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스케치⑬] 노년기 질환 치매의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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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스케치⑬] 노년기 질환 치매의 고통
  • 정명화 자유기고가
  • 승인 2021.11.07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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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명화 자유기고가)

사람이 늙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진시황제처럼 온갖 불로초를 구해 먹는다 한들, 인간은 피할 수 없는 태생적 생명의 유한성에 봉착하게 된다. 어느 누구도 노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암, 뇌혈관질환, 당뇨 등 질병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의료 기술의 발달로 백세 시대가 되면서 뇌 건강에 관심이 높다. 고령화와 노인 인구 증가로 치매 등 뇌질환 환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치매는 암과 더불어 현대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 중 하나다. 기억력 감퇴와 인지 능력 저하, 운동 장애 등이 대표적인 증상으로, 환자와 가족들에게 극심한 고통과 숱한 과제가 뒤따른다.

기억과 치매. ⓒ연합뉴스
기억과 치매. ⓒ연합뉴스

노년의 최대 공포 치매

언제부턴가 주변 친구나 지인 부모님의 치매 투병 소식이 들려왔다. 친정 엄마는 뇌종양 수술 후유증으로 치매를 앓았다. 미 레이건 대통령 역시 알츠하이머 병이 찾아와 자신이 한때 대통령이었다는 사실도 몰랐을 정도로 치매는 고약한 질병이다. 최근 우리나라 여배우 윤정희 씨의 오랜 치매 투병 소식까지 들리며 치매는 우리 가까이 여기저기 침투해 있다.

치매에는 크게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뇌혈관성 치매가 있는데 가장 흔하다고 알려진 것이 알츠하이머병이다. 퇴행성 뇌질환으로 전체 치매 환자의 약 60~80% 정도를 차지한다. 1907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인 알로이스 알츠하이머 (Alois Alzheimer) 박사에 의해 처음 보고됐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된 대부분의 환자들은 65세 이상이지만, 40대나 50대에 발병하는 사례도 나온다.

점점 최근 기억부터 과거의 기억까지 지난 소중한 시간들과 나 자신을 잊게 되는 치매. 대표적 증상은 기억력 장애다. 물건을 놔둔 곳이 생각나지 않고, 금방 했던 것을 잊어버린다. 전에 잘하던 일을 잘 못 하거나, 잘 다루던 기구를 사용할 줄 모르고, 오래 해왔던 식사 준비를 못 하게 될 수 있다.

초기 이유없이 화가 나고 감정 기복이 심해지기도 한다. 참을성이 없어지고 의심이 많아진다면 치매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치매 증상이 나타날 경우 본인의 인지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불안 초조해지고 사회관계가 줄어들며 무기력과 우울한 경향이 나타나게 된다.

언어기능 저하로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아 말이 잘 끊기고, 이해력이 떨어져서 대화가 매끄럽지 않다. 날짜 개념이 낮아져 몇 월, 몇 년도인지 모르고, 시공간능력이 부족해져 어딘지 모르거나 익숙한 곳에서도 길을 잃어 때론 실종이 되기도 한다.

이와 더불어 배우자가 바람을 피운다고 하거나 옆집 사람이 물건을 훔쳐 갔다는 등의 관계와 피해 망상이 동반될 수 있다. 밤에 잠을 안 자는 수면장애도 흔하다.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며 후기에 이르러서는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심지어 가족뿐 아니라 자신이 누구였는지도 모르는 슬픈 병이다. 결국 환자 자신의 불편과 고통뿐 아니라 그 가족의 삶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조기 발견이 관건

치매가 중증으로 악화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치매는 갑자기 생기는 병이 아니고 수개월 이상의 시간을 두고 진행되는 병이다. 치매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인지기능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환자의 일상생활 능력 정도와 치매로 인한 이상행동이나 정신과적인 증상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검사도 같이 진행한다. 정확한 검사를 위해 보호자 면담도 함께 한다.

