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역사 논쟁에 부쳐 - 反국가적 역사인식 중단하라
[이병도의 時代架橋] 역사 논쟁에 부쳐 - 反국가적 역사인식 중단하라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1.07.1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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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착오적 정파주의 편견 난무
해묵은 색깔론에 발목 잡힌 대선
이념투쟁에다 정체성 논란 번져
편협 왜곡 역사관 이재명
이재명의 위험한 대한민국觀
김원웅 광복회장은 물러나야
소모적인 '점령군' 논쟁 발단
정치인들의 역사 왜곡 책임 물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해방 전후사의 역사 인식이 일제치하를 포함, 한 세기가 다 되어간다. 그러나, 아직도 극단적으로 갈라져 대립하고 있는것이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다.

국가 미래를 논의해야 할 이번 대선에서 역사 논쟁과 색깔론이 70년전의 해방 시기 좌우 분열상을 닮아가는 것 같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우리 역사관은 진정 어디로 가야 하는가.

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깨끗하게 나라가 출발하지 못했다”면서 건국 논쟁에 불을 붙였다. 편협한 반국가적 역사 인식을 드러내면서 국민적 공분을 자초하고 있다. 

그의 논리는 대한민국 건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면서 반미(反美)·반일(反日) 감정을 부추기는 발언들이다. 그의 발언을 놓고 야당에선 “대한민국 출발을 부정하는 충격적 역사 인식”이라는 성토가 쏟아졌고, 여권 내부에서도 “불안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선 정국이 정책경쟁 보다는 이념 공방으로 비화하는 계기가 됐다. 바람직하지 않은 사태다. 최근 역사인식의 충돌은 어떻게 진행된 것이며, 대선과 역사인식은 어떤 관계를 요구하는지, 심층진단이 필요하다.

아직도 극단적으로 갈라져 대립하고 있는것이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다.ⓒ뉴시스
아직도 극단적으로 갈라져 대립하고 있는것이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다.ⓒ뉴시스

국가관과 역사관, 소상한 검증을

우리나라가 강대국에 둘러싸여 굴곡 많은 역사를 갖게 된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 전체적인 역사의 맥락을 간과한 채, 선거를 위해 특정 시점의 편린만 들춰 친일·반일, 친미·반미 프레임을 촉발한 건 국민 통합에 앞장서야 할 지도자가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그동안 적지 않은 과오가 있었지만 대한민국은 숱한 간난신고를 이겨내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냈다. 식민지에서 해방된 신생국 중에서 이런 성취를 이룬 나라가 없다. 이런 자랑스러운 역사를 부정하는 사람이 어떻게 앞으로 대한민국을 이끌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적어도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만은 단편적인 역사 지식으로 대한민국의 기적적 성공 역사를 폄훼해선 안된다. 편협 왜곡된 역사관으로는 국민통합은커녕 후보 자격도 없다는 점을 이 지사 등은 직시해야 한다.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에게 반듯한 국가관(觀)은 원초적 조건이다. 대한민국 역사와 성취에 대한 자긍심, 이를 이뤄낸 국민과 지도자들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그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여권 후보 중 선두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인식은 실로 위험하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겠다는 국가 지도자로서 부적절한 발언이자 위험천만한 인식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문재인 대통령도 '이승만은 친일, 박정희는 독재'란 맥락의 언급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 지사는 더욱 구체적이다. 정직한 국가관과 역사관을 국민 앞에 소상히 밝히고 검증 받아야 한다.

국가 정통성 허무는 현대사 인식

사실,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정권의 주요 인사들이 국가 정통성을 허무는 현대사 인식을 잇달아 표출하고 있어 ‘진정한 애국’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절실하다.

여권에선 반미(反美) 행태가 이어진다. 김원웅 광복회장이 “미군은 점령군, 소련군은 해방군”이라고 한 데 이어,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친일 세력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지배 체제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문 정부를 관통하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마치 미국이 일본을 대신해 한국을 무력으로 식민지배하기 위해 온 것 같은 인식을 심어주는 왜곡이자 선동이다.

특히 교육과정에서 나온 김 광복회장의 “미군은 점령군”발언은 극도로 편향된 역사인식을 또 한번 드러낸 셈이다. 더구나 그 대상이 이제 한창 역사 지식을 습득하며 역사관을 정립해 나가는 과정에 있는 고등학생들이란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북한의 주장처럼 미군을 ‘점령군’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당시 대한민국 수립에 반대하며 인명 살상 행위까지 벌인 과격 좌파 세력을 옹호하는 논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또한, 소련이 북한 지도자로 내세운 김일성은 스탈린의 승인과 지원을 등에 업고 6·25 남침을 감행했다. 북한은 이를 ‘조국해방전쟁’이라 부른다. 김 회장이 말한 해방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명히 밝힐 것을 촉구한다. 

