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역대급 주택공급에도 건설기계 수급 문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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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역대급 주택공급에도 건설기계 수급 문제없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07.27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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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기계 수급계획, 구체적 기준 투명하게 공개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국토교통부는 지난 22일 건설기계 수급조절위원회를 개최하고 2021년 건설기계 수급계획을 최종 의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정부는 영세한 건설기계 운전자·임대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2009년부터 2년마다 건설기계 수급조절 심의를 연다. 건설기계 운전자·임대업자 공급이 과도하게 많다고 판단되면 수급조절을 연장·유지해 신규 등록을 제한하고, 반대로 수요가 많다고 판단되면 새로운 건설기계 운전자와 임대업자가 진입할 수 있도록 수급조절을 해제하는 방식이다. 여태까지 건설기계 수급조절이 연장·유지되지 않은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올해도 국토부는 수급조절 연장·유지를 결정했다. 나아가 수급조절 대상을 기존 콘크리트 믹서트럭, 덤프트럭, 펌프카 등 3종에서 소형 타워크레인을 더해 4종으로 확대했다. 국토부 측은 "연구용역과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거쳐 건설기계 수급 추이를 분석한 결과 기존 수급조절 대상인 건설기계 3종은 향후 수급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분석돼 오는 2023년까지 수급조절을 유지(신규등록 제한)하기로 했으며, 지난해 7월 이전에 형식신고된 소형 타워크레인을 수급조절 대상에 포함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참 신기한 일이다. 국토부는 전국에 역대급 공급물량을 신속하게 풀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월 4일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 이른바 2·4 공급대책을 발표하고 오는 2025년까지 전국 대도시에 약 83만 호 규모 주택공급 부지를 확보, 공공이 주도하는 새로운 개발수단을 도입함으로써 도심 내에 양질의 부담 가능한 주택을 신속 공급하겠다고 공언했다. 또한 지난해에는 8·4 부동산대책 등을 통해 서울·수도권 내 127만 호 규모 공동주택을 선보이겠다는 방침도 밝힌 바 있다. 당시 정부는 2020년 17만8000호, 2021년 20만1000호, 오는 2022년 19만5000호, 2023년 이후 65만7000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제시했다. 또한 2·4 공급대책 때 변창흠 당시 국토부 장관은 "주거복지로드맵, 3기 신도시 등을 통해 추진 중인 수도권 127만 호에 이번 공급대책 물량을 합치면 200만 호 이상으로 역대 정부 최대 공급계획"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건설현장에는 반드시 건설기계가 필요하다. 주택공급을 늘리면 그만큼 건설현장이 늘어나는 것이고, 건설기계 수요 역시 이에 따라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그런데 역대급 주택공급을 추진하겠다면서 향후 건설기계 수급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니, 도저히 이치에 맞지 않는 수요예측이 아닌가. 더욱이 현재 콘크리트 믹서트럭, 덤프트럭, 펌프카 등은 과거 국토부가 예측했던 공급량에 비해 현저히 모자란 수준이다. 국토부로부터 용역을 받아 2019년 9월 건설기계산업연구원이 작성한 '건설기계 수급계획 수립 및 수급조절 연구' 보고서를 살펴보면 당시 국토부는 콘크리트 믹서트럭 공급 추청치로 2020년 2만8200대, 2021년 2만8961대를 예상했지만 현재 콘크리트 믹서트럭 등록대수는 지난 3월 기준 2만6106대다. 같은 기간 6만 여 대가 공급될 것으로 전망됐던 덤프트럭도 5만6390대에 그쳤으며, 콘크리트 펌프 역시 공급 추정치에 비해 1300대 가량 부족한 실정이다. 수요예측은 물론, 공급예측에도 물음표가 붙는 대목이다. 

건설기계 수급계획은 건설기계 대여업자, 건설업체, 건설기계 생산업체, 시멘트·레미콘업체, 그리고 노조계 등 이해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이며, 때로는 정부의 시장개입 논란이 일기도 하는 문제다. 그만큼 판단 잣대가 공정하고 투명해야 사회적 갈등을 방지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거론했듯, 이번 국토부의 결정에는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 여럿 있다. 아울러 이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전무했다. 보도자료 3페이지와 '국토부1차관(위원장), 관계부처·지자체·전문가·이해단체 등 15인이 서면으로 참여'라는 부연이 다였다. 이에 몇몇 이해당사자는 감사원 감사 신청을 검토하고 올해 국정감사에서 관련 문제가 다뤄지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벌써 내놓은 상황이다.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해당사자 간 갈등과 후폭풍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한 가지 있다. 건설기계 수급계획에 어떤 기준이 적용됐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의결됐는지, 또 그 근거가 된 수요·공급예측 정보를 이제라도 구체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하면 된다. 실제로 국회입법조사처는 '2020 국정감사 이슈 분석-국토교통위원회'를 통해 "건설기계 수급조절을 시행 또는 연장하는 경우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 논란을 최소화하고,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제도 전반의 법적근거를 강화하는 등 건설기계 수급조절 제도의 공정성·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입법 및 정책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는 의견을 당시 국회 국토위 소속 의원실과 국토부에 전한 바 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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