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정치의 경제 지배, 그리고 글로벌 친환경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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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텔링] 정치의 경제 지배, 그리고 글로벌 친환경 프레임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07.27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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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친환경 패권전 역사와 현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정치는 사회구성원들로부터 표를 구하고자 사회적 이슈를 선점하고 프레임을 짭니다. 프레임이 안착되고 다수결이라는 정당성이 확보되면 그때부터 정치는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른 분야에 간섭할 수 있는 권력을 거머쥐게 되죠. 이 과정에서 정치가 경제에 간섭하는 걸 정치의 경제개입, 경제의 정치화라고 부르고, 이 간섭이 지나쳐 도를 넘게 되면 정치의 경제 지배라고 말합니다. 최근 정치가 경제를 지배하는 현상이 전(全)세계적으로 심화되는 형국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방역'과 '백신'이라는 지배수단을 우연히(?) 얻은 정치권력이 이제 '친환경'이라는 또 다른 강력한 프레임까지 확보했습니다. 친환경에 찬성하는 세력은 선, 반대하는 세력은 악이라는 뚜렷한 선악구도까지 형성됐는데요. 친환경이라는 참 좋은 말에 왜 프레임, 선악구도 등과 같은 험악한 표현을 붙였냐고요? 그 프레임과 선악구도 배경에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깔려있고, 양국이 그 프레임과 선악구도를 활용한 총성 없는 무역전쟁에 돌입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무수히 많은 국가와 기업, 개인들의 경제가 요동을 치고 있고요. 완벽한 정치의 경제 지배입니다.

"트럼프의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중국의 안면을 향한 묵직한 훅이라면, 바이든의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를 앞세운 친환경주의는 중국의 복부를 겨냥한 스트레이트 연타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을 향한 야욕, 패권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글로벌 친환경 프레임을 씌운 정치의 경제 지배, 과연 세계는 어떻게 돌아갈 것이며, 우리나라는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 시사오늘
미국과 중국의 패권을 향한 야욕, 패권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글로벌 친환경 프레임을 씌운 정치의 경제 지배, 과연 세계는 어떻게 돌아갈 것이며, 우리나라는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 시사오늘

미중의 친환경 프레임을 앞세운 세계 패권전이 본격 시작된 건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으로 보입니다. 당시 미중관계는 냉각기였습니다. 1999년 나토의 유고슬라비아 주재 중국대사관 폭격, 2001년 미중 정찰기-전투기 충돌 등으로 긴장이 상당했죠. 하지만 9·11 테러 참사와 이라크전 영향으로 전반적인 2000년대 국제사회는 '미국 단극'에서 '미중 양극'으로 힘의 추가 이동하는 시기였습니다. 미국 입장에선 짜증나도 중국에 함부로 할 수 없었던 때였습니다. 2001년 3월 미국과 부시는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하고 탈퇴를 선언했습니다. 중국 등이 기후변화 책임을 함께 이행하지 않아 탄소 배출 감축 효과가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이후 미국은 2005년 아시아·태평양 기후변화 파트너십을 주도하면서 미국 중심 친환경 국제질서 구축에 매진합니다. 2006년 3월 중국과 후진타오는 제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제4차회의에서 '국민경제와 사회발전 제11차 5개년 규획'을 비준했습니다. 이 규획에는 과거 중국의 중장기 계획·규획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내용이 담겼는데요. 바로 '6편 자원절약형·환경친화형 사회건설 분야'입니다. 이를 통해 중국은 태양광, 풍력, 수자원 등 기후자원, 즉 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을 국제사회에 피력했습니다. 여기에 미국은 '불편한 진실'로 응수했고요.

