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인적분할後 ‘내우외환’…힘겨운 ‘홀로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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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 인적분할後 ‘내우외환’…힘겨운 ‘홀로서기’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09.02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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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상반기 실적 선방 평가 나오지만…세부 지표 악화
안전사고 문제 이어 정치권 이슈 언급까지…토목부문 부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태영건설 CI ⓒ 태영그룹
태영건설 CI ⓒ 태영그룹

태영그룹 오너일가의 지배력 강화,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해 지난해 9월 인적분할을 단행한 태영건설이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처지에 놓인 모양새다. TSK코퍼레이션 등 알짜 사업부문을 지주사에 넘기면서 공언한 '건설업 홀로서기'가 신통치 않은 가운데 부정적 이슈들과 관련해 지속 언급되고 있어서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별도기준 태영건설은 매출 1조579억 원, 영업이익 911억1476만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00%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10.12% 줄었다. 같은 기간 반기순이익은 26.74%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등으로 전반적인 업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인적분할 직후 받은 첫 중간성적표인 만큼, 선방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세부 지표에서는 부정적인 부분이 여럿 엿보인다. 우선, 홀로서야 할 건설사업부문이 다소 부진한 게 눈에 띈다. 태영건설 건설사업부문은 올해 상반기 매출 1조510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보다 2.34% 늘어난 수준이다. 그럼에도 수익성은 악화됐다. 건설사업부문이 창출한 매출총이익(영업이익+판매비와관리비 등)이 전년 동기 대비 0.30% 줄어든 1491억685만 원을 기록한 것이다. 

이는 건축사업본부의 실적이 분양물량 감소 등으로 악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적분할 후 태영건설은 토목부문과 자체사업을 앞세워 수익성 개선에 방점을 둬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토목환경공사사업부문, 자체공사(개발)사업부문의 지난 상반기 매출은 각각 10.59%, 16.04% 올랐다. 그러나 건설사업부문 매출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건축공사사업부문이 올린 매출은 4826억8500만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81% 감소했다. 핵심사업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토목부문, 자체사업을 강화한다고 해도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증권가에서는 태영건설이 올해 연결기준 매출 2조1240억 원, 영업이익 183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은 6.9%, 영업이익은 26.9% 각각 떨어진 수치다. 또한 오는 2022년에는 자체사업이 실적에 반영돼 매출 2조6200억 원, 영업이익 2280억 원을 얻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2021년 추정치보다 매출은 23.4%, 영업이익은 24.6% 각각 증가한 수준이다. 이 같은 추정대로면 결국 태영건설의 수익성은 개선되지 않는 것이다.

건설사의 주요 리스크 지표들도 일제히 좋지 않은 흐름이다. 올해 상반기 태영건설의 미청구공사(별도기준)는 2771억2347만 원으로 전년 말 대비 26.97% 늘었다. 같은 기간 공사미수금과 분양미수금도 각각 10.64%, 0.02% 확대됐으며, 미청구공사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실제 공사에 들어간 비용에 비해 공사비를 과다 청구해 향후 용역 등으로 갚아야 하는 일종의 부채인 초과청구공사도 44.59% 증가했다. 소송 리스크 역시 심화됐다. 하자보수청구소송 등 피소된 소송사건 수가 전년 말 42건에서 51건으로 늘었고, 기타영업외비용으로 잡은 소송충당손실이 250.46% 확대돼 순이익 급감으로 이어졌다.

물론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도 있다. 위축됐던 수주잔고(지난해 말 기준 3조8487억 원)를 올해 상반기 4조4955억까지 늘렸으며, 같은 기간 유동비율이 129.28%에서 117.96%로 악화되고 단기차입금도 증가했지만 분할 직후 급증했던 부채비율을 487.23%에서 467.59%로 줄이는 데에 성공했다. 앞서 언급했듯 토목부문과 자체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이 개최한 건설업 안전보건리더회의에 참석한 이재규 태영건설 대표(왼쪽에서 네 번째) ⓒ 고용노동부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이 개최한 건설업 안전보건리더회의에 참석한 이재규 태영건설 대표(왼쪽에서 네 번째) ⓒ 고용노동부

문제는 올해 들어 계속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다는 데에 있다.

태영건설은 2021년 상반기 경기 과천지식정보타운, 구리 갈매지식산업센터 등에 위치한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연달아 발생해 지난 4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산업안전보건감독을 받았으나 지난 6월 또다시 사망자가 나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노동부는 태영건설의 안전관리 예산 편성액 대비 집행액 비율이 2018년 95.2%에서 지난해 89%로 줄어든 점을 지적했으며, 이재규 태영건설 대표이사의 안전보건에 관한 관심과 전략·활동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후 태영건설은 안전 최우선 선포식 등을 개최하는 등 자구책을 실시했지만 외부로부터 사실상 지속적인 감시·감독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안경덕 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건설업 안전보건리더회의'를 열고 올해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업체 CEO들을 불러들여 원청의 안전 책임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와 태영건설은 안전 관련 개선 상황을 공유했다. 공개적으로 회초리를 맞은 셈이나 다름이 없다는 평가다. 또한 몇몇 국회 상임위원회는 오는 10월 열릴 예정인 국정감사에 안전사고와 관련해 태영건설 관계자 소환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 인사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태영건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GH경기주택도시공사는 이재명 경기지사(더불어민주당)와 태영건설 간 유착관계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11월 유튜버 A씨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업무방해죄 혐의로 고소했다. A씨는 같은 해 8월 올린 영상에서 "태영건설이 경기도·경기도교육청 신청사에 이어 경기주택도시공사 신사옥까지 따내면 3연승이다. 건설사가 수주를 3개 연속 따는 건 굉장히 이례적이다. 모든 게 우연이라고 생각한다. 절대 그럴 리 없다"면서도 이 지사가 취임한 이후 태영건설의 주가가 급등했음을 강조한 바 있다.

해당 사안은 경찰이 '혐의없음' 판단을 내리면서 종결되는 것처럼 보였으나, 경기주택도시공사가 이의신청을 제기해 지난 7월 서울남부지검으로 넘어가면서 장기화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는 지난달 20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A씨 사건을 보완수사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태영건설이 수익성 개선의 첨병으로 내세우고 있는 토목사업부문에 악영향을 줄 공산이 있는 문제들로 분류된다.

안전사고 문제는 경우에 따라 영업정지 처분까지 받을 수 있는 사안이고, 공공공사 수주에 있어서도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태영건설은 2017년 경기 김포 운양동 도시형생활주택 신축공사 현장에서 하청업체 노동자 2명이 질식해 숨지는 사고로 인해 지난해 10월 30일부터 올해 1월 29일까지 토목건축사업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으며, 올해 발생한 사망사고와 관련해서는 수억 원의 과태료를 냈다. 정치권 이슈에 언급되고 있다는 부분 역시 공공공사 수주나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해 자체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애로사항이 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 특히 여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로 평가되는 이 지사와 묶여서 부담이 더 크다는 평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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