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준석-윤석열이 ‘여름휴가’를 대하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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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준석-윤석열이 ‘여름휴가’를 대하는 자세
  • 조서영 기자
  • 승인 2021.08.09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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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여름휴가가 잘못된 이유…‘안전’ 빠진 ‘쉴 권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우리 모두 안전하게 쉬는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시사오늘 김유종
우리 모두 안전하게 쉬는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시사오늘 김유종

바야흐로 여름휴가 철입니다. 길을 걷다보면 상점에 휴가 중이라는 팻말이 심심찮게 눈에 들어옵니다. 직장인들 역시 휴가 전에 업무를 미리 완성하기 위해 야근을 하거나, 급하지 않는 일의 경우 휴가 뒤로 미루기 위해 팀원들의 양해를 구하곤 합니다. 그러곤 서로 “여름휴가 잘 다녀오세요”라는 의례적인 말과 함께, 이제는 “TV에서 보지 않게 안전하게 놀다오세요”라는 말을 덧붙입니다.

‘쉴 권리’는 마땅히 지켜져야 할 권리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의 여름휴가를 위해 업무를 조율하는 것이죠.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배려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지금은 쉴 권리 못지않게 서로의 ‘안전’을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 모두 안전하게 쉬는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정치권에서도 휴가 시즌이 다가왔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5~8일,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는 9~13일로 휴가를 공지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여름휴가를 대하는 자세가 사뭇 다릅니다. 이에 이들의 휴가에 대한 비판 역시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연합뉴스
이 대표의 휴가에 대한 비판은 ‘쉴 권리’에 대한 것이었다.ⓒ연합뉴스

우선 이 대표의 휴가를 보겠습니다. 그가 휴가를 앞두고 마주한 과제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윤 전 총장의 입당 문제, 둘째 국민의당과의 합당 문제가 그것입니다. 두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윤 캠프와 국민의당에서 나온 볼멘소리는 ‘왜 이 대표의 휴가 일정을 앞세워 압박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공통적으로 이 대표의 휴식 일정 및 계획에 대한 불편함이었죠.

<뉴스1>의 보도에 따르면, 캠프에서 ‘정치적 행보를 정하는데 이 대표의 휴가를 앞세워 다른 날짜를 고려하라고 무언의 압박을 가하는 것은 비논리적인 데다 공당의 대표로서 바람직한 자세도 아니’라는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첫 번째 과제인 입당은 지난달 30일 이 대표 휴가 전에 마무리됐습니다.

국민의당 안혜진 대변인은 “합당 시한을 일방적으로 정하여, 그것도 자신의 휴가 일정을 이유로 통보하는 모습에서 합당의 진정성을 찾기 어렵다”며 “국민의당 당원들과 지지자들은 매우 고압적인 갑질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두 번째 과제인 합당은 결국 이 대표의 휴가 일정이 시작된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못했습니다. 이 과제는 휴가 이후로 미뤄질 계획입니다.

혹자는 두 개의 엄청난 과제를 앞두고 제1야당의 대표가 한가롭게 휴가를 앞세우냐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또는 당연히 합당과 입당 문제를 위해서라면 응당 휴가를 취소하고 일해야 한다고 여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누구의 쉴 권리든 마땅히 지켜져야 합니다. 미리 정해놓은 휴가 계획에 맞춰 함께 과제를 수행할 팀원들과 일정을 조율하듯, 입당과 합당 문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연합뉴스
윤 전 총장의 휴가에 대한 비판은 ‘안전’에 대한 것이었다ⓒ연합뉴스

반면 윤 전 총장의 휴가에 대한 비판은 사뭇 달랐습니다. 앞서 이 대표의 휴가가 ‘쉴 권리’에 대한 것이었다면, 윤 전 총장은 ‘안전’에 대한 지적이었습니다. 그는 입당 이후 10여 명의 관계자와 함께 국민의힘 의원 103명의 사무실을 방문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하루 전에 방문자 인적사항 접수를 하지 않았으며, 층간 이동이 불가능함에도 제약 없이 오가 방역 수칙을 위반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에 사무처 직원, 보좌진들을 비롯한 국회 재직자들의 익명 게시판인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는 “명백한 코로나 국회 방역수칙 위반”이라며 “함께 다닌 10여 명 중에 한 분이라도 코로나 확진자나 밀접접촉자가 있다면 국회 의원회관 103명의 방은 전부 셧다운 돼야 한다. 큰 일 날 일을 한 것”이라 지적했습니다.

결국 익명 게시판의 우려는 현실이 됐습니다. 103개의 의원실 순회 전 본청 방문 때 그와 악수를 했던 당직자 중 한 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즉 확진자와 접촉 후 103개의 의원실을 돈 셈입니다. 다행히도 그는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층별을 오가며 만난 근무자들 모두를 위험에 빠트릴 뻔 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방역 수칙이란 이러한 경우에 대비해 제약을 두는 것인데, 윤 전 총장만 ‘대권 행보’라는 명목 하에 위반한 셈이지요. 이는 또 다른 대권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하루 전 날 인적 사항을 제출하고, 의원실별로 방문 허가를 받았으며, 한 층에 있는 의원실만 돌아다닌 것과는 대비되는 행보입니다.

ⓒ시사오늘(=토리스타그램 갈무리)
여기서 문제는 SNS의 문법이 아닌, 방역과 안전의 문법에 대한 것이다.ⓒ시사오늘(=토리스타그램 갈무리)

결국 그의 여름휴가 계획 역시 무산됐습니다. 능동감시 대상자로 지정돼 고향 방문을 취소하고, 휴가 내내 자택에서 머물렀습니다. 문제는 그가 휴가 중 올린 SNS였습니다. 반려견과 함께 찍은 사진을 게시하며 “아빠 회사 안 간다 앗싸”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국회 방역 수칙을 위반하고 103명 의원실을 돌아다닌 것에 대해서도 당연히 사과가 있어야 하고, 일정 기간 자숙해야 하는데도 그런 모습을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한 윤 캠프의 반박은 “휴가 이틀째인 6일 일상의 모습을 SNS에 올린 것뿐”이라며 “반려견 입장에서 휴가로 모처럼 집에 있는 아빠(윤 후보)가 좋아서 했는데, 반려견의 마음마저 정쟁의 도구로 삼아야겠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을 향해 ‘인스타그램의 문법’을 모른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는 SNS의 문법이 아닌, 방역과 안전의 문법에 대한 것입니다. 확진자와의 접촉은 그의 잘못이 아니지만, 대권 주자라는 이유로 지킬 수 있었던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은 것은 분명 그의 잘못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쉴 권리에 비판이 쏟아진 것은 ‘안전이 빠진 쉴 권리’였기 때문입니다.

기자는 모두의 쉴 권리를 응원합니다. 합당 과제를 앞둔 야당의 당대표도, 그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이는 여야 대권 주자들도, 방역을 이유로 편히 쉬지 못할 질병관리청 직원들도, 2018년 이후 3년째 휴가를 가지 못한 대통령도, 현재는 휴가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프리랜서와 플랫폼 노동자들까지도 말입니다. 그러나 ‘안전’이 빠진 쉼표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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