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인터뷰] 태영호 “주한미군 있는 한 전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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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인터뷰] 태영호 “주한미군 있는 한 전쟁은 없다”
  • 조서영 기자
  • 승인 2021.11.29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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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국회의원 (국민의힘)
“72년 미중 공동성명 교훈…단순한 정치적 선언은 없다”
“종전선언, 북한에 핵 보유국의 길 열어줄 것으로 보여”
“종전선언으로 유엔사·주한미군 떠나면 안보 위험 커져”
“文, 종전선언으로 마지막 그림 만들려해…지나친 조급성”
“韓美, 북핵 능력 시각 차 커…美, 종전선언 동조 안 할 것”
“'종전선언 통한 비핵화' 문구 빠지면, 입구론 의미 없어”
“비핵화 협상은 시간이 해결…핵 포기 않는 한 제재 유지”
“尹, 9·19 군사합의 파기?…우리가 먼저 파기는 옳지 않아”
“한국 청년들이 경쟁하는 공간은 너무 좁아…통일이 기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과의 인터뷰는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70분간 진행됐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한반도는 71년 째 전쟁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그 오랜 전쟁을 끝내자고 제안했다. ‘종전(終戰)선언’이었다.

하지만 전쟁을 멈추는 일은 셈이 복잡하다. 연합군과 북한군, 중공군이 1951년에 시작한 협상이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을 맺기까지 총 747일이 걸렸다. 종전선언은 어떨까. 남한과 북한, 미국과 중국 4개국의 계산기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에 반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추진하려는 종전선언은 선언을 발판 삼아 비핵화를 이뤄내려는 ‘입구론’이다. 하지만 태 의원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빠진 종전선언은 핵 보유국의 길을 열어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 경고했다.

태영호 의원과의 인터뷰는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70분간 진행됐다. 주제는 ‘종전선언과 한반도의 미래’다.

 

南北 종전선언 손익계산서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태 의원은 “북한의 상호 존중 원칙을 받게 될 경우, 남한은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할 명분을 잃게 된다”고 경고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입구론’을 우려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문 대통령이 9월에 종전선언을 언급하면서 두 가지를 말했다. 첫째 선언이 채택되더라도 한미동맹은 변함없다는 것, 둘째 종전선언은 하나의 정치적 선언일 뿐이라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한미동맹에 기초해 주한미군의 전쟁 억제력에 의존하는 대한민국의 안보 구조는 변함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문제는 그 말을 들은 북한이 종전선언을 통해 ‘상호 존중’ 원칙에 합의하자고 요구했다는 점이다. 만약 남한이 이를 받을 경우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할 명분을 잃게 된다.”

- 종전선언을 통해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하게 된다는 의미인가.

“상호 존중 원칙은 북한이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전쟁 억지력에 기초한 안보 구조를 인정해주는 조건으로, 남한도 핵에 기초한 북한의 안보 구조를 상호 존중하자는 거다. 그렇게 되면 북한의 핵무기 철폐를 요구할 때 북한으로부터 ‘우리 안보 구조를 건드리면서, 주한미군 철수는 왜 부당하다고 생각하냐’며 새로운 갈등 요소를 만들어낼 수 있다.”

- 김여정이 종전선언을 “흥미롭다”고 한 이유도 상호 존중에 있나.

“북한이 종전선언을 통해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목표를 봤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선언으로 대한민국 안보 구조를 4자 간에 고착시키려 한다는 걸 북한이 알게 됐다. 지금까지 북한과 중국은 주한미군과 유엔군 사령부의 한반도 주둔에 반대해왔다. 김여정은 이 세상 모든 정치적 선언과 공동 성명은 기브앤테이크(give&take)이기 때문에, 종전선언을 통해 북한의 안보 구조도 인정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거다.”

- 종전선언을 단순한 정치적 선언, 혹은 평화의 상징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정치인들은 하나의 선언일 뿐이라고 했지만, 그 이후에 국제 정세 변화를 가져온 합의나 공동 성명이 역사적으로 대단히 많았다. 대표적으로 미중 상하이 공동성명이 있다. 1972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중국과 상호 존중 원칙에 합의했다. 당시에는 하나의 정치적 선언으로 봤으나, 그 이후로 상대방의 안보 구조에 간섭하기 어려워졌다. 미국의 대(對)중국 정책은 중국이 핵을 포기하기 전까지 제재를 가한다는 것이었는데, 72년 이후로는 중국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미중 상하이 공동성명이 정치적 선언이었느냐 아니면 중국의 핵 보유국 길을 열어준 선언이었느냐를 봤을 때, 후자라는 것은 명백하다. 지난 인류의 역사가 종전선언 또한 단순한 정치적 선언이 아닌, 안보 구조의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

- 북한은 종전선언을 통해 한미동맹 약화 이후 전쟁을 꿈꾸나.

