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신문 보기] 2002년 노무현…2021년, 민주당 경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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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신문 보기] 2002년 노무현…2021년, 민주당 경선은?
  • 조서영 기자
  • 승인 2021.09.28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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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그날, 인물·신문의 평가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이번 열여덟 번째 ‘옛날신문 보기’는 2002년 ‘새천년민주당 국민참여경선’이다.ⓒ시사오늘 김유종
이번 열여덟 번째 ‘옛날신문 보기’는 2002년 ‘새천년민주당 국민참여경선’이다.ⓒ시사오늘 김유종

더불어민주당의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 일정이 반환점을 돌았다. 지금의 민주당 경선은 19년 전에 굳어졌다. 바로 당원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이 50대 50의 비율로 선거인단을 구성해 각 지역을 순회하며 경선을 치르는 형태다. 이는 2002년 새천년민주당이 최초로 도입한 ‘국민참여경선’이다.

여러 지역 중에서도 민주당 경선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은 단연 호남이다. 수도권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당원이 참여할 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전통적인 텃밭으로 지금껏 전략적 선택을 해왔기 때문이다. 2002년 호남은 대세론의 이인제 후보가 아닌 노무현 후보를 지지해 반전 드라마가 펼쳐졌다. 이후 2021년 호남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결선투표 없는 본선행 기회와, 이낙연 전 대표의 역전 가능성이 맞붙은 곳이다.

2002년 민주당 경선 참여를 신청한 200만 명 가운데 2만여 명을 무작위로 추출해 선거인단을 구성했다. 이후 세 번의 대선을 거친 2021년, 지역별 권리당원·대의원 총 71만 6465명과 국민일반당원 총 144만 4041명이 참여한다. 지금껏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을 만들어낸 민주당 경선은 2021년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시사오늘>은 과거의 인물, 그리고 과거의 사건에 대한 당대 신문들의 평가를 재조명하며, 보수와 진보 언론 양극단의 평가를 비교해왔다. 여기서 ‘어떤 평가가 옳은가’에 대한 가치 판단은 전면 배제한다. 판단은 ‘사상의 자유’를 만끽하면서도, 동시에 ‘과잉 이념’의 시대에 지쳤을 독자들에게 맡길 예정이다. 이번 열여덟 번째 ‘옛날신문 보기’는 2002년 ‘새천년민주당 국민참여경선’이다.

 

‘대세론’을 누른 첫 주말 경선


민주당 제주지역 국민경선 장소인 한라체육관에서 투표하고 나오는 대의원과 행사지원 도우미ⓒ노무현재단 사람사는세상_노무현사료관
민주당 제주지역 국민경선 장소인 한라체육관에서 투표하고 나오는 대의원과 행사지원 도우미 모습이다. 당시 경선은 전자 투표가 진행됐다.ⓒ노무현재단 사람사는세상_노무현사료관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경선에 도전한 후보는 총 일곱이었다. △이인제 △김근태 △정동영 △한화갑 △김중권 △유종근 △노무현이 참가했으며, 이 가운데 ‘이인제 대세론’이 형성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첫 주말 경선 결과 대세론이 뒤집혔다. 3월 9일 제주에서는 한화갑이 175표(26.1%)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이인제는 172표(25.6%)로 근소하게 2위를, 노무현은 125표(18.6%)로 3위를 차지했다.

다음 날 울산에서 첫 반전이 펼쳐졌다. 노무현이 298표(29.4%)로 1위를 차지했다. 이인제는 222표(21.9%)를 얻어 김중권에 이어 3위에 그쳤다. 첫 경선 합산 결과 노무현(423표, 25.1%)이 이인제(394표, 23.4%)를 누르고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언론은 여론조사 등의 예측과는 다른 결과에 ‘조직’과 ‘지역’을 이유로 지목했다. 울산은 영남 출신인 노무현·김중권 후보의 조직력 덕분이라고 판단했다.

[민주 제주·울산 경선] 조직·지역표 승부갈랐다

민주당 대통령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이 초반부터 예측불허의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첫 무대인 제주에서부터 여론조사에서 3~4 위에 머물던 한화갑 후보가 1위로 올라서는'이변'이 연출된데 이어 울산 경선에서는 예상을 뒤엎고 김중권 후보가 노무현 고문에 이어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중략) 초반 판세는 일견 '2강-3중-2약'의 구도라고 할 수도 있지만 1위 인 노 고문과 3위인 김중권 고문의 표차가 89표에 불과해 다음 경선에서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다는 점에서 1-4위까지가 일단 경선전 초반에 선 두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제주경선에서 한 고문이 예상외로 1위를 차지한 것은 지난 2000년 '8.30 최고위원 경선'에서 1위를 차지했던 조직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 <매일경제>, 2002.03.10.

그러나 노무현은 자서전을 통해 “울산은 조직이 전혀 없다시피 했다”며 “부산상고 동기생인 이재필을 비롯한 동문들이 노사모의 코치를 받아가며 필사적으로 노력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어떤 후보는 호텔방에 선거인단을 한 사람씩 불러 돈 봉투를 쥐어 줬는데, 같은 시간에 부산 상고 동문 선후배의 부인들은 선거인단 집집마다 찾아다니면서 노무현 지지를 읍소했다”며 “열정과 진심이 돈과 조직을 이긴 것”이라 분석했다(<운명이다>, 183쪽).

 

호남이 밀어준 영남 출신 노무현


ⓒ노무현재단 사람사는세상_노무현사료관
염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광주 경선에서 노무현은 595표(37.9%)로, 합산 1018표(31.9%)로 1위를 지켜냈다.ⓒ노무현재단 사람사는세상_노무현사료관

두 번째 경선지는 광주와 대전이었다. 첫 주말 경선을 가른 건 1683표에 불과했으나, 광주 지역만 해도 1568명이 참여하기 때문에 결과를 가늠할 수 없었다.