치매로 진단되면 그 원인을 찾기 위해 혈액검사, 뇌 CT 또는 MRI 검사가 실시된다. MRI 검사를 통해 뇌경색, 뇌출혈 등 뇌혈관질환 여부와 뇌 위축 등 치매로 인한 뇌 구조의 변형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실제로 치매가 아니지만 치매와 유사한 경과를 보이는 갑상선기능저하증, 우울증, 뇌 수두증, 뇌종양 등의 다른 질병들이 발견되기도 한다. 이런 검사들을 종합해 어떤 종류의 치매인지 결정하게 되고 그에 따른 치료법이 정해진다.

국내에 2016년 처음으로 도입된 아밀로이드 PET 검사는 알츠하이머 진단의 정확도를 높였다. 알츠하이머 원인 물질인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쌓여있는지, 뇌의 어떤 부위에 기능이 떨어져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가족 중에 조발성 알츠하이머 환자가 있거나 이른 시기에 발병한 환자에겐, 유전적 요인을 파헤치기 위해 유전자 분석을 시행해볼 수 있다.

치매를 유발하는 위험 인자들

과거에는 치매를 단순한 유전병이나 노화에 따른 퇴행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후천적 다양한 원인에 의해서도 충분히 발병할 수 있다.

생애 주기별 치매 발병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들을 살펴보면, 출생 때부터 타고나는 치매 취약 유전자 Apoe가 치매 발병에 미치는 영향은 7%, 인생 초반기 교육수준 부족에 따른 영향은 8%로 계산돼 있다. 그리고 중년기 무렵부터 시작되는 청력 손상, 고혈압, 비만, 당뇨 같은 성인병이나 흡연, 알코올 남용, 우울증, 신체활동 부족, 사회적 고립 등도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에 중요한 위험인자로 작용한다. 담배는 비흡연자에 비해 45% 치매를 더 많이 일으킨다. 그래도 이러한 위험인자 중 우리가 충분히 피하고, 잘 조절함으로써 치매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치매의 실제 발병엔 이처럼 조절 가능한 중요 요인들이 35%의 영향을 미치고 나머지 65%는 현재로선 아마도 조절할 수 없는(또는 알 수 없는) 요인이라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치매는 이렇다 할 특효약이 없고, 손상된 뇌세포는 쉽게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약물치료와 함께 운동, 규칙적인 생활습관, 식생활이 매우 중요하다. 금주와 금연은 필수이고, 포화지방과 같이 몸에 해로운 지방이 들어간 음식 섭취는 최대한 줄여야 한다. 이에 치매 예방과 진행을 늦추기 위해 멀리 해야 할 음식들을 알아본다.

1. 탄수화물과 지방이 혼합된 음식 : 치매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가장 우세인 이론은 ‘베타아밀로이드’라고 하는 뇌에 존재하는 단백질이 축적되어서 발생하는 것이다. 베타 아밀로이드가 뇌 속에 축적되는 이유는 당질 섭취와 인슐린 과잉 분비가 관계가 있다는 것이 학계 분위기이다. 그래서 알츠하이머를 ‘뇌 속 당뇨’라고 부르기도 한다. 

뇌 과학자들이 말하는 치매를 유발하는 음식 중 하나는 탄수화물과 지방이 혼합된 음식이다. 가장 흔한 예로 빵과 쿠키, 케이크, 아이스크림 등이 있다. 특히 식사 후 먹는 달콤한 디저트는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켜 뇌에 손상을 입힐 수 있는 최악의 음식이라 할 수 있다. 당분이 많은 음료도 피하는 것이 좋다.

