심하지는 않아 먹는 데는 그다지 불편하지 않아도, 여전히 탈모 상태인데다가 눈썹도 없는 얼굴은 열감에 빨간 풍선처럼 팽팽하게 부종이 심하니 기이한 내 몰골이 장난 아니었다. 겨울이라 외출 시 가발과 모자 그리고 마스크와 머플러로 감쌀 수는 있었지만, 이렇게 항암제는 참 다양하다고 별스럽게 전신을 공격하며 고약한 행보를 보였다.

매주 12회차 주사 맞는 게 너무 지루하고 힘들어 급기야는 7~8회 차로 접어들자 그만두고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지쳤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통과의례인 이 과정을 마무리해야 암세포를 완전히 차단해 재발 전이를 막을 수 있고 완치의 길로 들어설 수 있는 것을.

항암산 정상에 올라

시간이 흘러 바야흐로 그렇게 기다리던 봄기운이 조금씩 느껴지는 3월에 당도했고, 마침내 6개월간의 항암 여정도 막을 내렸다. 항암산 성공적 등정에 광복절처럼 만세삼창을 부르고 싶을 정도로 해방감을 느꼈다. 참 멀고도 험난한 과정을 지나왔다. 나 자신이 잘 견뎌왔다고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었다. 어찌 그 어두운 터널을 지나왔는지, 전신마취 수차례 수술은 거의 문제가 안될 정도로 악명 높은 항암치료,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6개월의 항암치료가 끝나자 16회 차 방사선 치료가 기다리고 있었다. 방사선 치료란 고에너지 방사선을 이용하여 암세포를 죽이는 치료로 보통 입원이 필요하지 않다. 1일 수 분에서 20~3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며, 치료 시 별다른 고통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방사선 치료는 매일 병원에 가야 하는 게 성가신 절차로, 나 같은 경우  매일 방사선을 한쪽 가슴과 겨드랑이에 쏘였다.

이 치료를 받게 되면 세포들이 파괴돼 피부 손상이 발생되고 염증이 생기며 건조, 발적(붉어짐), 부어오름(부종), 가려움증(소양감), 벗겨짐, 착색(피부색이 어두워짐) 등의 증상이 일어난다. 또한 단기적으로 무력감과 피로도가 높아지고 유방암 환자의 경우 유방 아래 폐와 심장에도 영향을 미쳐 장기적으로 폐와 심장의 기능 저하를 초래한다.

나는 살짝 오심이 느껴져도 혹독한 항암치료를 거쳤기에 방사선 치료 부작용은 그다지 심각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다만 회차가 진행될수록 방사선을 쬔 신체부위가 가렵고 새까맣게 그을러 졌으며 피부가 확연히 두터워졌다. 방사선 치료학과에서 피부 재생 크림을 처방받아 마사지를 함에도 방사선에 쬐인 부위 피부 빛깔 복원은 쉽지 않아 원상회복은 요원했다.

예방적 양측 전절제

수술, 항암과 방사선 치료까지 한 세트인 표준치료가 끝나가면서, 정기검진을 위해서 만난 유방외과 주치의는 브라카 유전자 변이를 상기시키며 예방적 양측 유방 전절제의 필요성을 끄집어냈다. 사실 나로서는 두려워 외면하고 싶었고 쉽게 결단을 내리기 어려운 과제였다. 첫 번째 수술 이후 브라카 검사 결과 제기됐던 재수술의 당위성, 다시 고민해야 할 지점이었다.

보통 삼중음성과 브라카 암유전자 변이가 있는 유방암 환자들은 난소 제거와 양측 유방 전절제를 예방적 차원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시행한다. 생명 안전 유지를 위해 필수불가결의 선택일지 모른다.

당장은 아직 검사상 암세포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두 가슴을 예방적 차원에서 완전 제거 수술을 해야 하는지. 과잉치료라 불릴 수 있는 상황이지만 언제 암세포가 똬리를 틀어 재발, 전이의 위험을 안길지 모르는 것이다. 관리를 철저히 잘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망설임이 앞섰지만, 발병의 가능성이 열려 있으니 미리 제거하는 게 안전하다는 주치의 판단이라 나의 고민이 깊어졌다.

정말 다시 암이 확실하게 존재감을 드러낼까. 환우 카페에서 환우들의 재발과 전이의 소식을 알리며 두려워하는 후기를 보면, 나 역시도 예외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짙게 다가왔다. 그러나 차가운 수술대에 또 올라야 하는지 주저할 수밖에 없었고 혼돈의 세계에 빠졌다. 내 체질이 암에게 유리한 환경이라 제거하는 게 좋다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번엔 나로서 처음 겪는 위협적인 대수술이 되는데 장차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다음 편에 계속>

정명화는…

1958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해 경남 진주여자중학교, 서울 정신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연세대 문과대 문헌정보학과 학사, 고려대 대학원 심리학 임상심리전공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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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회복이다 2021-07-17 22:38:36
잘 읽고 있습니다. 눈물이 나네요.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재발과 전이 방지를 위한 암 통합치료 요양병원도 있더라구요. 기고가님을 위해서 기도하겠습니다. 매일 눈물로 기도하고 엎드리고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있어요. 현재는 마음이 많이 평안해졌습니다. 이 또한 주님의 큰 계획안에 있겠거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