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엉터리 유동성 관리 정책, 실효성 우려된다
[기자수첩] 엉터리 유동성 관리 정책, 실효성 우려된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08.31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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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가계부채 잡겠다는 명분으로 대출 묶고, 기준금리 인상
재난지원금 11조 원 풀고, 신도시 추가 지정으로 토지보상금↑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문재인 정부가 본격적으로 유동성 관리에 나섰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6일 기준금리를 현재 0.50%에서 0.75%로 0.25%p 상향 조정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미국의 테이퍼링 예고에 따른 대비, 수출 호조로 인한 경제 회복세, 물가 상승 압력 등이 기준금리 인상의 근거였으며, 핵심 명분은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금융불균형 누적, '주택가격' 높은 오름세 지속이었다. 이날 한은은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주열 총재는 "누적된 금융불균형을 완화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첫발'을 뗀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앞서 '사실상' 금융당국이 주도한 강도 높은 대출 규제도 이뤄졌다.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을 전면 중단 또는 축소하는 시중은행들이 나왔고,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도 막혔다. 제1금융권은 물론,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까지 금융당국의 압박이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명분은 기준금리 인상과 마찬가지로 '가계부채', '집값'이었다.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은 지난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대출 규제에 대해 "가계부채를 줄이지 않으면서 위험을 없애는 방법은 없다. 어떤 정책을 내놔도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데, 욕 먹는 게 두렵다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번 유동성 관리 정책에 대해 본의 아니게(?) 추가 설명을 했다. 노 장관은 지난 19일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계대출이 상반기 7% 가까이 증가했기 때문에 연간 목표인 5~6%를 맞추려면 (가계대출 규모를) 동결 수준 이하로 가야 한다"고 했다. 또한 지난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찾아서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해 "금리가 인상되고 대출에 대한 관리가 이뤄지는 것은 분명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냈다.

이 총재, 은 전 위원장, 노 장관의 말을 종합하면 결국 공격적인 대출 규제와 기준금리 인상은 집값 급등을 야기한 과잉 유동성을 가계부채 관리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현 정권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단기적으로는 가계를 비롯해 경제 전반에 부담이 되겠지만, 중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측면에서는 타당한 방향성을 설정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돌아가는 꼴이 뭔가 엉성하다. 유동성을 잡겠다고 대출을 묶고, 기준금리를 올려 돈줄을 막았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돈을 풀어 과잉 유동성을 초래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30일 국민지원금 대상자 기준과 신청·지급방법 등을 포함한 국민지원금 세부 시행계획을 발표하고 전(全)국민의 약 88%에게 1인당 25만 원씩 돌아가는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재난지원금) 지급 절차를 다음달 6일부터 시작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여기에 투입되는 재원은 약 11조 원에 이른다. 이로 인해 추가경정예산도 크게 늘었다. 국회는 지난달 총 34조9000억 원 규모 2021년 2차 추경을 처리했다. 이는 지난해 최대 추경(3차, 35조1000억 원)에 버금가는 금액이다.

또한 같은 날 국토교통부는 경기 의왕·군포·안산, 화성 진안 등에 14만 호 규모 신도시를 짓는 내용이 담긴 '제3차 신규 공공택지 추진계획'을 공개했다.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부천 대장에 이어 3기 신도시 2곳을 추가 지정한 것이다. 서울 수요 분산, 집값 안정화 등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는 별론으로 하고, 이번 계획으로 인해 시장에 막대한 돈이 풀릴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토지보상비 때문이다. 이미 기존 3기 신도시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토지보상비(아직 절차가 끝나지도 않았다)만 약 30조 원에 달한다. 정부는 대토보상으로 대체하겠다지만 LH한국토지주택공사발(發) 투기 사태에 대한 후속 조치가 유야무야되는 가운데 토지주들이 과연 대토보상에 응할지 의문이다.

유동성을 잡겠다면서 유동성을 확대한다. 정부여당의 정책 철학이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였던가. 어떻게 이런 엉터리 같은 유동성 관리 정책이 나올 수 있단 말인가. 민생이 아닌 선거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그 실효성 여부와 부작용 발생 가능성에 심히 우려스럽다.

유동성 관리 정책은 유동자금의 흐름을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현 정권의 정책을 살펴보면 왜 국민들이 '영끌'을 해서 주택과 증권에 '올인'하는지, 왜 시중에 넘치는 과잉 유동성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이동하지 않는 건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대출 막차'를 타려는 수요 때문에 부채가 급증하고, 당장 생계 때문에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 대부업체나 P2P로 발걸음을 옮겨 가계 재무건전성이 더 악화될까 염려된다. 수십조 원 규모 토지보상비가 부동산시장을 다시 자극하지 않을까도 걱정스럽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참여정부 때 집값을 잡지 못한 것에 대해 훗날 자신의 자서전에서 "강력한 유동성 규제는 다른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다른 수단으로 관리하려다 낭패를 봤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유동성 관리에 실패해 부동산시장 과열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때와 상황은 많이 다르지만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친구의 패착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제대로 된 유동성 관리 정책을 펼쳐주길 바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유통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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