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삼다수’ 판권, 광동제약에 ‘득일까 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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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삼다수’ 판권, 광동제약에 ‘득일까 실일까’
  • 손정은 기자
  • 승인 2021.09.01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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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 손정은 기자]

1일 제주개발공사에 따르면 국내 생수 시장 점유율 1위 삼다수 위탁판매 입찰 접수가 지난달 30~31일 이틀간 진행했다. ⓒ삼다수 공식홈페이지 캡쳐
1일 제주개발공사에 따르면 삼다수 위탁판매 입찰 접수가 지난달 30~31일 이틀간 진행했다. ⓒ삼다수 공식홈페이지 캡쳐

국내 생수시장 1위 '제주삼다수' 판권 입찰이 진행 중인 가운데 유력 입찰자인 광동제약을 향한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주개발공사는 지난달 30~31일 이틀간 삼다수 위탁판매 입찰 접수를 진행했다. 그 결과 업체명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총 4개 회사가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사는 이달 중 제안사 간의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우선협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당초 이번 입찰에는 현재 삼다수를 위탁판매하고 있는 광동제약(소매), LG생활건강(비소매)을 비롯해 여러 대기업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다. 위탁판매사로 선정될 시 제주도를 제외한 모든 지역 슈퍼마켓과 편의점, 온라인, 오프라인 유통까지 맡게 되는 데다, 특히 분리됐던 소매와 비소매 부분이 합쳐지며 규모가 더욱 커져서다.

실제로 삼다수는 지난해 기준 국내 생수 시장의 40.7%를 점유하고 있으며, 동기간 매출 2835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가정용 생수 수요로 급증, 이미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 늘어 3000억 원을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입찰 접수 직전이라는 기막힌 타이밍에 한 언론 보도로 생수 수질 부적합 논란이 터진 점도 입찰 흥행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으로 분석됐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삼다수는 국내에서 수질과 관련해 어떠한 행정 처분을 받은 이력이 없는 유일한 생수다. 

하지만 유력 후보로 평가됐던 LG생활건강이 불참을 선언했고, 롯데칠성음료와 아워홈, 오리온, 동원F&B 등도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입찰에 확실하게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업체는 광동제약밖에 없다. 광동제약은 2012년부터 삼다수 소매시장을 맡으면서 그 덕을 톡톡히 봤다. 광동제약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2438억 원 중 삼다수는 2342억 원으로,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광동제약은 삼다수 판권을 지키기 위해 올해 초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개편을 통해 유통생수사업본부 내 제주삼다수 영업, 마케팅 등 관련 부서를 모두 '생수영업부문'으로 통합해 일원화, 삼다수 브랜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광동제약이 이번에 삼다수 판권을 확보하더라도 득(得) 보다 실(失)이 많을 수 있다는 견해가 제기된다. 광동제약 입장에서는 매출 규모를 따졌을 때 삼다수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카드지만, 유력 경쟁사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국내 생수 시장은 현재 제조사 70곳, 300여 개 브랜드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커머스, 편의점 등에서 저렴한 PB 상품이 지속 출시되고 있는 게 시장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삼다수의 점유율은 최근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2010년 50%에 육박했던 삼다수의 시장 점유율은 이후 40% 중반으로 빠졌고, 2017년을 기점으로 3년 연속 하락해 2019년에는 30%대(39.9%)까지 떨어졌다. 여전히 독보적인 점유율이고 지난해에는 다시 40.7%로 올라섰으나 최근 시장 내 경쟁 흐름을 감안하면 과거의 위상은 되찾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또한 삼다수 판권은 4년마다 입찰을 실시한다. 입찰이 반복될 때마다 치열해진 입찰 경쟁, 그로 인해 까다로운 계약 조건, 높아지는 계약금 등으로 위탁판매자들의 수익성은 예전만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광동제약의 생수영업 매출은 2019년 2112억 원에서 2020년 2341억8900만 원으로 늘고,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7.66% 증가했지만 해당 기간 전체 매출총이익(영업이익+판매비와관리비 등)은 지속적으로 줄었다. 때문에 최근 업계에서는 삼다수가 '계륵'과도 같다는 평가도 들린다. 

이밖에도 광동제약이 제약사라는 정체성에 맞지 않게 삼다수를 비롯해 비타500, 옥수수수염차 등 음료사업 비중이 매출의 60%를 차지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도, 삼다수 위탁판매를 지속하는 게 득이 아닌 실로 다가올 것이라는 전망에 설득력을 더하는 모양새다. 제약사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으나 '무늬만 제약사'라는 혹평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먹는샘물 경쟁이 너무 치열해졌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가운데 쿠팡으로 대표되는 이커머스, 그리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편의점 등에서 나오는 PB 생수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급증했고,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라며 "삼다수라는 브랜드 가치를 고려하면 당장은 광동제약에게 매출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겠지만 길게 보면 결국 실이다. 삼다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면 그걸 만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백화점, 편의점, 홈쇼핑, 제약 등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매순간 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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