“대한민국에 주한미군이 있는 한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끊임없는 북한의 국부적인 도발은 있었으나, 이것이 전면전으로 확대되지 않는 기본 요인은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면서 억지 기능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만약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으로 주한미군이 한반도를 떠나면, 안보 리스크가 커질 거다.”

- 종전선언에 대해 북한 내부에도 다양한 입장이 있나.

“북한은 종전선언과 관련해 일관된 입장이다. 종전되면 유엔군 사령부는 해체해야 한다는 거다. 유엔사는 전쟁 가능성 때문에 주둔하는 건데, 남북이 전쟁을 끝낸다고 합의를 하면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유엔사나 한미연합사나 같다고 본다. 종전선언이 채택되면 북한은 유엔사 해체를 강력히 주장할 것이다.”

- 정부도 이러한 위험을 모르지 않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정부가 일관되게 종전선언을 주장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문 정부는 실질적인 내용보다 형식을 대단히 중시한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2018년 판문점 선언과 평양 선언을 거쳐, 2021년 종전선언을 이뤄냈다는 그림을 만들려고 한다. 이러한 마무리 작업을 통해 북한의 핵 능력이 축소되거나 한반도 평화가 공고화된다면 좋겠지만, 남북관계는 그때보다 더 악화됐다. 정부가 지나치게 조급성을 보이고 있다.”

 

美中 종전선언 손익계산서


한반도 내 전쟁을 종결하는 건 남북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중국 역시 이해관계가 얽힌 당사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국과 중국의 종전선언 손익계산서는 어떨까. 미국의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순서 △시기 △조건 등 한미 간 이견을 언급했다. 반면 중국의 류사오밍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미국에 비해 우호적인 반응을 내비치면서도, “건설적 역할을 원한다”며 영향력을 강조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태 의원은 “한미 간 북한의 핵 능력에 대해 시각차가 크다”고 분석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미국은 일관되게 ‘시기상조’라며 미온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문 정부의 추진 의지에 동조하는 방향으로 선회하지 않을까.

“그 가능성을 대단히 낮게 본다. 지난 9월과 10월에 미국에 가서 미국 싱크탱크 사람들을 만났다. 그때 한미 간 북한의 핵 능력에 대해 시각차가 크다는 걸 느꼈다. 문 정부는 북한의 핵 능력이 동결됐다고 보지만, 미국은 북한의 핵 능력은 고도화 및 현대화됐다고 본다.”

- 어째서 양국 간 핵 능력 평가가 다른가.

“한국은 2018년 이후 핵 실험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동결이라고 본다. 그래서 거기에 대한 보상으로 종전선언을 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은 핵과 ICBM 발사는 없었으나, 핵 물질을 계속 생산했고, 여러 종류의 신형 SRBM(단거리탄도미사일)을 개발해 핵 능력이 진화했다는 입장이다.”

- 반면 중국은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종전선언을 통해 얻게 될 이득은 무엇인가.

“중국의 전략은 명백하다. 종전선언을 통해 유엔사 해체와 주한미군 약화를 이뤄내려는 계산이다. 첫째로 중국은 가까이 유엔사와 같은 다국적 집단 안보 체제가 형성되는 걸 반대한다. 유럽에 나토(NATO)를 축으로 한 반(反)러시아 집단 안보 체계가 있듯, 유엔사를 아시아판 나토로 본다. 종전선언을 통해 유엔사가 와해되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

둘째로 군사 행동의 감소다. 중국은 코앞에 사드가 배치되거나, 한미 연합훈련이 진행되는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종전선언을 통해 한반도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세계에 영향력이 큰 주한미군의 역할이 감소되길 바란다.”

- 유엔사를 해체하거나 주한미군의 역할이 감소하면 상대적으로 중국의 한반도 지배력이 높아진다. 북한은 중국의 지배력 증가에는 긍정적인가.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의 역할이 증가하면, 북한은 여기에 기대 동반 성장하려 한다. 중국의 지배력 증가로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한다면, 북한은 좋은 기회라고 본다.”