양국의 친환경 프레임 패권전은 2010년대 들어 양상이 급변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의 힘이 급격히 하락했기 때문이죠. 반면, 중국은 고공성장을 이어가면서 새로운 패권국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G2'라는 표현이 굳게 확립된 것도, 중국이 중남미, 아프리카 주요 국가들과 협력하며 다자외교 정책을 시작한 것도 이때쯤으로 기억합니다. 중국의 이 같은 행보는 미국에서 위협 그 자체였습니다. 미중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죠.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 중국의 남중국해 무력시위 등이 이어졌습니다. 북핵 위기(2013년)라는 변수도 있었고요. 이 같은 갈등 속에서 양국은 서로 자신이 진정한 패권국임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데에 친환경 프레임을 활용합니다. 선전수단으로 쓰인 겁니다. 미국의 오바마와 중국의 시진핑은 2014~2015년 두 차례에 걸쳐 만나 기후변화 문제에 함께하겠다고 공동선언했습니다. 특히 양국은 교토의정서의 뒤를 잇는 체제인 2015년 12월 파리기후협정 타결 직전인 그해 9월 정상회담을 갖으면서 선전 효과를 제대로 누렸습니다. 그리고 2016년 4월 미국과 중국은 동시에 파리협정에 참여했죠. 당시 오바마는 "미국과 중국이 안전하고 번영하는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했고, 시진핑은 "새로운 장엄한 승낙"이라고 자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오바마와 시진핑은 기후변화 문제를 내세워 세계 여러 국가와 다자외교를 활발하게 펼치며 패권국으로서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라는 불세출(?)의 인물이 미국 정치사 전면에 선 이후 양국의 친환경 프레임 패권전은 잠시 정전됐습니다.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초기인 2017년 6월 미국이 파리협정에서 탈퇴하고, 새로운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트럼프는 2019년 11월 UN에 파리협정 탈퇴를 통보했으며, 2020년 11월 미국은 파리협정을 공식 탈퇴하기에 이릅니다. 왜 트럼프는 이런 결단을 내렸을까요. 바로 중국 견제입니다. 트럼프는 2012년 자신의 SNS를 통해 "지구온난화라는 건 미국 제조업 경쟁력을 빼앗기 위해 중국이 만든, 중국을 위한 개념"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아마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WHO(세계보건기구), UN인권이사회 등을 탈퇴한 것도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미국이 떠나면서 생긴 국제사회 곳곳의 빈 자리를 중국과 시진핑은 집중 공략했습니다. 파리협정 이행 의지를 거듭 밝혔고, 자유무역주의를 지지한다는 의사도 피력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 내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했으며, UN의 주요 전문기구 사령탑 자리에 자국 인사를 앉혔습니다. 반면, 패권국 지위를 스스로 내찬 미국과 트럼프는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워 미중 무역분쟁을 본격화하며 중국 때리기에 집중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중국이 패권국 자리를 차지하는 게 당연한 수순으로 보이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로 보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과 시진핑이 스스로 찬 '똥볼'입니다. 신장 위구르, 홍콩 등 문제로 국제사회에서 신망을 잃었기 때문이죠. 또 하나는 코로나19 사태입니다. 팬데믹으로 탈(脫)세계화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인데, 공교롭게도 이는 트럼프의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와 일부 일맥상통합니다. 정말 신은 미국을 축복(God Bless America)하는 모양입니다.

자, 참 멀리도 돌아왔습니다. 드디어 '정치의 경제 지배, 그리고 글로벌 친환경 프레임'을 다뤄보겠습니다. 미국의 바이든은 당선 직후 '미국이 국제사회에 돌아올 것"이라고 선언했는데요. 복귀 수단은 같은 민주당 출신 대통령인 오바마가 썼던 친환경 프레임으로 보입니다. 바이든은 신재생에너지 투자·확대, 탄소배출 제로 달성, 전기차 충전소 확충 등 친환경 공약을 앞세워 대통령이 됐습니다. 실제로 미국은 올해 초 파리협정에 공식 복귀하고 향후 30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계획을 실행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말입니다. 최근 돌아가는 꼴을 보면 참 수상합니다. 정말로 목적이 친환경인지, 아니면 패권경쟁인지 그 진정성에 의심이 가는 대목이 많습니다. 바이든은 지난달 민주당 초당파 상원의원들과 1조2000억 달러 규모 '미국 일자리 계획 법안'(인프라 투자안)을 합의했습니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당초 1740억 달러로 편성됐던 '전기차 충전 인프라' 예산이 75억 달러로 급감했고, '물 기반시설' 예산은 1100억 달러에서 550억 달러로 반토막났습니다. '환경복원' 관련 예산도 줄었습니다. 친환경 정책을 표방한 것과 사뭇 다른 행보죠. 또한 이달 민주당 상원은 3조5000억 달러 규모 친환경·복지 예산안에 대해 합의했습니다. '바이든의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예산'이라는 게 민주당의 설명인데요. 사실 핵심은 여기에 들어갈 재원을 조달하고자 '탄소국경조정'을 도입해 다른 국가로부터 세금을 걷겠다는 부분으로 보입니다. 현재 이를 위해 민주당은 탄소 집약적 제품과 산업에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는데, 아직 확정되진 않았습니다만 현지 정치권에서는 탄소국경조정을 통한 관세로 중국 등으로부터 매년 수백억 달러 규모의 세수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답니다. 그런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탄소국경조정이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에는 별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룹니다. 실제로 UN은 탄소세(톤당 44달러 기준) 부과로 줄어드는 전(全)세계 탄소배출량은 0.1%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된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지난 3월 미국 백악관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된 미국 일자리 계획 법안 관련 설명자료 캡처. 붉은색으로 표시된 부분에 'position the United States to out-compete China'(중국과 경쟁하기 위한 미국의 포석)라고 적혀 있다 ⓒ 시사오늘
지난 3월 미국 백악관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된 미국 일자리 계획 법안 관련 설명자료 캡처. 붉은색으로 표시된 부분에 'position the United States to out-compete China'(중국과 경쟁하기 위한 미국의 포석)라고 적혀 있다 ⓒ 시사오늘

