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신문 보기] 이준석의 ‘유출 정치’…2015년 K·Y사건과 2021년 녹취록
스크롤 이동 상태바
[옛날신문 보기] 이준석의 ‘유출 정치’…2015년 K·Y사건과 2021년 녹취록
  • 조서영 기자
  • 승인 2021.08.20 20: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5년 그날, 인물·신문의 평가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이번 열일곱 번째 ‘옛날신문 보기’는 2015년 ‘K·Y 사건’이다.ⓒ시사오늘 김유종
이번 열일곱 번째 ‘옛날신문 보기’는 2015년 ‘K·Y 사건’이다.ⓒ시사오늘 김유종

유출(流出). 정보가 조직의 밖으로 나간다는 뜻이다. 타인에 의해 정보가 유출될 수도 있지만, 의도를 갖고 직접 유출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유출 과정의 오류를 지적함으로써 유출의 주체를 흐리게 만든다. 억울하게 유출된 것인지 의도적인 유출인지에 대한 구분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 경위는 사라지고, 정보만이 남곤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녹취록 유출이 연일 화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12일 이뤄진 통화 내용이 녹음됐고, 해당 녹취록이 유출됐다는 의혹이다. 이에 더해 원희룡 제주지사와의 통화 녹음에 대한 공방이 있었다.

그러나 이 대표가 관련된 유출 의혹은 6년 전에도 있었다. 2015년 이른바 ‘K·Y 사건’이다. 이는 청와대 인사가 사석에서 2014년 ‘정윤회 문건 사건’의 배후로 K(김무성)·Y(유승민)을 지목한 것을 이준석 대표가 전달했고, 이 내용이 담긴 김무성 전 의원의 수첩이 사진에 찍혀 세상에 알려진 사건이다.

각각의 두 사건에서 누가, 왜 정보를 유출했을까. 유출로 누가 정치적 타격을 가장 많이 받고, 반대로 누가 가장 이익을 얻을지를 중심으로 분석했다.

<시사오늘>은 과거의 인물, 그리고 과거의 사건에 대한 당대 신문들의 평가를 재조명하며, 보수와 진보 언론 양극단의 평가를 비교해왔다. 여기서 ‘어떤 평가가 옳은가’에 대한 가치 판단은 전면 배제한다. 판단은 ‘사상의 자유’를 만끽하면서도, 동시에 ‘과잉 이념’의 시대에 지쳤을 독자들에게 맡길 예정이다. 이번 열일곱 번째 ‘옛날신문 보기’는 2015년 ‘K·Y 사건’이다.

 

2014년, ‘정윤회 국정 개입’ 문건 유출자는?


ⓒ연합뉴스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2년 전, 정윤회의 국정개입이 사실이라는 보도가 있었다.ⓒ연합뉴스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2년 전의 이야기다. <세계일보>는 2014년 정윤회의 국정 개입이 사실이라는 단독 보도를 냈다.

[단독] 정윤회 ‘국정 개입’은 사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사이 속칭 ‘증권가 찌라시’에 떠돌던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교체설’은 정윤회(59)씨가 자신의 비선라인을 활용해 퍼트린 루머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 박근혜 대통령 핵심 측근으로 불리는 ‘문고리 권력’ 3인방이 포함된 청와대 안팎 인사 10명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 감찰 결과 확인됐다.

27일 본지가 단독입수한 청와대 내부 문건에 따르면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올 1월6일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의 동향 감찰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는 당시 서울 여의도 정치권에서 떠돌던 ‘김 실장 중병설’ ‘김 실장 교체설’과 같은 루머의 진앙이 어디인지를 감찰한 결과를 담고 있다.

- <세계일보>, 2014.11.28.

이 보도를 통해 쟁점이 된 부분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정윤회는 문고리 권력 3인방, 십상시(十常侍)를 만나 국정에 개입했는가. 둘째, 청와대 내부 문건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을 누가 언론에 유출했는가.

검찰은 전자인 문서 내용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는 2015년 1월 허위라고 빠르게 결론 내렸다. 그러나 후자인 문서 유출 과정에 대해서는 긴 논쟁이 시작됐다. 청와대의 공식 문건의 유출자로 지목된 박관천 행정관과 조응천 비서관은 올해 1월에야 각각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무죄를 선고 받았다. 6년 뒤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 유포자로 지목됐던 서울경찰청 경위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세계일보>는 고소를 당하고 사장을 비롯한 기자들이 사직해야 했다.

