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정치] 패권전쟁과 이재명의 대권 도전
[역사로 보는 정치] 패권전쟁과 이재명의 대권 도전
  • 윤명철 가저
  • 승인 2021.07.25 0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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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지도자는 ‘전속력으로 전진’하는 독불장군 아니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기자)

대한민국이 원하는 지도자는 사진제공=뉴시스
대한민국이 필요한 지도자는 오로지 ‘전속력으로 전진’하는 독불장군이 아니다. 사진제공=뉴시스

“주도권 국가에 의한 세계 지배권 장악 시도는 다른 국가들로 하여금 대항 연합을 형성하게 해 세계대전을 불러오게 한다.”

세계적인 역사학자 토인비가 내린 패권 전쟁의 정의다. 

정치학자 이춘근도 <미중 패권 경쟁과 한국의 전략>에서 “패권 전쟁은 기존의 세계체제를 새로운 힘의 관계에 합당하게 바꾸려는 전쟁이다. 기존의 패권국의 힘이 쇠잔해지고, 도전국의 힘이 증강될 때 신흥 강대국은 기존의 국제 질서가 자신에게 불리한 국제질서라고 인식하고 이를 수정하고자 한다. 즉 패권 전쟁의 목적은 새로운 힘의 구조에 적합한 새로운 패권국 또는 챔피언을 결정하기 위한 전쟁이다”라고 정의했다.

패권 전쟁은 인류의 역사

패권전쟁은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고대 서양에서는 지중해 패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펠로폰네소스전쟁, 로마와 카르타고가 자웅을 겨룬 포에니 전쟁이 유명하다. 20세기 제1~2차 세계대전은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다는 공포를 줬고, 현재도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으로 제3차대전 발발에 대한 우려가 커져가고 있다.

동양은 중국이 패권전쟁의 주인공이었다. 중원의 패권을 차지하려는 한족과 북방민족의 전쟁과 한족 내의 통일전쟁 등이 대표적이다. 진시황은 중국 패권전쟁 최초의 승자다. 수백 년에 걸친 춘추전국시대를 마감한 진시황은 대제국을 건설했다. 그는 중원대륙을 끊임없이 위협하는 북방민족의 패권도전을 막고자 만리장성을 쌓았다. 유방과 항우의 대결도 패권전쟁이다. 진나라가 멸망하자 각 제후국들은 유방과 항우의 양대 진영으로 분열돼 생존게임에 돌입했다. 결국 최후의 승자는 유방이었고, 유방이 세운 한나라는 고조선과 베트남을 정벌하며 동아시아의 패권 국가가 됐다. 

한나라 이후에도 중국은 패권전쟁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위진남북조, 수당 교체기, 5대10국, 송과 북방민족의 혈투. 원제국, 명과 청제국의 영광 등 중원의 패권국은 명멸의 역사와 함께했다.  

처칠이 본 1차 세계대전에서의 독일 패전 이유

역사의 시계를 20세기로 돌려보자. 제1차 세계대전은 신흥 강국 독일이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무너뜨리고자 일으킨 패권전쟁이다. 독일은 비스마르크의 철혈정책으로 통일의 위업을 달성했고, 라이벌 오스트리아와 프랑스를 굴복시킨 군사 강국이었다. 또한 산업혁명의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근면함과 정밀한 국민성을 바탕으로 공업에서도 영국을 바짝 뒤쫓았다. 특히 자동차 공업에서는 독일이 독보적인 존재였다. 

독일의 황제 빌헬름 2세는 조국을 유럽의 패권국가로 만들고 싶어 했다. 무조건 영국을 굴복시켜야 했다. 전쟁만이 최선이 방법이라고 판단했고, 사라예보 사건을 구실로 러시아와 프랑스를 침공했다. 

초반에는 승리의 여신이 독일 편이었다. 아시아의 소강국 일본에게도 패전한 러시아는 독일의 밥이었다. 서부전선도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전통의 강국 영국과 프랑스가 연합군을 형성하고 전열을 정비했다. 여기서 빌헬름 2세는 역사에 남을 패착을 둔다. 영국의 해군력을 붕괴시키고자 ‘무제한 잠수함’작전을 감행하다 중립국 미국을 전쟁에 끌어들였다.

미국의 참전은 독일의 패망을 앞당겼다. 미국은 풍부한 자원과 뛰어난 공업력을 자랑했다. 당시 미국은 영국의 경제력을 위협하며 세계 제1의 공업국으로 발돋움하고 있었다. 반면 독일은 영국이 해안을 봉쇄하자 해외 식민지로부터의 물자 공급이 차단됐다. 

당시 영국 해군장관이었던 처칠은 <폭풍의 한가운데>에서 독일이 처한 비참한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독일은 실상, 전쟁을 선포하는 순간부터, 자신들이 얼마나 많은 적을 상대해야만 하는지를 깨닫고 공포에 질려 있었다. 더구나 적들이 보여주는 식을 줄 모르는 호전적인 성향과 강철같은 의지, 치솟기만 하는 자신들에 대한 적개심을 확인하고는 끊임없이 불안에 떨고 있었으며, 내부적으로는 곡물과 육류, 채소 등이 고갈돼 가면서 항상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었던 것이다.”