역사 왜곡 즉각 사과를

이번 역사논쟁은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세력”이라며 이 지사를 직격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됐다.

결과적으로 역사논쟁 형식이지만 정치논쟁이 됐다. 야권 주자인 윤 전 검찰총장도 여권의 논리를 겨냥, “국정을 장악하고 역사를 왜곡하며 다음 정권까지 노리고 있는 당신들은 지금 무엇을 지향하고 누구를 대표하냐”고 공개 반박에 나섰다. 

역시 대충 무마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여권 인사들의 반미(反美)·반일(反日) 선동과 역사 왜곡 시리즈 연장선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1945년 맥아더의 포고문에 ‘조선의 해방 독립’을 위해 점령했다고 적혀 있는데도 미군을 악의(惡意)의 ‘점령군’으로 매도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행태다. 대선을 앞두고 반미·반일 프레임을 내세워 보수 세력을 공격하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김원웅 광복회장 등은 국론 분열을 부추기지 말고 역사 왜곡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발언을 철회해야 한다.

미군은 점령군, 소련군은 해방군-심대한 역사 왜곡

최근 역사논란의 상세한 내용을 추적할 필요가 있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이재명 지사다. 그는 "대한민국이 (정부 수립 당시) 친일 청산을 못 하고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사실 그 지배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지 않았느냐"고 외쳤다. 김원웅보다 한 발짝 더 나간 발언이다. 

이재명의 이같은 발언을 두고 곱씹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되받았다. "국정을 장악하고 역사를 왜곡하며 다음 정권까지 노리고 있는 당신들은 지금 무엇을 지향하고 누구를 대표하느냐"고 날을 세웠다. 

그럼에도 이 지사는 반성과 사과는 않고 "해방 후에 미군이 38선 이남을 점령했다는 사실은 역사적 사실"이라고 했다. 본질을 호도하는 것은 물론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이 지사의 이런 인식은 뿌리가 깊어 보인다. 2017년엔 “이승만은 친일 매국 세력의 아버지, 박정희는 쿠데타로 국정을 파괴하고 인권을 침해한 독재자라 고개를 숙일 수 없다”고 했다. 그해 출간한 ‘이재명은 합니다’ 저서에는 ‘동학혁명 당시의 한반도 상황’과 가쓰라-태프트 밀약 등을 거론하며 일본과 미국을 배척했다. 동맹에 대한 시대착오적 인식도 심각하다.

미군은 점령군, 소련군은 해방군이란 인식은 실로 심대한 역사 왜곡이다. 1945년 8·15 해방은 일제의 무조건 항복에 따른 것이었다. 항복을 받아낸 주체는 연합국인데, 그 주력은 미국이었다. 소련은 불과 일주일 전인 8월 8일 대일 선전포고를 하며 극동전선에 끼어들었다. 이미 전황이 일본의 패전으로 기운 뒤의 일이다. 어느 쪽이 한민족의 ‘해방’에 기여도가 큰지는 따져볼 필요조차 없다. 그 이후 미국과 소련이 한반도의 남북에 각각 진주해 일본군을 무장해제시켰다. 이를 표현하는 군사적·정치적 용어가 ‘점령’이고, 공식 문서에 양측 모두 ‘occupation’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그런 면에서 미군도 소련군도 모두 ‘점령군’이었다.

초대 한국 정부는 대부분 항일투사

이 지사의 자세는 곳곳에서 친일 청산이 부족했음을 주장해 지지층의 반일 감정을 자극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더욱이 초대 한국정부에 대한 ‘친일파 지배’ 주장은 잘못이다. 진실은 완연히 다르다. 대한민국 초대 정부의 이승만 대통령은 세계가 인정하는 반일 독립투사였다. 그의 반일은 지나칠 정도였다. 이시영 부통령은 상해 임시정부 내무총장, 이범석 총리는 광복군 참모장, 이인 법무장관은 항일 변호사, 조봉암 농림장관은 좌파 독립운동가였다. 초대 내각 대부분이 항일 인사로 채워졌다. 

