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강원택 “노태우, 전환기에 정확한 방향 제시한 대통령”
[현장에서] 강원택 “노태우, 전환기에 정확한 방향 제시한 대통령”
  • 조서영 기자
  • 승인 2021.07.14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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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6. 노태우, 전환기의 리더십
강원택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조서영 기자)

강원택 교수는 14일 여의도의 하우스 카페에서 '노태우, 전환기의 리더십'이란 주제로 강연했다.ⓒ시사오늘 김유종
강원택 교수는 14일 여의도의 하우스 카페에서 '노태우, 전환기의 리더십'이란 주제로 강연했다.ⓒ시사오늘 김유종

7인의 역대 대통령 평가를 해보는 의미 있는 판이 열렸다. 2022년 대선특별기획 ‘기적의 나라 대한민국, 7인의 대통령’ 이라는 제목의 세션이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과 시대전환 조정환 의원의 공동 주최로 6월 8일부터 7월 20일까지 매주 1회 오후 7시 여의도 하우스카페에서 진행된다. 대한민국 대통령 7인의 분투사 속에서 이 시대의 과제와 지도자의 덕목을 찾고 시민과 함께 기억과 망각의 역사를 넘어서고자 마련됐다.

각 세션은 △이승만(6월 8일) △박정희(6월 14일) △전두환(6월 22일) △김대중(6월 29일) △김영삼(7월 6일) △노태우(7월 13일) △노무현(7월 20일) 순이다. ‘역사는 그들을 왜 선택했고, 그들이 남긴 것은 무엇인가?’ <시사오늘>이 따라가 봤다. <편집자 주>

 

국내적 전환기…“6·29 선언 결단은 결국 노태우”


ⓒ시사오늘(=ZOOM 화면 갈무리)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강연자 제외 참가자는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을 통해 참여했다.ⓒ시사오늘(=ZOOM 화면 갈무리)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논란이 적었던 대통령은 누구일까. 강원택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13일 노태우 전 대통령(이하 노태우)이라 답했다. 노태우는 저평가를 넘어 무(無)평가된 대통령이자, 팩트(fact) 자체를 몰라 성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강 교수는 노태우가 가진 중요성을 ‘전환기의 리더십’이라 정의하며 말문을 열었다. 노태우가 집권했던 1988년에서 1992년은 국내적으로는 권위주의에서 민주화 체제로, 국제적으로는 냉전에서 탈냉전으로 넘어가던 전환기였다. 그는 “전환기에 어떤 질서가 형성되느냐가 이후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전환기의 리더십이 중요한 이유를 역설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질서가 구축되는 시기에 상당한 성과를 냈다”며 “국내와 국제, 정치적으로 미쳤던 많은 영향의 출발점”이라 덧붙였다.

국내적 전환기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6·29 선언을 누가 연출했냐’는 것이다. 그러나 강 교수는 “기획을 누가 했고, 노태우의 작품인지 아닌지 여부는 큰 의미가 없다”며 “최종적으로 결단을 하고, 실행과 결과의 책임을 져야했던 사람은 노태우였기 때문”이라 말했다.

“청와대에서는 대통령 직선제를 받고 김대중(DJ)을 풀어주면, 김영삼(YS)과 분열돼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하지만 민정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당사자인 노태우의 계산은 다를 수밖에 없다. 기존의 방법으로 손쉽게 대통령이 될 수 있기에, 그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희생과 모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분열해 그가 당선됐으니 쉽게 결정내릴 수 있지만, 새로운 규칙을 받아들이기까지 개인의 고민은 엄청났을 거다. 지역주의 바람을 예상하지 못했고, 당선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직선제를 받아들인 그의 결단만큼은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다. 기획을 누가 했고 연출을 누가 했건 간에, 이후 실행과 결과의 책임은 오롯이 노태우가 져야 했다.”

 

국제적 전환기…“북방정책, 기획·타이밍·美협력 삼박자 맞아”


한국이 동구권 국가 중 가장 먼저 수교한 국가는 헝가리였다. 1989년 헝가리 페리헤지 공항 환송행사에 참석한 노태우 전 대통령이 관계자의 안내를 받으며 이동하는 모습이다.ⓒ대통령기록관
노태우 정부 시기 가장 큰 공(功)은 ‘북방정책’이다. 사진은 1989년 헝가리 페리헤지 공항 환송행사에 참석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모습이다.ⓒ대통령기록관

이어 국제적 전환기로 넘어갔다. 노태우 정부 시기 가장 큰 공(功)은 ‘북방정책’이다. 강 교수는 이에 대해 “기획과 추진, 타이밍, 그리고 미국과의 협력, 세 박자가 맞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노태우 취임사 중 ‘우리와 교류가 없던 저 대륙 국가에도 국제 협력의 통로를 넓게 하여 북방외교를 활발히 전개할 것’이란 부분을 인용하며, “북방정책은 취임 전부터 준비돼있었다”고 설명했다. 노태우 정부 시절 새롭게 수교한 국가는 45개국이었다.