- 덴마크와 영국에서 북한 외교관으로 활동했다. 유럽은 종전선언에 어떤 입장인가.

“유럽은 종전선언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는 없다. 그러나 유럽도 미국과 입장이 같다. 어떤 방법으로 어떤 시기에 어떤 내용을 담을 건지, 또 이를 통해 안보 구조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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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 의원은 “‘종전선언은 북한의 비핵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문구가 반드시 한 문장에 들어가야만 한다”고 강조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어찌됐건 한반도 내 전쟁은 끝나야만 한다. 종전선언의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인가.

“종전선언은 언젠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단, 언제 어떤 순서와 내용으로 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한반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핵무기 철폐다. 따라서 ‘종전선언은 북한의 비핵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문구가 반드시 한 문장에 들어가야만 한다. 문 정부가 주장하는 종전선언 이후 다시 비핵화 협상하는 입구론은 의미가 없다. 종전선언에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담기지 않으면, 비핵화를 향한 디딤돌이자 입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 북한은 종전선언과 비핵화를 연동시키지 말라고 했는데.

“북한은 비핵화는 종전선언과 바꿀 수 있는 흥정물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 선을 우리가 받아들여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는 종전선언은 절대 안 된다. 판문점 선언과 평양 선언, 북미 공동성명에서 공통적으로 아쉬웠던 점은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 체제 구축이 한 문장에 있지 않고 갈라져 있다는 거다. 둘을 연동시키지 않으려고, 서로 다른 문장에 넣었다. 마지막 종전선언만큼은 종전선언이 비핵화로, 또 비핵화가 곧 평화협정 체결로 이어진다는 걸 한 문장에 담아야 한다. 만약 이걸 북한이 받아들인 종전선언이라면, 그건 찬성이다.”

 

평화를 원하는 南, 핵을 포기할 수 없는 北


자연스럽게 대화는 비핵화로 넘어왔다. 북한의 3대 세습 정권을 유지하는 것이자,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것은 다름 아닌 ‘북핵’이다. 태영호 의원이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에 반대하는 것도 결국 북핵에 그 원인이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해 한반도 평화가 찾아오는 날은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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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 의원은 “북한의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가 없는 한 제재는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북한 고위층에게 핵이란 어떤 의미인가.

“처음 북한은 핵을 들고 협상해서 제재로부터 벗어나고, 정상 국가로서 기능을 수행하려 했다. 핵을 갖고 있으면서 제재에서 풀려나 경제적 번영까지 이뤄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목적이었다. 중국과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도 그 과정을 거쳤으니, 북한이라고 못할 게 없다고 봤다. 제재 기간이 1년이냐 5년이냐 하는 시간의 문제지, 반드시 풀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2017년 핵 완성을 선포하고, 2018년 연이은 회담으로 북한은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하노이 회담에서 노딜로 끝나면서 제재가 장기화됐다. 북한의 엘리트층이나 김정은에게는 핵무기를 계속 갖고 있으면서 제재를 풀 수 있을까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공존할 것이다.”

- 일부는 우리가 제재를 먼저 풀어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북한의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가 없는 한 제재는 유지돼야 한다. 친(親)여권 인사들은 먼저 제재를 풀어 핵을 포기하면 더 많은 제재가 풀리고 경제적 번영이 일어날 것임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만약 핵이 더 고도화되는데 부분적인 제재가 완화될 경우, 북한에게 핵을 갖고도 제재를 풀 수 있다는 오해를 심어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와 국제 사회가 일관되게 핵을 갖고 있는 한 경제적 번영을 절대 이뤄낼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 체제 유지를 위해 핵을 포기할 의지가 없는 북한과, 평화를 위해 비핵화를 주장하는 남한과 미국의 간극을 어떻게 좁힐 수 있을까. 비핵화 협상의 균형은 어떻게 잡아야 하나.

“모든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다. 지금 현 시점에서는 그 어떤 인센티브를 제공해도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거다. 북한이 핵무기를 완성했다고 선포한 게 2017년이다. 지금 4년밖에 안 지났다. 아직은 견딜 수 있는 힘이 있고, 한국과 미국이 대북 제재를 부분적으로 완화할 것이란 기대가 있다. 하지만 제재가 10년 지속되면 북한 내부도 기대 반 우려 반에서, 우려가 더 커지게 될 거다. 뿐만 아니라 핵에 대한 집착이 강한 지금의 기득권층이 정년퇴직하면, 반드시 비핵화 조치를 주장하는 새로운 세대가 등장할 거다. 그러한 세대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제재에 대한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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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 의원은 윤석열 후보의 9·19 군사합의 파기 주장에 대해 “남북 간 합의한 문제를 우리가 먼저 파기하거나 위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제재를 유지하더라도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계속해야 한다고 보나.