검찰은 정윤회 문건이 허위라고 결론 냈으나, 유출자로 지목된 박관천의 조사 중 발언이 화제가 됐다. <동아일보>는 “우리나라 권력 서열은 최순실이 1위, 정윤회가 2위이며, 박근혜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는 그의 발언을 단독 보도했다.

[단독] 박관천의 황당한 ‘권력서열’ 강의

청와대라는 권부(權府) 핵심에 있었던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53)과 박관천 경정(49·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은 39일간의 긴박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정치, 권력에 대한 관심을 자주 드러낸 것으로 6일 알려졌다.

수사 초기 박 경정은 한창 조사를 하던 검사와 수사관에게 뜬금없이 “우리나라의 권력 서열이 어떻게 되는 줄 아느냐”면서 박근혜 정부의 권력 지형에 대한 ‘강의’를 시작했다고 한다. “(정윤회 씨의 전 부인이자 고 최태민 목사의 딸) 최순실 씨가 1위, 정 씨가 2위이며 박근혜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는 ‘황당한’ 내용이었다. 허위로 결론 난 ‘정윤회 동향 문건’만큼이나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근거를 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 <동아일보>, 2015.01.07.

2년 뒤에야 그의 ‘황당한’ 발언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얼마나 ‘정확한’ 발언인지가 드러났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그동안 사실의 진위 여부를 파악조차 하지 않은 허위 문건들이 유출되어서 많은 혼란을 가중시켜 왔다”며 “공직자들이 나라와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공직기강을 바로 잡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당 관계자가 보낸 사진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이다.ⓒ 뉴시스
김무성 대표는 당 관계자가 보낸 기사를 통해 본인의 수첩이 찍힌 사진을 확인했다.ⓒ 뉴시스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과 같은 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수첩 내용이 화제가 됐다. 수첩에 적힌 내용은 “이준석, 손수조, 음종환, 이동빈, 신”이라는 이름과 함께 “문건 파동 배후는 K, Y. 내가 꼭 밝힌다. 두고봐라 곧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검찰 조사에 따르면, 정윤회 문건 유출의 배후는 조응천(J 또는 C)와 박관천(P)이므로, J·P 또는 C·P이 맞는 표현이었다. 그러나 이와는 다른 김무성 대표의 수첩 속 K·Y로, 문건 파동은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언론의 보도를 통해 이는 김무성(K)과 유승민(Y)을 의미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수첩 속 “문건 파동 배후 K는 김무성, Y는 유승민”

지난 12일 공개된 “문건파동 배후는 K, Y”라고 적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메모에서 케이(K)는 김 대표, 와이(Y)는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을 이르는 것으로 13일 밝혀졌다. 두 사람의 이름을 거론한 이는 음종환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으로,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로 일단락되는 듯했던 ‘문건 파문’이 또다른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다. 청와대 핵심 행정관이 새누리당 주류와 거리를 두고 있는 두 의원을 언급한 사실이 확인되며 당청 간 긴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음 행정관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내가 말한) 케이는 김 대표, 와이는 유 의원이 맞지만, 메모 내용은 틀렸다”고 말했다. (중략)

이와 관련해 음 행정관은 자신이 두 사람을 문건 파동의 배후로 지목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저녁 수첩에 적힌 이들과, 그렇지 않은 자신의 친구까지 모두 6명이 만났는데, 마침 이날이 박관천 경정의 구속영장이 청구된 날이라 방송에 자주 출연해 청와대에 비판적인 정치평론을 하는 이준석 전 비대위원에게 사건의 전말을 설명해줬다는 것이다. 그는 “내가 이 전 비대위원에게 ‘박관천 경정은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피라미에 불과하고, 조응천 전 비서관이 배후다. 조 전 비서관은 김 대표와 유 의원에게 줄을 대 대구에서 배지를 달려는 야심밖에 없는 사람인데, 어떻게 그런(조 전 비서관이 언론 등을 통해 한) 얘기를 사실로 믿고, 그런 평론을 하느냐. 섭섭하다’고 얘기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 <한겨레>, 2015.01.13.