이때 운명을 가른 여론조사가 보도됐다. 노무현이 후보가 되면, 한나라당 이회창을 앞선다는 결과였다. <문화일보>와 <SBS>가 여론조사기관 TN소프레스에 의뢰한 조사에서, 노무현이 41.7% 이회창이 40.6%로 오차범위 내이긴 했으나 1.1%포인트 앞선다는 예측이 처음으로 나온 것이다. 반면 이인제와 이회창이 붙을 경우, 40.0% 대 45.2%였다. 노무현은 이 보도가 “한나라당의 집권에 공포감을 느끼던 광주 민심이 심하게 요동쳤다(184쪽)”고 분석했다.

16일 광주 염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경선에서 노무현은 595표(37.9%)로, 합산 1018표(31.9%)로 1위를 지켜냈다. 반면 이인제는 394표(23.4%)를 획득해 종합 885표(27.8%)에 그쳤다. 노무현 대안론이 이인제 대세론을 누르던 순간이었다.

[민주 ‘光州 경선’ 의미] 노무현 대안론 ‘대세’잡나

민주당의 텃밭인 광주 경선 결과는 민주당 지지층의 표심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후보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노무현 후보가 울산에 이어 광주에서도 595표(37.9%)로 1위를 차지,종합순위 1위를 고수함에 따라 대안론을 확실히 인정받게 됐다.

표의 상징성이 큰 광주에서 선거인단이 노후보를 선택한 것은 당선가능성과 동서통합 문제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일부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후보 가운데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를 이기는 것으로 나타난 후보가 유일하게 노후보였다는 점도 이번 경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 <국민일보>, 2002.03.16.

그러나 기쁨은 잠시, 다음 날 대전 지역에서 이인제가 894표(67.5%)로 압도적인 1위를 거뒀다. 노무현은 219표(16.5%)에 그쳐 종합 1위 자리를 내주게 됐다. 이후 5개의 지역을 순회하는 동안 종합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던 이인제는 대구를 기점으로 2위에 머물렀다.

전남에서 1297표(62.0%) 대 454표(21.7%)로, 호남은 마지막까지 노무현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인제는 전남 경선을 끝으로 사퇴를 선언했다. 일곱 명이서 시작한 16개 지역 순회 경선은 노무현과 정동영 두 후보만이 완주했다. 최종 결과 노무현이 1만 6145표로 70.5%의 득표로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됐다.

ⓒ노무현재단 사람사는세상_노무현사료관
호남이 노무현을 지지한 이유는 ‘당선 가능성’과 ‘동서화합 희망’ 때문이었다.ⓒ노무현재단 사람사는세상_노무현사료관

광주와 전남 등 호남 지역에서 영남 출신인 노무현을 밀어준 이유는 무엇일까. <문화일보>의 ‘노무현이 이회창을 이길 수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당선 가능성이 있는 후보에 대한 ‘전략적 투표’를 가능하게 했다. 뿐만 아니라 지역주의 극복과 동서화합을 꿈꿔온 ‘바보’ 노무현의 지난 선거 이력 역시 호남에 희망을 불러 일으켰다.

노무현은 연설을 통해서도 “한나라당 후보를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고 “영남 후보라고 다 (같은) 영남 후보가 아니”라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아래는 광주 경선 당시 연설문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저는 부득이 잘 계산해보시고 한나라당 후보를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고 보는데, 여러분 생각은 어떠십니까? 다음 대선 때 반드시 이겨야 합니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큰일납니다.

제가 여러분들의 말을 들어보니 여태까지 영남이 계속 집권했는데, 다시 영남 후보 노무현에게 넘겨주기가 정말 섭섭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래서는 문제 해결이 안 됩니다. 영남 후보라고 다 영남 후보가 아닙니다. 영남 후보 중에서 1980년 광주항쟁 이후 '임을 위한 행진곡' 함께 부르며 열심히 싸우고, 90년 3당 합당 때 김영삼 거부하고, 97년 대선에서 김대중 대통령 목이 터져라 외친 영남 후보도 있습니다(박수).

이래도 제가 단순한 영남사람입니까? 저는 여러분과 아픔과 고통을 함께 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고생했으니 빚 갚으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중략) 제가 광주에서 이긴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이게 얼마나 큰 빚이겠습니까? 저 신세 갚겠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저를 지원해준 많은 영남사람들이 여러분의 손을 함께 잡을 것입니다. 그러면 동서화합이 됩니다.

한 언론의 여론조사 보도가 건넨 기회, 그리고 그가 지금껏 지키고자 고군분투했던 동서화합의 가치가 합쳐지자, 호남은 노무현을 택했다.

 

2021년 호남의 선택, 이낙연?


그로부터 19년이 흘렀다. 민주당은 새로운 대통령 후보를 뽑기 위해 그때와 마찬가지로 지역을 순회하며 경선을 진행 중이다. 2002년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어낸 호남은, 2021년 이낙연 전 대표를 택했다.

25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호남(광주·전남) 경선은 이 전 대표에 3만 3848표(47.12%)를,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3만 3726표(46.95%)를 줬다. 그러나 122표 차에 불과해 누적 득표율은 여전히 이 지사가 앞서고 있다.

호남의 선택으로 민주당 경선의 결과가 좌우됐던 2002년이었다. 2021년 호남의 선택은 민주당 최종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민주당의 최종 대선 후보는 10월 10일에 발표된다. 과반 득표한 후보가 없을 시 4~5일 후 결선 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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