처칠의 표현대로 독일은 점차 패망의 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처칠은 독일의 약점에 대해서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그는 독일이 안고 있던 치명적인 약점은, 직업에 관한 전문가 이외의 세계에 대해서는 전혀 문외한인 군 지도자들이, 국가의 모든 정책에 관해 조정자로서 행세할 수 있었던 데 있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독일이 군부에 맞서 국가를 구제하는 의사결정 과정에 자신들의 의지와 특수한 관점들을 조화시켜 이끌어갈 만한 민간 세력이 형성돼 있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는 독일이 전쟁은 총력전이라는 점을 망각하고 군부독재에 의해서 지휘되고 있는 맹점을 정확히 꿰뚫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처칠은 독일의 사실상 최고 지휘관 에리히 루덴도르프에 관해 전장을 향해 질주하는 거대한 군함의 선장에 비유했다.

“거대한 군함이 전장을 향해서 항해해 가는 장면을 한번 떠올려보자. 지휘소에는 화려한 제복 차림의 비전문가들이 절도 있는 제스처를 섞어가며 웅변조의 변설을 토하고 있고, 선박의 운항을 책임지고 있는 기술자는 선박의 운항을 통해서 전 함대의 운명을 책임지고 있는 형상이다. 그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서는 하나도 아는 바가 없다. 수면 저 밑에 위치한 기계실과 무장된 갑판에 쑤셔박혀 있는 그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그는 모든 보일러에 불을 지피고 안전밸브를 다 풀어놓은 상태에서 키는 중앙에 고정시켜 놓는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명령은 오로지 ‘전속력으로 전진’ 그 한마디다.”

처칠의 결론은 루덴도르프가 단지 한 단원을 배웠을 뿐이고, 그 단원에 대해서 만큼은 정통한 군인이었지만, 국가의 명운이 걸린 대격전을 치르는 마당에는 그것만 가지고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즉 독일은 그밖에 갖춰야 할 요소들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거나 아주 철저히 억제돼 있었던 것이 패전의 가장 큰 이유라는 주장이다. 결국 처칠의 진단대로 독일은 20세기 첫 세계 패권전쟁에서 철저히 패배했다.

이재명의 패권전쟁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특권과 반칙에 기반한 강자의 욕망을 절제시키고 약자의 삶을 보듬는 억강부약 정치로 모두 함께 잘 사는 대동세상을 향해가야 한다”며 대한민국 정치의 패권을 쥐고 싶어 한다. 대한민국 기존 정치체제를 뒤엎고 새로운 체제를 만들고 싶어 한다.

그는 불과 8개월도 채 안 남은 20대 대선에 도전했고, 현재 여권의 대선주자 선두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치권의 대표적인 아웃사이더인 이 지사는 특유의 거침없는 행보로 연일 매스컴을 지배하고 있다. 명문대 운동권 출신 타 후보들은 이 지사의 독주를 지켜만 보고 있었다.

대권주자 이재명은 성남공단 소년공 출신으로 검정고시를 거쳐 중앙대 법대 장학생으로 입학해 사법고시에 합격한 전형적인 ‘흙수저 신화’의 주인공이다. 일개 재야 변호사였던 이 지사는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성남시장에 당선되면서 혜성같이 나타났다. 무상복지를 간판으로 내세워 경기도지사가 됐고. 이제 대통령까지 접수하려고 한다.

이재명 지사는 ‘사이다 발언’의 달인이다. 특유의 거침없는 언사로 상대방을 압도하는 말솜씨는 듣는 이로 하여금 탄복을 금치 못하게 한다, 덕분에 열혈 지지층도 구축됐지만 열혈 적대층도 만만치 않다. 특히 같은 여권인 친문 지지자들 사이에는 안티층이 두텁다는 평가다.

최근 이 지사는 독주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 수년간 제기된 여배우 스캔들 대응 과정에서 나온 ‘바지 발언’과 이낙연 후보 측과의 난타전에 보여준 정제되지 않은 발언 등이 지지율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결국 본인의 강점이자 최대 단점인 ‘말’이 화근이 된 셈이다. 

또한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기본소득’은 여권 내에서도 공세가 집중되고 있다. 사방에 적이 둘러 쌓인 형국이다. 하지만 대권주자 이재명은 본인의 길을 변경할 마음이 없어 보인다. 날로 악화되고 있는 추격자 이낙연과의 공방전은 처칠이 지적한 폭주하는 거대한 함정의 선장과 같은 모양이다. 

이재명 지사는 토인비가 패권전쟁에 대해서 왜 “주도권 국가에 의한 세계 지배권 장악 시도는 다른 국가들로 하여금 대항 연합을 형성하게 해 세계대전을 불러오게 한다”라고 일갈했는지 다시 새겨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대한민국이 필요한 지도자는 오로지 ‘전속력으로 전진’하는 독불장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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