뿐만 아니라, 입법·사법·행정부 수장들도 모두 임시정부 요인이나 독립운동가 출신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임정의 초대 대통령이었고, 제헌국회 의장인 신익희도 임정의 내무부장 출신이다. 초대 대법원장인 김병로는 항일 민족단체인 신간회 중앙집행위원장이었다. 반면, 친일 청산을 했다고 선전하는 북한의 현실이 외려 달랐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기도 하다. 북한은 소련에 협력하면 친일파를 장관에 기용했고 반대하면 조만식과 같은 항일 독립운동가도 숙청했다. 

대선정국에서 민감한 역사 문제를 끄집어낸 이 지사의 언급은 그렇게 부적절 했다. 굳이 이 시기에 역사의 특정 부분만 들춰내 친일과 반일, 친미와 반미로 국민을 갈라치기 한다는 비판을 살 필요가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피'로서 지킨 대한민국…국민통합 중요

대권을 바라보는 후보자가 가장 염두에 둬야 할 것은 국민통합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우리 역사상 첫 자유민주 선거인 5·10 총선거에 의해 탄생했다. 투표율이 95%를 넘을 정도로 국민적 지지를 받았다. 유엔은 대한민국 정부를 대다수 한국인의 자유 의사로 선출된 유일한 정부라고 결의했다. 어떤 나라 정부보다 투명하게 민주적 절차에 따라 수립됐다. 유엔 결의와 자유 다당제를 거부하고 김일성 세습 독재로 간 북한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이와관련, 최근 열린 백선엽 장군 1주기(周忌) 추모식은 6.25시대상을 연상케 한다. 대한민국 존망이 걸린 낙동강 방어선이 무너질 조짐을 보이자 1사단장이던 백 장군은 “더 밀리면 망국이다. 내가 후퇴하면 나를 쏴라”며 돌격 작전의 선두에 섰고, 가까스로 전선을 지켰다. 이렇게 버틴 결과, 미군은 3주 뒤 역시 엄청난 위험을 무릅쓰고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의 결단으로 인천상륙작전을 결행해 전세를 역전시켰다. 

피로써 자유 대한민국을 지킨 역사를 알기에 이번 추모식에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은 직접 참석하고 전직 사령관 7명이 영상 등으로 추모 메시지를 보내왔다. 지난주 취임한 러캐머라 사령관은 첫 공식 외부 일정으로 백 장군 추모식을 선택했다. 미국은 그만큼 6.25 한국 참전을 중요하게 간주한다.

따라서 당시 소련의 뒤늦은 참전과 북한 지역 진주는 ‘해방’과 너무나 거리가 멀다. 소련은 한반도에 공산정권을 수립하고 위성국가화하려는 목적을 숨기지 않았다. 남한의 경우 그만큼 국민통합이 중요하다.

역사 이념대결 득표경쟁 포기를

그런 상황에서, 이 지사 같은 대선 후보자들이 이러한 팩트를 두고 이런저런 해석과 주석을 갖다 붙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역사를 자신의 이념이나 진영논리에 끼워 맞춰 편 가르기를 하겠다는 목적 때문이다. 

한국 현대사는 증언한다. 그동안 여야, 진보와 보수 모두가 뿌리를 같이하는 부끄러운 과거다. 하지만 이를 보고 배우고 학습한 후배들의 정치는 달랐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우리 정치에서 진보세력은 과거 해방 전후의 좌익세력이 보여준 선동적이고 투쟁적인 기질에다 30여 년 동안이나 이어진 군사정권을 무너뜨린 실전경험까지 쌓았다. 투쟁의 시대는 끝났지만, 전투력으로 전신을 무장한 진보는 10년간의 집권 신화까지 썼다. 한번 맛본 권력은 중독성이 강하다. 촛불로 세운 정권을 100년쯤 더 오래 누리겠다고 오만가지 내로남불로 무장했다.

보수는 다른가. 마찬가지다. 이승만이 보여준 권력욕의 끝을 학습했지만, 나와는 다른 문제라는 선긋기로 유신독재는 망했다. 독재의 유전인자를 물려받은 박근혜 정부는 촛불이 횃불로 번지자 광장을 내주고 보수정권의 종말을 고했다. 보수정권은 앞으로 100년간 재기불능이라 점쳤던 주술사들이 보고서를 만들어 진보정권에 바칠 무렵, 아뿔싸 보수는 30대 기수론으로 재기했다. 이준석과 윤석열이 보여준 보수정치의 변화는 우리가 잘못 알고 있던 보수의 가치를 다시 펼쳐 보이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이 지사는 지리산에서 빨치산을 하든지 북한에 망명하든지 하라”고 한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발언도 매한가지다. 여야가 행여라도 이념 대결로 표를 얻겠다는 심보라면 일찌감치 포기하기 바란다. 

