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구도 부산의 LOL팀 유치가 반가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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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구도 부산의 LOL팀 유치가 반가운 이유
  • 김병묵 기자
  • 승인 2021.07.14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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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지자체 동행 긍정적 신호…지역연고제 ‘포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병묵 기자]

ⓒ부산e스포츠상설경기장 홈페이지
부산e스포츠상설경기장 '브레나' 내부 모습. ⓒ부산e스포츠상설경기장 홈페이지

"여러모로 애로사항(문제)이 많아 보이긴 한데, 해볼 만한 실험이고 포문을 열었다고 봐야 합니다."

e스포츠 관계자가 1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들려준 이야기다. 이날 관련 업계는 부산시와 샌드박스 게이밍의 연고 협약으로 떠들썩했다. 기간은 3년간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 팀인 리브 샌드박스를 운영 중인 샌드박스 게이밍은 협약에 따라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고, 추가적인 부산 지역 내 신규 팀 창단, 아카데미 등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전통 스포츠에서 주로 이뤄지던 지역연고제가 국내 e스포츠 프로리그 최초로 부산에서 도입됐다"라고 환영하면서 사실상의 지역 연고 협약임을 밝혔다. 국내에서 가장 활성화된 대표적 e스포츠인 리그 오브 레전드 코리아 리그(LCK)에 지역연고제가 도입되는 신호탄 아니냐는 다양한 관측이 나왔다.

현실적으론 넘을 벽이 많다. 당장 샌드박스 게이밍 한 팀만이 지역연고의 의미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가 관건이다. LCK는 이날 현시점에서 지역연고제에 대한 구체적 검토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서울에 이미 라이엇 게임즈가 야심 차게 투자한 롤파크라는 대형 시설이 존재한다는 점, 수도권 외의 지역에서 이벤트성 행사가 아니더라도 꾸준한 관중 동원이 가능한지 등이 미지수다. 게임이라는 소유권과 저작권이 분명하고, 지속적 운영에 다양한 변수가 있는 특성상 지역연고제가 정착할 수 있을 만큼 종목의 수명이 이어질지도 알 수 없다. e스포츠 팬들도 기대와 동시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긍정적인 신호임은 확실하다. e스포츠와 지방자치단체의 동행에 또 하나의 획을 긋는 일이라서다.

세계적 명성이 자자한 야구도시이자, 지금은 옛일이 됐다지만 축구에도 맹렬히 열광했던 구도 부산은 그간 e스포츠에도 상당한 애정을 보이며 투자를 해왔다. 국내 최대의 게임전시회 지스타를 오랜 기간 벡스코에서 열어왔으며, e스포츠 상설 경기장을 개관한 것이 바로 지난해의 일이다. 이런 부산이기에 갑작스러운 변덕을 걱정하거나, 진정성을 의심할 여지는 거의 없다. 다른 지자체에도 자체 e스포츠 팀이 있긴 하지만 대표 종목인 LCK의 연고는 또 새로운 차원의 연결이다. 마침 국회에선 '셧다운제' 폐지가 수면 위로 부상한 상태다. e스포츠와 게임산업이 천덕꾸러기 신세를 벗어나 국회와 지자체의 지지를 받는 '백조'가 될 기회다.

실험이라 생각한다면 지역연고제 활용 방안도 충분히 많다. e스포츠만의 특성을 살려, 홈 팀만이 참석한 채 경기를 펼쳐보는 실험도 가능하다. 승리하면 환호를, 패배하면 위로를 독식할 수 있다. 전통 스포츠와의 컬래버레이션도 시도할 만하다. 앞서 전 세계적 지역연고제를 시도했던 블리자드사의 '오버워치'의 경우, 지난 2018년 뉴욕 엑셀시어 소속 '새별비' 박종렬 선수가 미국 프로야구인 MLB의 뉴욕 메츠 홈경기에서 시구자로 나서기도 했다. 현재 조금 길을 잃었다는 평이 나오지만 중국 LOL리그는 이미 지역연고제를 도입했다.

사회적으로 '지역 소멸'이 화두인 지금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큰 화두 중 하나는 시공간을 초월 중인 온라인 인프라다. e스포츠는 이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종목 중 하나다. 여기까진 너무 나갔을지도 모르겠지만, 샌드박스와 부산시가 열어젖힌 포문에선 축포가 쏘아질 확률이 높은 듯싶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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