“서울 올림픽이 타이밍 상 중요했다. 1980년 올림픽이 모스크바에서 열렸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대한 항의 표시로 서구권 국가들의 참여를 막았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84년에는 LA에서 열렸다. 소련은 지난 올림픽에 대한 보복으로 동구권 국가의 참여를 막았다. 전 세계의 축제가 돼야 할 올림픽이 두 차례나 반쪽짜리 대회가 된 것이다. 이후 88년 올림픽을 치르는 나라는 분단된 나라, 외교 관계가 절반뿐인 서울이었다. 완전한 올림픽을 치르는 것이 한국 정부의 과제였다.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노태우는 북방정책 기획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다.

이후 89년 헝가리를 시작으로 92년 중국과 베트남까지 수교했다. 중국이 지금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해보자. 만약 노태우 시기 중국과의 수교가 이뤄지지 않았거나 늦어졌다면, 지금 경제적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북방정책은 타이밍 면에서 의의가 있다.”

아울러 정책 추진 과정에서 미국과의 관계 역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노태우는 북방정책의 결정 및 주도권을 한국이 갖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중재자 역할을 부탁했다. 그는 대표적인 예로 △용산 미군 기지 반환 추진 △평시 작전권 환수 협상 △AFKN 채널 UHF 채널로 변경 △정전위원회 대표 한국군 장성 임명 등을 들었다. 이와 관련해 “미국과의 관계가 호의적이었지만, 민족자존과 관련해서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평가했다.

 

지금 정치가 배워야 할 ‘전환기의 리더십’


강연은 유튜브 '쉬바견'을 통해 생중계됐다.ⓒ시사오늘(=유튜브 갈무리)
7인의 대통령 강연은 유튜브 '쉬바견'을 통해 생중계됐다.ⓒ시사오늘(=유튜브 갈무리)

강 교수는 노태우의 ‘전환기의 리더십’ 가운데 탈권위주의와 여야 협의에 주목했다.

먼저 대북정책을 그 예로 들었다. 그는 노태우의 대북정책을 “초당적 남북관계”라 정의했다. 그는 “노태우가 통일부 장관에게 김영삼·김대중 총재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의견 반영해 갖고 오라고 지시했다”며 “남북기본합의서 등 모든 대북 정책은 여야의 초당적 협력과 이해 속에서 추진됐다”고 말했다. “민주화 초기로 갈등이 있다면 훨씬 클 수 있는 시기에, 초당적 대북정책을 추진했다는 점은 지금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크다”고 덧붙였다.

“요즘은 문재인 대통령을 욕하면 잡아갈 것 같은 분위기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그랬다. 노태우는 개그콘서트 전 유머1번지에 찾아가 ‘나를 코미디 소재로 삼아도 좋다’고 말했다. 지금 그런 풍자 프로그램을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지금이 훨씬 무섭다는 생각이다. 탈권위의 리더십이란 이런 게 아닐까.”

이어 국회와의 관계도 예로 들었다. 노태우 정부 시기는 역사상 처음으로 여소야대 정국이었다. 강 교수는 “노태우는 의회의 권위와 결정을 존중했다”며 “여야 간의 대화와 합의를 통해 문제를 풀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시기 야당이 상임위원장을 가져가는 관행이 형성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여소야대 정국에 야당이 상임위원장을 가져갔으나, 3당 합당 이후에도 과반 의석을 가진 민자당이 야당에 상임위원장을 배분했다”며 “이 관행이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깨진 것에 대해 무척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강 교수는 노태우 정부 시기 추진된 인프라 사업들을 소개하며, “미래지향적 정책”이라 말했다. △인천국제공항 △경부고속철도 △서해안 고속도로 △새만금 종합개발 △분당·일산 신도시 건설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전환기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위기가 될 수 있는 시기”라며 “불확실성이 매우 큰 전환기에 정확한 시대적 인식으로 정확한 방향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태우는 적어도 겸손과 부족함을 알고 있었던 리더였기에 많은 업적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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