미국과 바이든의 진의는 의외로 아주 찾기 쉬운 곳에서 목격됩니다. 지난 3월 백악관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된 미국 일자리 계획 법안 관련 설명자료에는 해당 법안의 주된 목적 중 하나로 'position the United States to out-compete China'(중국과 경쟁하기 위한 미국의 포석)가 명시돼 있습니다. 또한 백악관은 "the president’s plan will unify and mobilize the country to meet the great challenges of our time: climate crisis and the ambitions of autocratic China"(바이든 대통령의 미국 일자리 계획 법안은 기후위기, 중국의 권의적 야심 등 두 가지 거대한 시대적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를 통합·동원한다)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미국 일자리 계획 법안과 탄소국경조정 제도 도입은 중국을 정면 겨냥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은 세계에서 석탄의존도가 가장 높은 국가로 꼽히죠.

하지만 이 같은 미국과 바이든의 행보로 인해 전기차 충전 인프라 등 미국 내 친환경 정책 예산이 줄어들었고, 세계 여러 국가와 기업들이 탄소국경조정에 따른 세금 문제로 곤욕을 치르게 될 겁니다. 친환경이라는 프레임을 안착시켰고, 다수결의 정당성을 확보했습니다. 모든 사회구성원이 이에 동조한 게 아님에도 결국 정치권력이 원하는 방향으로 경제에 간섭할 수 있게 됐습니다. 글로벌 친환경 프레임을 활용한 정치의 경제 지배입니다. 왜 이전과는 다른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요. 코로나19로 인해 자본권력보다 정치권력의 힘이 커졌기 때문에, 특히 일부 강대국들의 힘이 커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나라나 기업들 눈치를 볼 필요가 없게 된 거죠. 견제와 감시의 눈도 많이 줄었고요. 중국도 마찬가지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중국과 시진핑은 '14차 5개년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이를 통해 중국은 에너지 전환·재생에너지, 기술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지속가능하고 강력한 성장을 이루겠다고 대내외에 천명했습니다. 그러나 탄소배출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해당 계획에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국제무대에서 탄소중립을 선언하긴 했지만 정말 친환경 문제에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 대목입니다. 뭐, 일당 독재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 정치의 경제 지배는 당연한 일이겠죠.

앞으로도 당분간 양국은 패권전을 위해 친환경 프레임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사회에서 스스로 왕따가 됐던 미국, 그리고 소수민족과 홍콩 문제로 국제사회에서 손가락질을 받았던 중국, 패권경쟁에서 승리하려면 양국 모두 우호국가를 확대하는 데에 집중해야 하는데, 친환경 프레임만큼 다자외교를 벌이기 용이한 주제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죠. 다만, 앞서 서두에서 소개한 "트럼프의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중국의 안면을 겨냥한 묵직한 훅이라면, 바이든의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를 앞세운 친환경주의는 중국의 복부를 향한 스트레이트 연타다"라는 한 국제관계학과 교수의 말처럼, 현 상황에서는 석탄의존도가 높은 중국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공산이 클 것으로 여겨지네요.

국립외교원 김한권 교수는 지난해 〈미·중 전략적 경쟁과 중국의 다자외교:역사적 배경과 최근 UN 사례를 중심으로〉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국과 안보 파트너 국가들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며 대중 압박 정책에 대한 협력 강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기후변화협상 등에서 미국이 다시 역할을 담당하며 트럼프 행정부 시기에 퇴조했던 미국의 국제사회 리더십을 회복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러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적 변화는 외교 분야에서점차 다자외교의 역할과 중요성을 강조할 것이다. 또한 중국과의 국제 다자기구 및 다양한 다자외교 무대에서의 경쟁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아울러 중국에 대해 그는 "중국은 적극적인 다자외교를 통해 시진핑 시기 들어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향후 중국 다자외교의 미래는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의 결과 및 중국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경제 발전 여부와 더불어 우호 국가들과 함께 공유할 중국 고유의 가치와 규범의 부재에 관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에 달려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을 향한 야욕, 패권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글로벌 친환경 프레임을 씌운 정치의 경제 지배, 과연 세계는 어떻게 돌아갈 것이며, 우리나라는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요.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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