“인도적 지원을 계속하는 정도가 아니라, 늘려야 한다. 우선 인도적 지원과 개발 지원을 구분해서 생각해야 한다. 현 정부는 인도적 지원뿐만 아니라 남북 경제 협력과 같은 개발 지원을 해왔다. 개발 지원은 정치적 목적을 띠지만, 인도적 지원은 비정치적 지원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개발 지원은 하면 안 되지만, 인도적 지원은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

- 인도적 지원을 하면 이를 체제 유지에 사용한다는 우려가 있는데, 맞는 얘기인가.

“일정 부분 맞다. 경제가 어려울 때 식량 지원을 하면, 북한은 이를 내부 결속을 유지하는 데 사용할 거다. 마치 김정은이 정치를 잘해서 외국에서 식량이 들어온 것처럼 해서 반짝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북한 주민들도 사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경제 운용 실패로 외부에서 식량이 오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결국 북한 정권과 주민들 사이 간극이 더 넓어진다는 점에서, 우리한테 실보다 득이 더 크다.”

- 남북 협력과 제재를 분리해서 생각한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그리고 둘을 연계해서 바라본 이명박 정부가 있다. 현재 여야 후보들 역시 이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형태다. 어떤 정책 방향이 올바르다고 보나.

“가장 중요한 것은 원칙 있는 대북정책이다.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명백히 요구하면서도, 우리의 넓은 아량을 보여주는 것이 원칙 있는 정책이다. 하지만 문 정부의 정책은 김정은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 일을 일체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원칙적인 접근법이었다. 이는 당장 북한과 대화를 하고 정상회담을 이끌어내는 데는 좋을 수 있겠지만, 총체적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고착시키는 데엔 바람직하지 않다.”

- 반대로 이명박 정부 시절 한반도 긴장이 고조됐던 것 역시 좋은 상황으로 보기 힘들다. 윤석열 후보 역시 9·19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을 내비치며 비슷한 기조를 보였는데.

“남북 간 합의한 문제를 우리가 먼저 파기하거나 위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는 끝까지 그런 선언이나 합의를 들고 북한을 계도시켜야 한다.”

- 남북 대화가 단절된 지 3년이다. 대화의 물꼬는 무엇이 될 것으로 보나.

“결국 인도적 문제밖에 없다. 지금 북한 요구의 핵심은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다.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해달라는 요구가 대표적인데, 이건 우리가 들어줄 수 없다. 결국 남과 북이 마주 앉아서 대화하고 협력할 수 있는 것은 식량이나 코로나 백신 협력과 같은 인도적 문제다.”

- 남한에서 이미 식량이나 코로나 백신 지원과 관련해 수차례 손을 내밀었는데, 북한이 거부했지 않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손을 내밀어야 한다. 북한이 조금 더 어려워지면 먼저 손을 내밀 수도 있다. 또 우리가 직접 북한에 주는 방법만 생각하지 말고,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를 통한 방안도 고려해봐야 한다.”

 

통일 당사자, 남북 청년 세대


결국, 통일을 마주해야 할 주체는 한반도 미래 세대인 ‘청년’이다. 그러나 남과 북 청년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은 차이가 있다. 남한 청년들은 북한 사회와 통일에 대해 ‘무관심’한 반면, 북한 청년들은 남한 사회에 대한 ‘동경’이 있다. 남한 청년들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또 북한 청년들의 동경만으로 통일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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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 의원은 “10~20년이 지나 2030세대가 북한의 중추 세력이 되면, 북한에서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내다봤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북한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하는 등 청년층의 반사회주의를 경계하며 사상 교양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 청년층의 남한 문화에 대한 관심이 북한 체제를 뒤엎을 정도인가.

“북한 2030세대의 선망 대상은 바로 남한이다. 남한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남한 청년들의 말투나 옷차림을 동경을 넘어 모방하고 싶어 한다. 북한 체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세대별 이념적인 공감대가 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도 대단히 우려하고 있다.”