2. 가공육 : 하루 25g 이상의 가공육 섭취는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는데, 이는 베이컨 한 줄, 또는 비엔나소시지 4조각 정도에 해당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가공육은 체내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을 증가시키는 아질산염을 함유하고 있고, 나트륨 함유량도 많아 치매의 위험 인자인 고혈압 발생 확률을 높인다. 또한 포화지방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혈관을 좁아지게 만들고, 원활한 혈액 공급을 막아 뇌 속 미세혈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3. 주류 : 술은 영양소는 거의 없지만 열량은 높은 편이라, 특히 식사하면서 반주를 자주 하는 경우 고혈압 및 뇌졸중의 발병률이 높아진다. 또한 음주로 비타민 부족 등 영양소가 불균형해져 뇌 기능 저하와 같은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하며, 알코올 자체가 대뇌 전두엽과 해마를 손상시켜 기억과 인지능력의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4. 트랜스지방이 많은 음식 : 혈중 트랜스지방 수치가 높을수록 치매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 트랜스지방은 식물성 기름에 수소를 첨가해 고체로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데,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마가린이 있다. 마가린을 따로 먹지 않더라도 빵이나 과자에 많이 들어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학자들은 설명한다. 또한 기름을 여러 번 사용하다 보면 산패가 진행되면서 트랜스지방이 많이 생기므로 주의해야 한다.

당뇨와 치매

알츠하이머 치매와 당뇨 사이의 연관성이 있는데, 당뇨병 자체가 아닌 '혈당 관리'에 달려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혈당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사람은 당뇨병이 없는 사람보다 치매 전 단계에 진입할 위험이 2배, 치매 전 단계에서 치매로 진행할 위험이 3배 높다고 한다.

당뇨병과 함께 심장질환(심방세동, 심부전, 관상동맥 질환)을 함께 가지고 있는 사람의 인지장애 위험도 역시 연관성이 있다. 심장질환은 당뇨병 환자가 혈당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때 합병증으로 나타난다.  

치매, 정복은 가능할까

치매를 완전히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현재 임상에서 쓰이고 있는 약물들은 병의 진행을 늦추고 증상을 완화시키는 효과만 낸다. 현재로는 뇌순환 개선제, 뇌대사 부활제라 불리는 치료약이 주류를 이룬다. 치매가 뇌 내의 신경전달물질이 감소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점에 착안하여 신경전달물질을 보충해 주거나 신경전달물질의 분해를 억제하는 물질을 개발하는 연구가 진행되는 중이다.

치매가 심해져 이상행동이나 정신과적인 증상을 보이는 경우에는 향정신성 약물로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을 없애는 아두카누맙이 등장하면서 치매 치료에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최고의 의학 치료를 받고도 낫지 않는 환자가 있는 반면 불치병에도 기적처럼 회복하는 환자도 분명히 존재한다. 인간에게는 상상을 뛰어넘는 자가 치유력이 있다.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뇌에서 나오는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은 완전히 다르다. 즉 환자와 가족들은 이 난제앞에서 스스로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치료에 참여, 생활 속에서 관리해 나갈 때 치료에 더욱 진전을 볼 수 있다.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것이 우선이다. 운동은 신경영양인자의 분비를 촉진시키고, 이 신경영양인자는 해마에서 기억세포의 생성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최소 1주일에 3번 이상, 30분 이상 다소 숨이 가쁘거나 땀을 흘린 정도의 강도로 꾸준한 운동을 권한다. 인지기능을 자극할 수 있는 활동이나 레크레이션도 좋다.

마음이 지워지는 병 치매. 어린아이의 뇌는 하얀 도화지와 같고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그림을 그려나간다. 나이가 들어 치매에 걸리면 그 그림들이 하나씩 지워지고 다시 어린아이와 같은 ‘하얀 마음’으로 돌아간다. 예전과 달라진 모습에 직면하면 처음엔 가족들이 무척 당황하게 된다. 병증이 악화되면서 환자와 간병하는 가족들 입장에선 어려운 나날을 보내며 치매와 지난한 고통과 치열한 싸움을 계속한다.

이렇게 어려운 뇌의 영원한 숙제인 치매, 정복되는 날은 언제가 될까. 언젠가는 그 날이 오겠지만 그때까지 치매를 예방하고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완전 정복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대하며 꾸준히 예방수칙을 잘 지키고, 인지기능을 잘 유지하는게 현재로선 최선이지 않을까.

정명화는…

1958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해 경남 진주여자중학교, 서울 정신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연세대 문과대 문헌정보학과 학사, 고려대 대학원 심리학 임상심리전공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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