미래를 위한 비전·정책으로 경쟁을

나라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이런 이념 논쟁이 아닌 정책대결등 넘치고 또 많다.

이번 대선은 전례 드문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치러지는 선거다. 그렇기에 무너진 일상을 회복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건설적 담론의 장이 돼야 한다. 여야 후보들이 이제라도 과거에서 빠져나와 민생 회복과 미래를 위한 비전·정책으로 경쟁하기 바란다. 미래 지도자들이 고민해야 할 과제도 너무 많이 쌓여 있다.

구태를 답습하는 정쟁은 적당한 선에서 멈춰야 한다. 국민의 관심사는 국가의 장래와 삶의 문제다. 글로벌 경쟁에서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은 무엇이며 북핵과 남북관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 해소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먼저다. 

정치권은 이쯤에서 흑색선전을 멈추고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를 하길 바란다.

김원웅 영상메시지가 문제 발단

그러나, 역사인식은 언제나 바르고 굳건해야 한다. 국사편찬위원회가 공개한 맥아더 사령부 포고문을 보면 “북위 38도선 이남을 오늘부터 점령한다”는 말이 나오는 건 맞다. 그러나 “조선을 해방 독립시키라는 연합국의 결심을 명심하고” “점령의 목적이 (일본) 항복문서를 이행하고 그 인간적 종교적 권리를 확보함에 있다”는 문장이 바로 이어진다. 즉, ‘점령’ 또는 ‘점령군’이란 표현은 일본군을 무장해제한 주체로서의 정치 군사적 용어로 봐야 한다. 이런 내용은 뺀 채 미군은 나쁜 군대, 소련군은 좋은 군대라는 식으로 말하는 건 가당치 않다.

맥아더 사령부 포고문의 내용은 또한 점령의 주체는 미군이고 대상은 일왕이 지배한 조선이라고 했다. 이승만이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되고 정부 수립이 공식화된 1948년 8월15일까지 3년간은 미군정이라는 비정상의 과도기가 존재했다. 이후 1948년 12월 UN이 "한반도 내 공식적이고 유일한 합법정부는 대한민국"이라고 선포하면서 국제적으로 대한민국의 국호가 합법화됐다. 

오죽하면 “이왕 도움을 받아야 하는 초라한 형편에서 소련이 아니라 미국의 도움을 받은 것을 천만다행으로 생각한다. 정당성을 북한에 주고 자신을 온갖 치욕 덩어리로 전락시키며 스스로 너무 자학하지 말자”(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는 말이 나오겠는가.

최근 역사논쟁의 첫 시작은 김원웅이다. 대한민국 광복회장이라는 자다. 그가 한 고등학교에 보낸 영상 메시지가 문제의 발단이 됐다. 광복 이후 북한에 진입한 소련은 해방군이고 남한에 들어온 미국은 점령군이라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설전(舌戰)은 곧 정치권으로 번졌다. 김원웅의 발언을 가운데 두고 해석과 주석이 요란했지만, 핵심은 친미와 반미, 그리고 진보와 보수라는 프레임에 대선후보들을 가두겠다는 의도다. 

미 군정 '점령' - 이 지사 '점령', 개념 달라 

김 회장의 발언과 연계된 이 지사의 말의 사실관계를 우선 따져보면, 당시 미군의 포고문에 '점령'이란 단어가 있는 것은 맞지만, 이 지사는 자구적 해석을 하고 있을 뿐이다. 여기서 '점령'의 의미는 일제의 무장을 해제하고 힘의 공백상태에서 질서 유지를 위한 조치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역사학계도 인정하고 있고 상식에도 위배되지 않는다. 미군정이 3년 동안 한국의 완전한 독립을 위해 노력한 것을 보면, 이 지사의 '점령' 해석이 잘못된 것임을 세 살 박이도 알 수 있다. 

친일세력이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는 것도 틀린 말이다. 초대 이승만 내각은 독립투사들이 주축이었다. 이 정도를 이 지사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아니라면 그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혜택 속에서 살아왔으면서 대한민국에 침을 뱉는 것은 모순이며 자기부정이다.

