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공시의무 위반 반복’ 하림, ‘실수’라도 엄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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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텔링] ‘공시의무 위반 반복’ 하림, ‘실수’라도 엄벌해야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07.09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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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업체 실수에도 엄격 처벌한 금융당국, 공정·형평성 논란 초래 우려
하림그룹 공시의무 위반 의심가는 대목, 이번 사례 외에도 곳곳서 포착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하림그룹이 공시의무를 또다시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여론의 도마 위에 섰습니다. 지난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하림그룹의 지주사인 하림지주가 공시한 '임원·주요주주특정증권등소유상황보고서'를 살펴보면 하림지주는 자신들이 최대주주로 있는 NS쇼핑(엔에스쇼핑)에 대한 특정증권 소유상황 보고서 공시를 2018년 7월 이후 3년간 빠뜨렸습니다. 공시가 누락된 사이 하림지주가 갖고 있는 NS쇼핑 지분은 1371만7100 주(40.71%)에서 1616만548주(47.96%)로 확대됐습니다. 현행법에서는 주주의 지분 변동이 단 1주만 있어도 이를 5거래일 내 공시해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하림지주는 3년간 무려 28번이나 장내매도로 인한 지분 변동 공시를 누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이제서야 뒤늦은 공시를 한 거죠.

이에 대해 하림그룹은 복수의 언론을 통해 '담당자 인수인계 미흡'으로 인한 '단순 실수'라는 해명을 내놨습니다. 회사 차원에서 고의로 공시를 빠뜨린 게 아니라 공시 담당 직원의 실수에서 비롯된 해프닝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공시 누락된 사안도 최대주주가 지분율을 확대하는 내용인 만큼, 투자자들에게 큰 영향을 줄 만한 일은 아닌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는데요. 그럼에도 현행법을 어긴 건 분명한 사실인 만큼, 금융당국은 일단 이번 사안을 살펴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의도적으로 숨긴 정황이 없어 보이기에 별도의 제재 처분이 내려지진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하림그룹 ⓒ 하림
하림그룹 ⓒ 하림

그런데 말입니다. 금융당국이 이번 일을 다룰 때 반드시 감안해야 할 부분이 있어 보입니다. 바로 최근 우리나라 정재계를 뒤흔들고 있는 시대정신인 '공정'과 '형평'입니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등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공시의무 위반 업체에 내린 과징금·증권발행제한·과태료 등 중조치와 경고·주의 등 경조치 건수는 2018년 65건, 2019년 149건, 2020년 193건 등으로 최근 3년 동안 증가했습니다. 해당 기간 조치 대상 회사는 총 146개로, 상장법인(59곳) 대비 비상장법인(84곳)이 많았고, 상장법인도 대부분 코스닥(51곳) 업체였는데요. 전체 공시의무 위반 건수 가운데 비상장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55.4%, 2019년 56.4%, 2020년 66.3%로 매년 늘고 있습니다.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영세업체들의 업무 미숙에 따른 공시의무 위반을 너무 과도하게 처벌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공시 담당 인력이 부족하거나 인력 변경이 잦을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들의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형식적 법치주의에 따른 조치가 아니냐는 겁니다.

그럼에도 이 같은 추세는 올해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3월 직원 70명 규모 스타트업이자 코스닥 상장사인 바이오솔루션에게 내려진 처분입니다. 당시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바이오솔루션이 2018년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고자 보통주를 모집하고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지만 청약일 전 반기보고서가 확정됐음에도 이에 대한 정정신고서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징금 약 4억 원을 부과했습니다. 바이오솔루션과 인수인인 한국투자증권은 미제출 공시에 흑자전환이라는 호재가 담긴 만큼, 고의 누락이 아닌 단순 실수라며 선처를 호소했으나 금융당국의 선택은 '철퇴'였죠.

