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서초동 집회’ 옳았다?…홍준표·유승민의 이상한 선거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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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텔링] ‘서초동 집회’ 옳았다?…홍준표·유승민의 이상한 선거 전략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1.10.01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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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잡기 위해 ‘검찰 개혁’ 꺼내든 洪·劉…‘조국 옹호’ 주장과 다르지 않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한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의 공세가 매섭다. ⓒ시사오늘 김유종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한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의 공세가 매섭다. ⓒ시사오늘 김유종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한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의 공세가 매섭습니다. 홍 의원은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관할 검사장 출신, 검찰총장 출신, 특검 검사 출신, 민정수석 출신에 이어 이재명 피고인을 재판 중이던 대법관까지 손을 뻗치고, 유력한 검찰총장 후보의 부친 집도 사 주는 이상한 행각의 연속”이라며 윤 전 총장을 겨냥했습니다.

유 전 의원도 지난 26일 열린 세 번째 TV토론에서 “이 자리의 판검사 출신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이번에 박영수 특검이 화천대유 게이트에 연루된 것을 보니까 우리나라 판검사들이 이렇게 더럽게 썩었느냐. 청소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부패 검찰’ 프레임을 통해 얼마 전까지 검찰총장을 지낸 윤 전 총장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의 ‘대(對) 윤석열’ 전략을 두고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시계를 앞으로 돌려 보겠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나락의 길을 걷던 국민의힘이 반등한 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갈등 때부터였습니다.

‘성역 없는 수사’를 하겠다던 윤 전 총장과 ‘검찰 개혁’을 외친 두 전직 법무부 장관이 맞붙자 반문(反文) 유권자들이 윤 전 총장 아래 결집했고, 이때부터 보수는 윤 전 총장을 구심점 삼아 과거의 세력을 회복해 나갔습니다. 어떻게 보면, 현재 국민의힘은 ‘검찰 개혁’을 외치던 문재인 정부에 반발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도 할 수 있죠.

바로 이 대목에서 문제가 조금 복잡해집니다.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을 비판하기 위해 검찰이 부패했다는 프레임을 끌고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만약 검찰이 부패한 집단이라면, 조 전 장관과 추 전 장관이 검찰 개혁을 시도한 건 정당한 행위가 됩니다. 윤 전 총장을 공격하기 위해 조 전 장관과 추 전 장관의 손을 들어주는 게 되는 거죠.

이렇게 되면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은 광화문 광장에 모여 ‘조국 사퇴’를 외쳤던 보수 지지자들보다 서초동에 모여 ‘검찰 개혁’을 요구했던 진보 지지자들과 보조를 맞추는 셈이 됩니다. 윤 전 총장을 잡기 위해 꺼내든 ‘부패 검찰’ 프레임이, 반문 기치 아래 결집한 보수 유권자들의 뜻에 정면으로 반하는 결과를 낳는 겁니다. 

물론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은 자신의 발언이 잘못된 것이 없다고 항변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해도 국민들 분노를 자아내는 법조인들의 비위가 한두 가지가 아니니까요. 다만 보수 유권자들의 표를 얻어야 하는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이 ‘부패 검찰’ 프레임을 꺼내드는 게 논리적으로 자신들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광화문 집회보다 서초동 집회가 옳았다는 주장에 호응할 보수 유권자들이 얼마나 될까요. 어쩌면 두 사람이 윤 전 총장에 비해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건 이런 이유가 아닐까요.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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