히지만, 이 지사도 논란에 대한 입장문에서 “미국은 일제를 무장 해제하고 그 지배 영역을 군사적으로 통제했으므로 ‘점령’이 맞는 표현”이라며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미 점령군’ 발언은 맥아더 사령부의 포고문을 왜곡한 것이다. 1945년 9월 9일자 포고문에는 ‘북위 38도 이남을 점령한다(occupy)’는 내용이 들어 있지만 “조선을 해방 독립시키라는 연합국의 결심을 명심하고…점령의 목적이 (일본) 항복 문서를 이행함에 있다’는 문장이 바로 이어진다. 

한국전쟁, 갈수록 극럴한 이분법 사회 계기

우리 정치는 현재 이념대립 면에서 해방 전후로 부터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해방 직후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라는 이념의 그물망에 스스로를 가둔 것은 이 땅의 지식인들이었다. 식민지 치하에서 외눈박이 이념 공부에 열중한 지식인들은 제대로 된 절차와 의사결정과정을 거치지 못한 채 외세에 의한 정부 수립과 혼돈의 시간을 마주했다. 

그 혼돈의 시기에 맞닥뜨린 한국전쟁은 좌우 대립과 빨갱이 논쟁으로 이어졌고 갈수록 극렬한 이분법 사회로 내몰렸다. 극단은 결국 투쟁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는 정치깡패의 주먹질과 암살, 권모술수와 테러로 이어진 시정잡배 수준에 머물렀다.

이 지사의 깨끗하지 못한 출발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초대 정부는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을 비롯, 이시영·김병로·이범석·조봉암 등 독립운동가들로 구성됐다. 이 지사와 같은 주장은 사료와 연구가 부족했던 1980년대까지 학계 일각에 있었지만, 1980년대 말 소련 등 공산권 붕괴와 새로운 사료의 발굴로 거의 사라졌다. 이 지사 언급대로 역사가 진행됐다면 한국은 전역이 공산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은 1945년 8월8일 대일 선전포고와 함께 두만강을 건너 한반도로 진주했다. 미군은 아직 오키나와에 묶여 있을 때였다. 만약 미국이 8월14일 38선 제안을 통해 소련군의 남하를 막지 않았다면 한반도 전체가 소련의 지배하에 놓였을 것이다. 이 지사의 발언은 대한민국이 공산 국가로 됐어도 괜찮다는 위험한 시각으로 인식될 수 있다. 실제로 미군은 점령군 행세를 하지 않고 이 땅에 민주주의를 이식해 대한민국의 탄생을 도왔다. 이승만정부의 초기 내각은 독립운동가 출신으로 대부분 채워졌다. 비록 친일잔재 청산이 충분히 이뤄지진 못했으나 김일성 정권의 북한보다는 나았다는 분석도 있다.

"용납할 수 없는 역사왜곡" 강한 비판론

문제는 계속된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날에 우리나라가 친일 세력과 우리 땅을 점령한 미군의 합작품이라는 삐뚤어진 역사관을 노골적으로 노출시킨 것이다. 대한민국 건국을 부정하는, 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가 만들어졌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한 역사 인식이 아닐 수 없다.

야권의 맹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5일 "국민 분열을 통해 정치적 이득을 보고자 하는 매우 얄팍한 술수"라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여권 대권주자들은)1948년에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의 정통성을 인정하는가"라며 여권 대권주자들까지 질타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4일 SNS를 통해 "셀프 역사 왜곡,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윤 전 총장은 “광복회장의 ‘미군은 점령군, 소련군은 해방군’이란 황당무계한 망언을 이 지사도 이어받았다. 이에 대해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어떠한 입장 표명도 없다는 것이 더 큰 충격”이라며 문재인 대통령, 이 지사, 김원웅 광복회장을 싸잡아 비난했다.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정진석·하태경 의원 등도 비판에서 빠지지 않았다.

같은 당인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한국기자협회 대선 주자 초청토론회에서 당내 경선 선두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직격했다. 최 지사는 이 지사의 ‘미군은 점령군' 발언과 관련, “명백히 잘못된 발언”이라고 했다. 대통령을 하겠다는 인사들은 말의 품격부터 갖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이 지사의 잘못은 극히 일부를 확대 적용하는 ‘일반화의 오류’로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 정통성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이르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점령’의 사전적 의미 이외에는 모두 역사를 호도한다. 점령 표현이 미군 포고령에 들어 있기는 했지만, 일본군 무장을 해제한다는 의미였고, 조선독립이 목적이라는 표현도 있음을 거듭 강조치 않을 수 없다.

