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빠진 흑석9구역, 현대건설 ‘무혈입성’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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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빠진 흑석9구역, 현대건설 ‘무혈입성’ 할까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10.20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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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서울 동작구 흑석9구역 재개발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던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입찰을 포기하면서 해당 사업장에 많은 공을 들인 현대건설이 독주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흑석9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개최한 현장 설명회에는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DL이앤씨(구 대림산업), HDC현대산업개발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흑석9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동작구 흑석뉴타운 일대에 지하 7층~지상 25층, 총 1536가구 규모 공동주택과 근린생활시설 등을 짓는 사업으로, 공사비는 총 4490억 원이다. 한강변 입지에 흑석뉴타운 중앙에서 추진되는 프로젝트여서 준강남권 정비사업으로 평가되는 데다, 향후 노량진1구역 등 수주전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많은 대형 건설업체들의 참여가 점쳐졌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는 달리 건설사들의 현장 설명회 참여율은 저조했다. 기존에 시공권을 따냈다가 조합과의 갈등으로 시공사 지위가 해제된 롯데건설은 물론, 공공연하게 수주 의지를 피력해 조합원들의 기대를 모았던 삼성물산마저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현장 설명회에 나타나지 않은 업체는 입찰에 나설 수 없다.

업계에서는 롯데건설의 시공사 지위 해제 등으로 분출된 조합 내부 갈등이 아직 봉합되지 않은 점, 롯데건설이 조합과의 법정공방에 돌입할 시 최근 신반포15차 사례처럼 향후 시공권 다툼이 확대될 수 있는 점 등을 염려해 건설사들이 입찰을 포기한 것이라는 견해가 주를 이룬다. 삼성물산의 경우 업계 양대산맥인 현대건설과의 수주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면 구설수에 오를 여지가 있기에 그룹 차원 리스크를 방지하고자 참전하지 않은 것으로도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와 궤를 달리하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정비사업 관계자는 "롯데건설이 안 나온 건 당연하다. 관망해야 하는 시점이다. 삼성물산이 나서지 않은 게 의외라는 평가가 많은데 사실 의외가 아니다. 이미 현대건설이 깔아놓은 판이라고 판단하고 한강맨션 재건축에 집중하자는 계산이 있는 것 같다"며 "흑석9구역 조합원들 중에서 현 조합 집행부가 친(親)현대 성향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다. 현대건설이 조합원들을 사로잡으려고 이전부터 공을 꽤 많이 들인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조합원들 데리고 모델하우스 투어까지 하고 그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주전이 싱겁게 끝날 수 있다. 삼성물산이 나오지 않았으니 확실한 프리미엄 브랜드를 보유한 현대건설과 DL이앤씨의 2파전 구도가 형성될 텐데, 조합과의 관계를 떠나서 현대건설의 최근 기세가 좋다. 수주 현장에서도 과거보다 유기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특별한 경쟁이 벌어지지 않고 현대건설이 시공권을 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조합이 오해를 야기한 부분이 있긴 하다. 흑석9구역 조합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에서 '일반 브랜드가 아닌 프리미엄 브랜드를 사용해 입찰해야 한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우수성을 증명하기 위해 최소 입찰 마감일 기준 6개월 이전 만들어지고, 최소 2개 이상 정비사업에 제안한 적이 있는 브랜드를 의미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를 두고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집행부가 삼성물산의 입찰을 막으려고 이 같은 조건을 붙인 것이라는 의문을 품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래미안'의 브랜드 가치를 유지·제고하고자 별도의 하이엔드 브랜드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의구심에 대해 조합 측은 "흑석9구역의 시공자는 반드시 프리미엄 브랜드를 제안해야 한다는 게 조합원들의 일관된 염원이다. 삼성물산이 프리미엄 브랜드를 갖고 있지 않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조합은 '래미안 포레스트', '래미안 퍼스티지' 등을 삼성물산의 프리미엄 브랜드라고 인지하고 있다. 어떠한 경우에도 조합원들의 뜻에 따라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며 일축한 바 있다.

한편, 흑석9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입찰 마감은 다음달 29일이다. 시공사 선정은 이르면 오는 12월, 늦으면 오는 2022년 초께 이뤄질 전망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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