NS쇼핑(엔에스쇼핑)이 운영하는 ns홈쇼핑 ⓒ NS쇼핑
NS쇼핑(엔에스쇼핑)이 운영하는 ns홈쇼핑 ⓒ NS쇼핑

하림그룹은 이번에 문제의 중심에 선 NS쇼핑을 비롯해 6개의 상장사를 거느리고 있는, 우리나라 재계 순위 31위 재벌 대기업입니다. 특히 NS쇼핑은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회사고요. 중소기업, 스타트업 등 영세업체, 비상장사, 코스닥 상장사 등 규모가 작은 업체들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으면서 하림그룹에게는 제재 처분을 내리지 않는다면, 그건 공정성과 형평성에 맞지 않는 처사일 겁니다. 현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하면 또 다른 논란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어 보이고요. 오히려 큰 기업인 만큼, 단순 실수에 의한 법 위반이라도 무겁게 처벌하는 게 합리적인 조치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하림그룹은 공시의무 위반 전력이 있는 업체입니다.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림그룹이 계열사인 하림펫푸드, 제일사료, 참트레이딩 등에 대한 대규모내부거래 공시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과태로 3억4200만 원을 부과한 바 있습니다. 당시 과태료를 부과받은 기업집단은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태영, 이랜드, GS, 농협 등으로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대기업들이 대거 포함됐는데요. 이중 가장 많은 과태료를 부과받은 업체가 바로 하림그룹이었습니다. 공시의무를 반복해서 위반하고 있는 셈입니다.

하림지주가 공시한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가 사실과 달라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네이버 금융 캡처 ⓒ 시사오늘
하림지주가 공시한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가 사실과 달라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네이버 금융 캡처 ⓒ 시사오늘

더욱이 하림그룹은 공시의무 위반 의혹이 이밖에도 곳곳에서 엿보입니다. 일례로 하림지주의 지난 1분기 보고서를 살펴보면 천세기 전무, 서형규 상무, 박재호 상무, 권지은 이사(보) 등이 의결권 있는 하림지주 주식을 가진 미등기임원으로 공시돼 있습니다. 현행법에는 미등기임원이어도, 지분이 적어도 임원이 된 날부터 5일 내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특정증권의 소유상황을 보고해야 하는데, 하림지주와 이들은 관련 공시를 한 적이 없습니다.

하나 더 예를 들어볼까요. 지난달 16일 하림지주가 공시한 NS쇼핑에 대한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일반)'에 따르면 '하림산업 임원'으로 기재된 특별관계자 박준호씨는 지난 6월 11일 장내매도 방식으로 NS쇼핑 주식 973주를 팔았습니다. 처분단가는 '1만5200원'으로 명시돼 있는데요. 그런데 2021년 6월 11일 NS쇼핑의 고가는 1만4500원, 저가는 1만4300원으로, 1만5000원 근처에도 간 적이 없습니다. 아울러 하림지주의 전신인 하림홀딩스가 2017년 11월 공시한 NS쇼핑에 대한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일반)를 보면 '직장인'과 '친인척'으로 기재된 특별관계자 김정은씨는 그해 11월 9일 장내매수 방식으로 NS쇼핑 주식 3000주를 1주당 1만8038원에 매입했습니다. 그런데 2017년 11월 9일 NS쇼핑의 고가는 1만5550원, 1만8000원대와는 거리가 상당히 멉니다.

즉, 실수로 거래단가 또는 날짜를 잘못 기재했거나, 고의로 거래단가 또는 날짜를 틀리게 썼거나, 그게 아니라면 장외거래인데 장내거래로 적었거나, 셋 중 하나가 될 텐데, 어떤 식이든 이건 단순 공시 누락보다 더한 위법행위라고 생각되네요.

하림그룹, 그리고 NS쇼핑이 운영하는 NS홈쇼핑은 초복을 앞두고 최근 일제히 삼계탕 나눔 사회공헌활동을 펼쳤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초복이 오는 11일이니 특정 기사를 밀어내거나 막으려는 의도로 뿌린 건 아닐 겁니다. 그렇게 믿고 싶지도 않고요. 소외계층과 어르신들을 위해 보양 음식을 나눈다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양새입니다. 다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 중 하나인 만큼, 공시의무를 비롯해 현행법에서 규정하는 기초적인 의무 정도는 지켜가면서 좋은 일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100번 잘해도 1번 잘못하면 민심은 떠나기 마련이니까요. 닭 백숙과 닭볶음탕을 너무나 사랑하는 제게 하림은 '닭고기 하면 하림'입니다. 좋은 기억으로 계속 남고 싶습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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