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인상 고심”…라면업계, 하반기 수익 개선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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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인상 고심”…라면업계, 하반기 수익 개선 나서나
  • 안지예 기자
  • 승인 2021.07.27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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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기저효과 등으로 상반기 실적 뒷걸음질
오뚜기 다음달부터 가격 인상…소비자단체 비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라면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라면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성장세에 제동이 걸린 라면업계가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들 분위기다. 지난해에 비해 올해 상반기 기저효과 등으로 실적이 뒷걸음질친 데다 원가 상승 등으로 가격 인상 요인이 충분하다는 게 업계 이야기다. 하지만 실적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한다는 비판도 뒤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27일 증권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주요 라면 기업들의 실적은 지난해보다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농심의 2분기 실적은 매출액 6343억 원, 영업이익은 201억 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05%, 51.52%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오뚜기 영업이익은 471억 원, 삼양식품 영업이익은 221억 원으로 각각 10.96%, 25.08% 줄어들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에도 이들 3사의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줄었다. 지난해 코로나19 특수가 워낙 컸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발생한 데다 세계적인 곡물 가격, 각종 원자재 가격, 물류 비용 상승도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농심의 연결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5.5% 줄어든 283억 원, 매출액은 634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 하락했다. 오뚜기도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502억 원으로 12.26% 감소했으며, 삼양식품도 영업이익 144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46.2% 줄었다.

상반기 수출 증가세도 둔화됐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라면 수출액은 3억1968만 달러(한화 약 3691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3억208만 달러(한화 약 3488억 원)보다는 늘었지만, 수출 증가폭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줄었다. 지난해 상반기 수출 증가율은 37.4%였다. 업계에서는 라면 수출 증가율이 둔화된 데 관해 지난해 기저효과와 함께 전세계적으로 컨테이너선이 부족해진 영향으로 분석했다.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업계는 수익 개선에 가장 즉각적인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총대는 오뚜기가 멨다. 오뚜기는 다음달 1일부터 진라면, 스낵면 등의 가격을 일제히 인상한다. 진라면은 684원에서 770원으로 12.6%, 스낵면은 606원에서 676원으로 11.6%, 육개장(용기면)은 838원에서 911원으로 8.7% 오른다. 앞서 오뚜기는 지난 2월 진라면 가격을 9%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여론 악화에 결정을 철회한 바 있다.

그동안 라면업체들은 인건비와 원재료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라면 가격 인상을 검토했지만 라면이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꼽히는 만큼 쉽게 가격 인상을 발표하지 못했다. 농심은 2016년 이후 5년째 신라면 가격을 동결 중이며 삼양식품도 2017년 삼양라면 가격 인상이 마지막이다. 오뚜기도 이번 가격 인상이 2008년 4월 이후 13년 4개월 만이다.

오뚜기에 이어 농심과 삼양식품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한다면 업계 하반기 수익 개선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은 이번 가격 인상으로 오뚜기의 영업이익이 9%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농심 역시 라면 가격을 5% 인상할 경우 영업이익이 기존 추정치 대비 19%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라면업계가 올해 일제히 가격인상을 시도한다면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최근 오뚜기 가격인상에 대해 “원재료 상승 시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 원재료 하락 시 이익은 고스란히 기업 주머니로 간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라면의 원재료인 소맥분과 팜유의 2012년부터 2019년까지의 수입가격은 전반적으로 하락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팜유 역시 2012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 3.9%로 감소추세를 보였다. 

반면 오뚜기의 별도기준 매출액은 2012년 1조6525억 원에서 2020년 2조3052억 원으로 39.5% 올랐으며, 동기간 영업이익은 957억 원에서 1552억 원으로 62.2% 올랐다. 해당 기간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감소된 해는 2013년과 2019년뿐으로 지속적 증가세를 유지했다. 특히 2019년 대비 2020년의 매출액은 9.3% 증가, 영업이익은 23.1% 증가했으며 영업이익률은 6.7%로 9년 중 가장 높았다. 반면 매출원가율은 2021년 1분기를 제외하면 최근 3년간 평균 78~79%대로 보합세를 나타냈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소맥분과 팜유 등 원재료 가격이 떨어질 때에는 꿈쩍도 하지 않다가 원재료 가격이 평년보다 상승하는 시기를 틈타 소비자 가격을 올려버리는 기업들의 행위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오뚜기의 이번 가격 인상이 다른 라면 제조업체들의 연쇄적 가격인상의 신호탄이 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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