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 과천주공5 승부수 ‘노후주택유지보수비’…‘毒’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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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건설, 과천주공5 승부수 ‘노후주택유지보수비’…‘毒’될까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10.13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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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재산상 이익 제공' 판단 시 입찰 무효 가능성 있어
'총회 결의' 단서에 대한 우려도…"조합원 부담 되레 커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경기 과천주공5단지 재건축사업 수주전에 참가한 GS건설이 조합원 표심을 잡고자 '노후주택유지보수비'라는 카드를 꺼냈다. 업계에서는 GS건설의 이 같은 제안이 '약'(藥)이 아닌 '독'(毒)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최근 사업제안서를 통해 시공사로 최종 선정될 경우 조합원당 노후주택유지보수비 1000만 원을 즉시 지급하고, 매년 1000만 원씩 추가로 제공하겠다고 과천주공5단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에 제안했다.

해당 사업제안서를 살펴보면 GS건설은 '노후주택유지보수비 연간 1000만 원'이라는 항목에서 "재건축 철거가 예정돼 있음에도 꼬박꼬박 지출해야 하는 노후 아파트 수리 비용을 아낄 수 있도록 시공사 선정 시부터 이주 시까지 매년 1000만 원의 노후주택유지보수비를 주겠다"고 내세웠다.

이에 대해 정비업계에서는 GS건설이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노후주택유지보수비 지급은 기존 정비사업 수주전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전례가 없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지에스건설이 과천주공5단지 조합에 제출한 사업제안서 중 '노후 주택 유지보수비' 지급 안내 부분. 과천주공5단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조합원 제공 ⓒ 시사오늘
지에스건설이 과천주공5단지 조합에 제출한 사업제안서 중 '노후 주택 유지보수비' 지급 안내 부분. 과천주공5단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조합원 제공 ⓒ 시사오늘

하지만 일각에서는 GS건설의 이 같은 승부수가 되레 수주에 악영향을 줄 여지가 있다는 부정적 전망도 제기된다. 입찰지침 위반이 될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도정법(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 의거해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행정규칙인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제30조 제1항에는 '건설업자 등은 입찰서 작성 시 이사비, 이주비, 이주촉진비, 재건축부담금, 그밖에 시공과 관련이 없는 사항에 대한 금전이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제안을 해선 안 된다'라고 명시돼 있다.

노후주택유지보수비 지급 제안은 이 행정규칙에서 규정하는 '시공과 관련이 없는 사항에 대한 금전이나 재산상 이익 제공하는 제안'의 범주에 들어갈 여지가 상당해 보이고, 이 경우 해당 제안은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위반하는 것이다.

아울러 그간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논란이 됐던 사업추진비, 민원처리비, 사업활성화비 등과 성격이 비슷하다는 측면에서도 '독'으로 작용할 공산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부산 대연8구역에서는 포스코건설의 민원처리비 지급 제안을 법원이 위법으로 판단해 시공사 선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받은 사례가 있다. 북가좌6구역에서 불거진 인테리어 업그레이드 비용 논란, 한남하이츠에서 물의를 빚은 사업촉진비 지급 제안 등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일부 과천주공5단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GS건설이 시공권을 따낸다고 해도 국토부에서 노후주택유지보수비 지급 제안을 문제 삼을 시 최악의 경우 입찰 무효까지 가능할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GS건설이 노후주택유지보수비 지급을 제안하면서 '총회 결의'라는 단서를 달았다는 부분에 대한 걱정도 깊다는 후문이다.

지에스건설이 과천주공5단지 조합원들에게 보낸 '인테리어 옵션공사비' 제안 내용이 담긴 카톡 문자 캡처. 과천주공5단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조합원 제공 ⓒ 시사오늘
지에스건설이 과천주공5단지 조합원들에게 보낸 '인테리어 옵션공사비' 제안 내용이 담긴 카톡 문자 캡처. 과천주공5단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조합원 제공 ⓒ 시사오늘

익명을 요구한 한 조합원은 "시공사로 선정된 다음 총회 결의를 통해서 노후주택유지보수비를 준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제안 자체가 공수표가 될 수 있고, 설사 돈이 나온다고 해도 조합사업비 명목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일반 조합원들은 오히려 부담이 커지는 것"이라며 "도정법 위반 얘기도 나오고 해서 자칫 사업이 지연되진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지은지 오래된 아파트이긴 하지만 중대형 세대가 많고, 인테리어 리모델링을 한 집들도 여럿 있다. 노후주택유지보수비가 어떻게, 어디에 쓰일지 그 용처가 의문"이라며 "괜히 사업비로 들어오면 이자 부담만 늘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꼬집었다.

한편, 과천주공5단지 재건축사업 수주전에 나선 GS건설, 대우건설은 모두 조합에 인테리어 업그레이드 비용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GS건설은 입주 시점에 500만 원의 인테리어 옵션공사비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문자도 조합원들에게 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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