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경제] 한강의 기적과 플랫폼 국감
스크롤 이동 상태바
[역사로 보는 경제] 한강의 기적과 플랫폼 국감
  • 윤명철 기자
  • 승인 2021.10.10 20: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장 지배자, 약탈경제 주범 돼서는 안 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시장의 지배자는 약탈경제의 주범이 돼서는 안 된다. 사진(좌) 한강의 기적 주역 박정희 대통령과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사진제공=아산 기념관 사진(우) 야놀자 본사 사옥 사진제공=야놀자 홈페이지
시장의 지배자는 약탈경제의 주범이 돼서는 안 된다. 사진(좌) 한강의 기적 주역 박정희 대통령과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사진제공=아산 기념관 사진(우) 야놀자 본사 사옥 사진제공=야놀자 홈페이지

대한민국 건국은 한민족 현대사의 개막을 뜻한다. 정치적으로는 봉건제의 붕괴로 인한 민주주의의 시작, 경제적 측면에서도 시장경제체제 도입으로 인한 자본주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대한민국 현대사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도입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독립과 건국과정에서 주체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타율성이 지배했다. 즉 승전국 미국의 존재와 역할이 없었다면 대한민국 건국은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한 마디로 건국 당시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미숙아’였다. 이승만 정부는 신생독립국의 성장통인 ‘일당독재’를 심하게 앓았다. 발췌개헌과 사사오입개헌 등 민주주의와 동떨어진 독재의 덫에 걸려 4·19혁명으로 무너졌다.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은 헌정 사상 최초이자 현재까지 마지막인 해외망명자 대통령으로 전락했다.

자본주의도 마찬가지였다. 일제 강점기 35년은 일본 경제 예속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일제가 남면북양 정책으로 한반도 남부에서 경공업 위주의 산업정책을 펼친 결과로 산업구조의 불균형이 심각한 상태였다. 

또한 대부분의 자본가들이 일본 기업과의 연관성에 의존했다. 일본 기업에서 정경유착과 독점자본주의를 배운 이들은 건국 이후에도 일제의 적폐를 그대로 답습했다. 결국 이승만 독재 정권과 결탁하고 일본기업과 유착한 자본가들이 득세했다.

4·19혁명으로 집권한 민주당도 준비되지 않은 정권이었다. 학생과 시민의 숭고한 희생으로 탄생한 민주당 정권은 구파와 신파로 분열돼 국민의 여망인 경제재건을 내팽개치고 오직 정권 투쟁에만 몰두하다가 군부 쿠데타를 자초했다. 

한국의 쿠데타 세력은 다른 신생독립국의 군부와 달랐다. 비록 쿠데타로 집권했지만 박정희 정권은 ‘근대화’를 시대정신으로 삼아 산업화를 적극 추진했다. 공업화로 한민족의 경제사를 새로 써내려갔다. 신석기 시대이후 만년 가까이 한반도를 지배한 농업 대신 공업이 대표 산업으로 육성됐다. 진정한 현대 자본주의가 시작된 셈이다.

불행히도 집권세력인 군부도 정경유착의 끈을 놓지 못했다. 군정 시절 터진 4대 의혹 사건은 썩어빠진 정치세력의 대안으로 믿고 싶었던 군부에 대한 신뢰감을 반감시켰다. 박정희 정권은 경제발전을 이뤄냈지만 집권 기간 내내 재벌과의 유착관계를 유지해 부패와의 전쟁에서 패배했다.

물론 삼성과 현대와 같은 굴지의 대기업들은 수출 한국의 대표주자가 됐지만 이들도 군부정권의 지원 하에 고도성장한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결국 정권과 재벌이 경제를 지배했다,

시대의 사생아 5공 신군부는 피로 집권했지만 정보화를 시대정신으로 삼았다. 한강의 기적을 낳은 신흥공업국 한국이 정보화의 선두주자가 됐다. 물론 신군부도 정경유착의 유혹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부패와의 전쟁의 전범이 됐다. 하지만 삼성 반도체는 초일류의 상징어가 됐다. 현대차가 전 세계 도로를 지배하고 있다. 한강의 기적은 현재진행형이다. 

시대가 바뀌었다. 삼성과 현대차와 같은 굴뚝산업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이제 4차산업혁명시대가 개막됐다.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과 같은 플랫폼 기업들이 대세다. 우리 경제계도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시장지배자로 우뚝 서고 있다.

이런 초국가적인 빅테크 기업의 등장에 대해 세계적인 석학 조지 레이코프 교수는 “기업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레이코프 교수는 <이기는 프레임>에서 “기업은 우리의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우리의 컴퓨터 사용 방식을 염탐하고, 우리 집에 전화를 걸고, 우리의 전자우편함이나 기존 우편함을 가득 채움으로써 우리의 삶에 끼여든다”며 우리의 삶에 침입한 기업이 억압적이며 심지어 폭압적인 방식으로 삶을 지배한다고 꼬집었다. 

레이코프 교수의 경고가 우리 경제계에도 경종을 울린다. 지난 주 시작된 국정감사에서 네이버, 카카오, 야놀자, 배달의 민족 등 주요 플랫폼 기업들이 증언대의 단골손님이 됐다. 올해 국감을 ‘플랫폼 국감’이라고 규정해도 무방할 지경이다.

우리 플랫폼 기업들은 세계적인 스타트업의 롤모델이지만 이들은 스타트업의 상징인 혁신대신 굴뚝산업의 적폐인 문어발식 경영을 답습해 골목상권의 지배자가 되고자 했다. 세계적인 플랫폼 기업들과 경쟁하기 보다는 손쉬운 먹이사냥에 나서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다. 고래가 태평양을 거부하고 시골 동네 개울가에서 송사리나 잡겠다는 약탈자의 나쁜 심보를 드러낸 셈이다.

한민족의 현대사는 중단 없는 혁신이 낳은 기적이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미숙아 한국, 민주주의는 아직도 미숙아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자본주의는 정보화의 거인이 됐다. 문제는 손쉬운 사냥감을 노리는 약탈자의 적폐를 답습하는 데 있다. 일부 기업은 정경유착의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플랫폼 국감을 자초한 이들은 바로 플랫폼 기업들 자신들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시장의 지배자는 약탈경제의 주범이 돼서는 안 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