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기대치 너무 높았나”…철강업계, 총수 국감 리스크에 ‘벌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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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기대치 너무 높았나”…철강업계, 총수 국감 리스크에 ‘벌벌’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1.09.2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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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증인·참고인 명단에 철강사 CEO 대거 이름 올려
포스코 ‘환경오염’, 현대제철 ‘비정규직 갈등’에 골머리
“친환경 경영 적극 동참했는데…불리기만 해도 큰 부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철강업계 CEO들이 올해 국감장에 대거 소환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친환경 경영에 절치부심하고 있지만, 전통적 굴뚝산업의 한계와 정부 기대치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사망 사고와 사내 하청 불법파견 문제 등도 지속 거론되고 있는 만큼, 국감 리스크에 따른 경영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포스코, 환경문제 고민 커져…광양제철소 지역주민 건강권 부각 전망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3분기 실적 부진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포항제철소 전경. ⓒ 포스코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 포스코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내달 5일 진행되는 환경부 국감의 증인·참고인 출석요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임이자,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 등이 포스코의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관련한 계획과 대책을 최 회장으로부터 직접 듣겠다며 증인 신청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더불어 지난해 온실가스 최다 배출 사업장으로 꼽힌 광양·포항제철소의 굴뚝자동측정기기(TMS) 기준 초과와 이에 따른 주변지역 환경 피해 문제 등이 다뤄질 예정이다. 

앞서 포스코는 한국환경공단이 전국 648개 사업장 대상으로 TMS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의 연간 배출량을 집계한 결과에서 광양과 포항제철소가 나란히 전국 1·2위를 차지하는 오명을 쓴 바 있다. 당시 광양제철소는 1만9095톤, 포항제철소는 1만5436톤의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했다.

같은 맥락에서 박현 포스코 전무는 환경부 국감 증인으로 신청됐다. 탄소 배출 저감 방안이 제대로 마련되고 있는지에 대한 질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 외에도 이시우 포스코 경영본부장은 환경부 소속기관 국감 증인 명단에 올랐다. 광양제철소가 대기오염물질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기업으로 발표된 사실과 더불어 연간 대기·수질오염법 위반 내역이 다뤄질 예정이다.

업계는 광양제철소 부근 지역주민들의 건강문제와 관련한 참고인 소환까지 이뤄지는 만큼, 포스코를 향한 집중 질타를 예상하고 있다. 

 

‘불법점거 vs 불법파견’ 기로 선 현대제철…호통 국감 우려 높아져


현대제철에서는 안동일 사장이 고용노동부 국감장에 불려나올 가능성에 무게가 쏠린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사내하청 불법파견 문제와 관련해 안 사장을 증인으로 신청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4월 내려진 고용노동부의 비정규직 직접고용 시정지시에 따라 협력업체 비정규직 인원들은 자회사 정규직으로 채용하려 했으나, 이를 간접채용에 불과한 꼼수라며 거부한 일부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들과의 갈등이 불거져 곤욕을 치르고 있다. 특히 입사를 거부한 노조원들은 당진공장 통제센터를 한달 가까이 불법 점거하며 사태를 키우고 있다.

때문에 이번 국감에서도 해당 이슈를 진단하고, 노조 주장대로 불합리한 채용조건들이 있었는지를 세밀히 살펴보게 될 전망이다. 윤중병 의원은 이강근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장을 국감 참고인으로 출석 요청했다. 다만 정치권에서 불법파견 문제를 다룰 경우, 노동계 표심을 의식한 편향적인 기업 때리기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환경 문제와 관련해서는 안동일 사장을 대신해 박종성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장이 환경부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됐다. 탄소 배출 저감 방안 마련에 대한 질의가 골자다. 다만 현대제철은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탄소 배출부채가 2019년 대비 37.4% 늘어난 1571억 원으로 인식되는 등 경영 부담이 늘고 있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온실가스 배출량도 합작 관계사 현대그린파워를 포함하게 되면서 30% 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된다.

 

세아·동국제강 총수도 국감 증인 거론…“국민 눈높이 맞는 증인 채택 필요”


한편 올해 국감 증인 요청 명단에는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과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등도 거론된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온실가스감축목표와 관련한 계획과 대책 규명을 신문하기 위해, 기업 총수들을 대거 소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근로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서는 건설업종과 배달 라이더들의 사망 사고가 집중 부각됨에 따라 다소 비켜갔다는 지적이다. 물론 내년 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철강사 대표들의 안전경영 경각심을 높이는 차원에서 관련 질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온다.

업계는 올해 국감이 문재인 정부에서의 마지막 국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예년과 달리 철강업계 CEO들의 증인 소환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여야 정치권 모두 미디어의 주목을 받고, 표심을 얻기 위해 기업 총수들을 도구로 삼는다는 부정적 시선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친환경 경영에 속도를 내며, 정부가 추진하는 탄소중립에 적극 동참하고 있음에도 총수들을 일제히 불러세우고 있다는 점은 국민들의 눈높이에서마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국감 증인 신청이 연례 행사일 수 있고, 증인 채택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을 수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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