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안한 국민의힘 대선주자들, 문제는 브랜딩이다
[기자수첩] 불안한 국민의힘 대선주자들, 문제는 브랜딩이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1.08.12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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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기본소득’처럼 한눈에 보이는 브랜드 없어…국민 삶 어떻게 바꿀지 고민해 브랜딩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은 성공적인 정책 브랜딩으로 손꼽힙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은 성공적인 정책 브랜딩으로 손꼽힌다. ⓒ연합뉴스

얼마 전, 우연찮게 한 브랜딩 전문가를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브랜딩 전문가는 여야 차기 대선후보 가운데 누가 가장 선거운동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러자 그는 고민도 하지 않고 단언했습니다.

“이재명 경기지사죠. 저는 정치는 잘 모르지만, 브랜딩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제대로 브랜딩을 하고 있는 사람은 이재명 지사밖에 없어요.”

이유를 물었더니, 이렇게 답하더군요.

“브랜딩의 핵심은 ‘이 제품이 어떤 제품이다’를 알리는 게 아니에요. ‘이 제품을 선택하면 고객의 삶이 어떻게 바뀔 것이다’를 알리는 게 핵심이죠.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저렇게 키운 비결이 그겁니다. 잡스는 ‘아이폰이 얼마나 좋은 제품이다’를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요. ‘아이폰을 쓰면 당신은 이렇게 세련된 사람으로 보인다’는 점을 부각시키죠. 고객들이 원하는 게 뭔지를 파악하고, 제품은 그 열망을 충족시키는 수단으로 브랜딩한 겁니다.”

그러면서 이런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정치인은 제품이고 유권자는 고객이잖아요. 그럼 ‘나는 어떤 사람이다’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내가 당선되면 당신의 삶이 어떻게 바뀔 것이다’를 보여줘야 사람들이 지지를 하죠. 그렇다고 또 이걸 구구절절 설명하면 안 됩니다. 인간의 뇌는 복잡한 정보가 오면 그걸 무시하게 돼있어요. 그래서 단 한마디로 ‘내가 당선되면 당신의 삶은 이렇게 바뀔 것이다’라고 보여줄 수 있는 브랜드가 필요한 거예요.

이재명 지사는 기본소득 브랜드를 갖고 있죠. ‘이재명 지사를 찍으면 나한테 기본소득이 지급될 거고, 나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수 있다.’ 간단하잖아요. 제가 보기에 지금 대선후보들 중에 이 브랜드가 있는 사람은 이재명 지사밖에 없어요.”

이런 맥락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을 바라보면 어떨까요. 유감스럽게도, 확실한 브랜드가 보이지 않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공정’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윤석열은 공정한 사람’이라는 것 이상의 가치는 창출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브랜딩 역시 구도자적 자세로 살아온 도덕적 인물이라는 ‘자기 홍보’를 넘지 못합니다. 유권자들이 윤 전 총장이나 최 전 원장을 찍었을 때 어떤 효용을 얻게 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두 사람 모두 ‘내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를 알리고 있을 뿐이죠.

오랜 기간 정치권에 몸담은 홍준표 의원이나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제주지사 등은 분명한 비전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그 비전을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세세하게 뜯어보면 좋은 정책이 많지만, 유권자들이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고도 ‘저 사람의 당선이 내 인생에 이득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연결고리가 없습니다. 이러면 정치 고관여층(高關與層·어떤 일에 높은 관심을 기울이며 참여하는 사람들의 계층)의 지지는 얻을 수 있을지언정, 대중의 지지를 얻기는 어렵습니다.

역대 대통령 사례를 봐도 그렇습니다. 국민들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대한민국에 민주주의가 찾아올 것임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IMF 외환위기가 극복될 것임을 믿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은 반칙 없는 깨끗한 대한민국을 기대하게 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당선은 풍족한 자신의 모습을 그리게 만들었죠.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경제민주화로 빈부격차를 해소할 것이라는 기대를 안겼습니다.

하지만 지금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은 국민을 위한 청사진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국민의힘 대선주자들도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데만 집중하기보다 자신의 당선이 국민들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를 보여주는 ‘브랜딩 전략’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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