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준석이 달라졌다…돋보인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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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준석이 달라졌다…돋보인 ‘리더십’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1.09.08 20: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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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터’ 기질 강했던 이준석…경선 룰 갈등 계기로 ‘조정자’ 리더십 보여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대선 경선 룰 갈등 과정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리더십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시사오늘 김유종
대선 경선 룰 갈등 과정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리더십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시사오늘 김유종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파이터(fighter)’다. 갈등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물러서지 않는다. 이 대표가 헌정 사상 최초의 30대 제1야당 대표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논리적 언변을 무기로 논쟁을 피하지 않는 시원시원한 스타일 덕분이었다.

하지만 당대표 자리에 오른 후에는 파이터 기질이 발목을 잡았다. 기본적으로 정치란 구성원 상호 간의 이해(利害)를 조정하는 행위다. 그러나 이 대표는 갈등을 조정하기보다는, 어느 한 편에 서서 상대와 언쟁하는 특유의 스타일을 고수했다. 이처럼 당대표가 갈등의 한복판에 뛰어들자, 국민의힘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 됐다.

그런데 최근 이 대표가 정홍원 선거관리위원장과 대선 후보들의 대립 관계를 봉합하는 모습을 보면, ‘뭔가 달라졌다’는 느낌이 든다. 이 대표는 최근 ‘역선택 방지조항’ 도입 여부를 놓고 벌어진 정 위원장과 일부 대선 후보들의 갈등 국면에서 침묵을 지켰다. 거의 모든 현안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내고 적극적으로 나서던 이전과는 달라진 행보였다.

이후 정 위원장이 당내 파열음을 수습하고 경선 과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사의(辭意)라는 ‘승부수’를 던지자, 그제야 전면에 나서 “당 선거 관리에 전권을 부여받은 선관위 운영에 다소 불만이 있다고 해서 당 공식행사에 불참하는 행위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고 다시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후보들을 향해 경고장을 날렸다.

그러면서 “최근의 당내 혼란에 존경하는 정 위원장께서 많은 고생을 하고 계시다”며 “더 큰 성원과 지지, 신뢰를 보낸다. 앞으로 적극적으로 지도부에서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선관위에 대한 신뢰를 표함으로써 ‘정홍원 흔들기’를 차단하고, 정 위원장 사퇴를 요구한 후보들을 압박해 경선 룰 갈등을 매조지한 것이다.

아마도 과거의 이 대표였다면, 경선 룰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자마자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자신과 생각이 다른 쪽을 공격함으로써 이슈의 전면에 등장했을 것이다. 당연히 갈등이 조정되기는커녕, 후보 간 반목(反目)이 격화됐을 가능성이 높다. 당 지도부의 불공정 문제가 불거지고, 당은 혼란에 빠져들었을 것이다. 취임 초기 이 대표와 국민의힘의 모습이 딱 그랬다.

하지만 정 위원장이 사퇴라는 ‘배수의 진’을 치고 문제 해결에 나서자, 이 대표도 과거의 스타일을 버리고 정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줌으로써 후보들 간의 갈등을 조정하는 데 성공했다. 파국으로 치닫던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다시 정상 궤도로 들어설 수 있었던 건 정 위원장의 결단과 이 대표의 리더십 덕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승용 전 국회부의장은 과거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한 가지만 같아도 동지가 되는 게 정치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동안 이 대표는 ‘한 가지만 달라도 각을 세우고 전투를 하는’ 경향이 강했다. 주 전 부의장 말대로라면, 이번 일을 계기로 이 대표가 ‘진짜 정치인’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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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 2021-09-08 21:27:16
ㅋㅋㅋㅋ 기사 개꿀잼이네요. 좌우명도 개웃기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