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하도급 ‘부당특약 갑질’ 심각한데…잠자는 ‘부당특약 무효화法’
건설 하도급 ‘부당특약 갑질’ 심각한데…잠자는 ‘부당특약 무효화法’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09.10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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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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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내 '부당특약'으로 인한 하도급 갑질이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부당특약 갑질에 따른 피해를 효과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부당특약 효력 무효화법'은 국회 밖을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10일 공정거래위원회 온라인사건처리시스템을 살펴보면 지난달 말과 이달 초 들어 부당특약을 설정해 하청업체에게 갑질을 일삼은 중견건설사들이 무더기 경고 조치를 받았다.

삼부토건은 소음, 진동, 비산먼지 등으로 인한 민원 발생 시 대관·대민업무 등 모든 후속 조치를 하도급사가 시행하도록 했으며, 현장에서 긴급작업이 요구될 경우 하도급사가 이를 즉각 수행해야 하고 이에 따른 비용은 인정하지 않는 내용의 부당한 특약을 설정해 지난 7일 공정위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았다. 하도급대금과 선급금 지연이자 총 770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도 인정됐다.

우방은 전체 준공 전 하청업체가 담당한 공사가 완료될 경우 준공까지 잔여기간을 하자보수책임기간으로 하고, 사토 반출 시 제기되는 민원 등 모든 문제에 대한 제반 비용을 하도급사 책임으로 처리하는 부당특약을 설정했다. 야간작업, 돌관작업 실시에 따른 공사비 증액을 인정하지 않는 내용의 부당한 특약도 넣었다. 이와 함께 하도급대금·선급금 지연이자 총 607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돼 공정위는 지난 6일 우방에 경고 조치를 내렸다.

이에 앞서 지난 8월 26일 라인건설도 하자담보기간 기산일을 수급자의 공사 종료일이 아닌 원청의 준공일로 한다는 부당특약을 설정한 게 인정돼 공정위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았다.

부당한 특약 설정에 따른 하도급 갑질은 업계 전반에 만연해 있다. 지난해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2020 건설하도급 공정거래 체감도 조사'를 진행해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면 부당특약 관련 불공정행위는 2019년에 이어 2020년에도 공정거래 체감도 점수가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당한 특약 설정으로 인한 불공정거래가 최근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하도급업체들도 부당특약 갑질을 가장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부당특약 관련 불공정행위가 문제로 꼽히는 이유는 하청업체에게 직접적인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연구원에 따르면 부당특약 갑질 중에서도 '표준하도급계약서 미기재 내용 요구로 발생된 비용부담 약정', '원청 지시에 의한 재작업·추가작업·보수작업 비용', '민원처리·산업재해 비용' 등 비용과 책임을 하도급사에게 전가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부당특약은 표준하도급계약서 외 문서나 구두로 주로 이뤄져 제도적 통제가 어려운 측면이 있기에 중소 규모 업체들의 피해가 크다는 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때문에 하도급사들은 보다 신속한 부당특약 피해구제를 위해서는 부당특약의 효력 자체를 무효화하는 내용이 법제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하도급법(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상 '부당한 특약의 금지' 조항이 있고, 이와 관련해서 공정위에게 제재 권한이 있긴 하지만 부당특약의 사법상 효력에 대한 규정이 없기에 부당특약임에도 사인 간 채무이행 의무가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건설산업기본법에서도 부당특약을 금지하고 있으나 '현저하게'라는 단서가 있어 부당특약 인정 판례가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부당특약 효력 무효화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가 필요하다고 의원들에게 요청했으며, 대한전문건설협회도 지난 7월 부당특약 효력 무효화법의 국회 통과를 위해 힘써달라는 내용이 담긴 건의사항을 공정위에 전달한 바 있다.

부당특약 효력 무효화법은 국회 회기마다 발의가 이뤄졌으나 항상 여의도 밖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고용진, 서형수, 조정식 등 의원이 부당특약 무효화에 대한 내용이 담긴 하도급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고, 21대 국회에서도 남인순, 민형배, 송재호 등 의원이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내놨으나 계류 중에 있다. 결국 지난 7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하도급법 개정안에는 부당특약 무효화 조항이 포함되지 못했다.

이처럼 부당특약 효력 무효화법이 계속 빛을 보지 못하는 이유는 해당 법이 시행될 시 일부 법적 문제가 제기될 소지가 있어서다. 가장 대표적인 게 삼권분립이다. 하도급계약상 특약의 부당성을 판단하는 권한은 공정위에게 있다. 그런데 공정위의 부당특약 불공정행위에 대한 행정적 제재로 해당 특약의 부당성이 인정돼 효력이 무효화된다면 행정기관이 사법상 효력을 무효화시키는 셈이 된다. 권력분립은 물론, 사적자치와도 위배된다. 또한 대형 건설사들의 대관팀을 활용한 '입법로비'가 부당특약 효력 무효화법의 통과를 막고 있다는 말도 일각서 들린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부당특약 효력 무효화로 인한 문제보다 효력이 유효할 경우 발생하는 법적 문제와 사회적 부작용이 큰 만큼, 입법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홍성진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하도급 부당특약 피해구제를 위한 입법 개선방안 연구'에서 "공정한 하도급거래 질서 확립이라는 공익이 계약상 권리의 사익보다 보호돼야 한다. 건설하도급 부당특약의 피해구제를 위해서는 하도급법상 부당특약 규정을 '강행규정'으로 해 이에 위반하는 행위는 사법상 효력을 부인하도록 개정할 필요가 있다"며 "또한 그 효과를 빠르게 체감할 수 있도록 부당특약 심사지침 개선으로 부당특약 여부의 판단 기준을 제시해 부당특약 설정 행위 사전 예방, 신속한 피해구제를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행규정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관한 규정으로 사회질서를 위해 사적자치의 한계를 정한 법규다. 이를 어길 시 계약 당사자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계약이 무효화된다. 

아울러 부당특약 효력 무효화에 따른 법적 문제에 대해서는 "공정위는 하도급거래의 전문성을 가진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준입법·준사법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공정위가 부당특약을 인정해 시정조치, 과징금 등을 부과하는 건 부당특약 고시·심사지침 등 위반 여부 조사, 의견청취, 심의·의결을 통한 법 위반 행위를 확인하고 대외적 표시를 하는 것으로, 상당 부분 1심 민사법원 업무를 경감하고 있다"며 "부당특약 금지 조항을 하도급법상 강행규정으로 개정해 민사상 효력을 부인하게 함으로써 불필요한 사법적 분쟁을 입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유통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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