ⓒ연합뉴스
국회 본회의장에서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수첩 내용이 화제가 됐다.ⓒ연합뉴스

요약하자면, 수첩 속 ‘이준석, 손수조, 음종환, 이동빈, 신(용한)’은 2014년 12월에 사적인 술자리에 모인 인물들이다. 4명의 사람들이 먼저 모인 자리에 이준석 당시 전 비대위원이 뒤늦게 동석했다. “문건 파동 배후는 K, Y”라고 적힌 부분은 결국 이준석으로부터 전달받은 얘기로, 이준석은 그 자리에서 음종환 청와대 행정관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그러나 음종환은 이 사실을 부정해 파문이 일었다. 결국 음종환은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했다.

여기서 쟁점이 된 부분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김무성의 고의성 여부다. 본회의장의 맨 뒤쪽에 앉아 카메라 노출이 쉬운 점을 이용해 고의로 수첩 내용을 공개했다는 것이다. 앞서 본인의 휴대폰 액정 화면 속 문자가 언론에 노출된 바가 있었기 때문에, 이를 알고 그랬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러나 김무성은 “본회의장에서 수첩을 우연히 넘기다가 찍힌 것”이라 해명했다.

두 번째는 이준석이 보여준 행동에 대한 정당성이다. 사적인 자리에서 술을 마신 상대의 발언을 대표에게 전달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것이었다. 여기에 이준석이 청년이라는 점, 즉 나이(당시 31살)를 바탕으로 ‘정치적 미성숙’이 지적됐다.

장제원 의원은 YTN과의 인터뷰에서 “일탈된 얘기가 나왔다면, 다음 날 아침에 맨 정신에 전화해서 ‘선배, 그런 게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얘기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성숙한 사람인가, 아니면 이를 가공해서 대표한테 가서 고자질하는 게 성숙한 행동이냐”며 “소년 출세한 사람의 정치적 미성숙에 의해 빚어진 폐해를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 비판했다.

그러자 이준석은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무성 대표에게 해당 발언을 전달한 이유는 결국 당청간의 갈등 관계라는 것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부적절한 음해성 소문들이 도는 것 자체를 지양해야 된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라며 “고자질이라는 비판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관계의 다툼이 있더라도, 그러한 부분은 당사자의 이의제기에 따라 공식적인 청와대의 조사기구에서 신속하고 면밀한 내부조사를 통해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2015년 유출 사건의 승자는 김무성이었다. 청와대 내부에서 나오는 본인에 대한 논란이 이로써 무마됐기 때문이다. 언론에 노출된 수첩 내용이 관심을 증폭시켜 결과적으로 본인을 음해를 한 당사자로 지목된 음종환 행정관이 사표를 제출했다.

 

2021년, ‘녹취록’은 누가 유출했을까?


ⓒ연합뉴스
2021년, 유출 논란에 또 한 번 이준석 대표가 서있다.ⓒ연합뉴스

2021년, 유출 논란에 또 한 번 이준석 대표가 서있다. 처음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12일 통화가 녹음됐고, 실무진이 푼 녹취록이 밖으로 유출됐다는 논란이었다. 그러나 여기에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이 대표가 통화에서 ‘윤석열 전 총장은 금방 정리된다’고 발언했다고 공개해 논란이 가중됐다.

2015년과 2021년 두 사건의 공통점은 ‘사적 대화’라는 점에 있다. 이 대표가 사적인 모임에서 들은 대화를 대하는 방법, 즉 신뢰성이 문제로 지적됐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가 윤 후보의 통화를 몰래 녹음해 기자들에게 돌렸다는 소문이 떠돈다”며 “이건 기본적인 인간적 신뢰에 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2015년과 2021년 두 사건 모두 그 이면에는 뚜렷한 갈등이 있었다.ⓒ연합뉴스

또한 두 사건 모두 그 이면에는 뚜렷한 갈등이 있었다. 2015년은 당과 청와대 간, 2021년은 이 대표와 윤 전 총장간의 ‘토론회 개최’에 대한 입장차가 있었다. 논란 이후 국민의힘은 18일 토론회를 취소했고, 25일 토론회도 비전 발표회로 대체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