- 그렇다면 왜 북한 2030세대의 눈에 띄는 저항이 보이지 않는 건가.

“4050세대가 국가 권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청년 세대를 누르고 있다. 그러나 결국 북한도 일정한 시기가 되면 생리적 변화를 거칠 수밖에 없다. 결국 2030세대가 10년 후 4050세대가, 20년 후에는 6070세대가 된다. 10~20년만 지나면 2030세대가 북한의 중추 세력이 될 것이다. 그때 북한에서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 반대로 대한민국 청년들은 북한과 통일에 무관심한데.

“당면한 생존 문제가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 취업, 결혼, 주택 등 여러 경제적 상황으로 힘든데, 통일되면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걱정한다. 뿐만 아니라 남한 MZ세대들은 북한에 가볼 수 없다. 그래서 실제로 더 먼 미국, 중국, 베트남보다도 북한을 더 미지의 세계로 간주하고 있다.”

- 남한 청년들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통일되면 엄청난 경제적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 청년들이 경쟁하고 있는 공간은 그들이 갖고 있는 역량을 놓고 볼 때 너무 좁다. 미국의 한 개 주보다도 작은 영토 안에서도 취업을 하려고 서울로 모이고 있다. 그런데 통일이 되면 우리가 경쟁하고 있는 영역이 배로 늘어난다. 생활 영역이 넓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기회가 넓어진다는 걸 의미한다. 중국, 러시아, 몽골이라는 세계에서 제일 넓은 기회의 땅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청년들이 누구겠나. 당연히 제일 교육도 잘 받았고, IT에도 능한 남한 청년들이다.”

 

자본주의 체제의 중심, 강남갑 국회의원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납세자는 법인 포함 94만 7천 명으로, 총 5조 7천억 원이 부과된다. 종부세 부담이 가장 큰 지역은 단연 강남이다. 공산주의 국가의 고위 공직자에서 자본주의 체제의 중심인 강남갑 국회의원이 된 태영호 의원 역시 종부세에 반대하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태 의원은 부동산 문제 해결책으로 “강남 지역의 재건축을 허용하고, 거기서 나온 기부 채납으로 공공임대주택을 지어야 한다”고 제안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종부세를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종부세는 다주택자들이 투기를 해서 부동산 가격이 올랐느냐, 아니면 정부가 시장에 규제를 많이 해서 올랐느냐의 문제다. 내가 볼 때는 정부가 불필요한 규제를 많이 하고,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개발을 억제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다. 지역구민들의 불만은 집 가격을 내가 올린 게 아니라 정부 정책이 올렸는데, 왜 내 돈을 내야 하냐는 것이다.”

- 종부세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폐단인 양극화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나온 법안이다. 노동의 가치보다 부동산의 가치가, 개인의 노력보다 부모의 재산이 더 강조되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려 제정된 법안인데.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가 행정력을 동원해 시장 경제 원리를 통제하는 수준이다. 국가는 소득이 있는 곳에서 강제력을 동원해 세금을 걷어 소외된 계층을 위한 사회 안전망을 만든다. 하지만 종부세는 소득이 없는 사람한테서 정치적 방법으로 돈을 떼어간다. 만약 20억짜리 집에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건 미실현 이익이다. 소득 없이 연금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대출을 받아서라도 종부세를 내는 건 공정할까.”

- 그렇다면 부동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나.

“재건축을 허용하고, 거기서 나온 기부 채납으로 공공임대주택을 짓는 거다. 강남구엔 40년 된 노후한 아파트가 많다. 그런데 정부와 서울시는 강남 집값이 더 올라갈까봐 재건축을 막아왔다. 하지만 재건축을 허용해서 이를 기부 채납 형식으로 국가에 바치면, 청년들을 위한 임대주택이 늘어난다. 일부 집값이 더 올라가더라도, 무주택자들도 집을 얻게 되는 윈윈 전략이다.”

- 양극화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기본소득이다. 그 어떤 사회도 양극화를 피할 수 없다. 특히 4차 산업 시대로 나아갈수록 취업 시장은 더욱 어려워질 거고, 최첨단 기술을 소유한 기업만이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가 될 거다. 이를 해결하려면 세금이라는 경제적 수단을 통해 돈을 더 걷어 취약 계층에 돌리는 방법으로밖에 해결할 수 없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지금처럼 소득을 늘리기 위해 돈을 푸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앞으로 2030대가 국가 부채를 떠맡을 수밖에 없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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