광복회 내분 심각…김회장 부모까지 의혹

그렇다면, 문제의 발단을 일으킨 김원웅 광복회장의 전말은 어떤가. 김 회장을 둘러싼 분란은 끝이 없다. 최근에는 김 회장 부모의 독립유공자 자격에도 의혹이 제기됐다.  

김 회장은 애국가를 부정하고 이승만 대통령을 친일파 이완용에 빗대는가 하면 고 백선엽 장군에게는 “사형감”이라고 하는 등 편향된 역사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왔다. 그에 따른 광복회 내분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임기 2년 동안 끊임없이 분란을 일으켜온 김 회장은 즉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광복회 내부의 분란도 심각하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한 애국지사들의 숭고한 뜻을 이어받는 구심점이어야 할 광복회가 시정잡배보다 못한 꼴사나운 소동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김 회장의 발언이 큰 파장을 일으키자 광복회가 보도 자료를 통해 김 회장 두둔에 나섰다. "한국인 개무시한 맥아더 포고령을 비판해야지 포고령 내용을 밝힌 김원웅 회장에 대한 비난은 납득 안 된다"는 내용이다. "김 회장이 역사적 진실을 말했다"고도 했다. 보는 사람 낯이 뜨거워진다. 

소련 해방군, 교묘한 선전·선동 차원 참칭(僭稱)

김 회장의 편향된 역사 왜곡 발언이 도를 넘었다. 이번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영상 강연에서 “해방 이후 한반도에 들어온 미군은 점령군, 소련군은 해방군”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한편, 그의 주장대로 소련군이 '해방군'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해방 직후 소련군이 38선 이북 지역에서 벌인 행각은 전형적인 점령군의 모습이었다. 다수의 역사 자료와 연구에 따르면 소련군은 약탈을 일삼았고 발전설비 등 산업 시설을 싹쓸이하듯 뜯어 갔다. 소련이 쓴 해방군 표현은 냉전시대 공산 진영의 일사불란하고 교묘한 선전·선동 차원의 참칭(僭稱)이었다. 진실은 그렇게 중요하다.

김 회장이 이념 편향적 발언과 행보를 보인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명색이 광복회 수장이란 사람이 어떻게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부추기고 소련을 미화하는 메시지를 미래 세대인 고교생들에게 주입시키려 든단 말인가. 오죽했으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황기철 국가보훈처장마저 "대단히 부적절하다. 더욱이 고교생들한테 그렇게 발언했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유감"이라고 했을까.

김 회장은 광복회의 수장 자격이 없다. 한시라도 빨리 물러나야 광복회가 정상이 된다. 황 보훈처장은 "광복회에 사실 내용을 파악해 우려를 표명하든지 다른 방법이 있으면 강구해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냥 해 보는 소리가 아니기 바란다.

집권세력, 모순된 언행 즉각 멈춰야 

이재명 지사의 경우 좌파 운동권의 구시대 유물과 같은 편협한 역사 인식과 노동신문에나 나올 법한 요설로 국민을 갈라치고 갈등을 조장하는 건 지도자가 할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인하는 삐뚤어진 역사관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나라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겠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부끄럽든, 자랑스럽든 역사는 그 자체로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좌든, 우든 이념 논쟁으로 편을 가르고 정치적 이득을 보려 한다면 큰 착각이다. 점령군이냐, 해방군이냐는 등의 도식화된 이념 프레임을 적용하기에는 대한민국은 엄청나게 변화했고 발전했다. 더 이상의 역사 논쟁은 국민과 국가를 우롱하는 일이다.

대선 주자의 역사관은 검증 대상에 포함되지만 이것을 핵심 문제로 다룰 때가 아니다. 후보들은 표출된 사회 문제의 기저에 양극화와 불평등 격화가 깔려 있음을 파악하고 미래를 위한 대안으로 경쟁해야 한다. 공동체를 위한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이기는 길이다.

역사가 정치에 악용되는 퇴행적 대선으로 흐르면 누구에게도 이로울 게 없다. 대한민국의 불행을 초래하는 소모적인 논쟁은 이제 멈춰야 한다. 자칫 이런 식으로 대선정국이 흘러간다면 국민만 피곤해 진다. 최고 지도자인 문재인 대통령도 역사 논쟁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집권 세력은 우리 체제의 정당성과 대선판을 뒤흔드는 모순된 언행을 즉각 멈춰야 할 것이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하였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하였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YS 대권전쟁>,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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