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1000만 가입자 시대인데…이통3사는 ‘울상’ 아니라 ‘웃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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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1000만 가입자 시대인데…이통3사는 ‘울상’ 아니라 ‘웃음꽃’?
  • 한설희 기자
  • 승인 2021.11.25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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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사 자회사 가입자 46%까지 확대…중소 업체는 오히려 하락세
중소 알뜰폰 "3사 자회사 철수해야…망 도매대가 법 개정 필요"
정부 1000만 성과 주장하지만…현대차·테슬라 등 빼면 600만 명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알뜰폰 가입자가 1000만 명을 돌파했다. 가입자를 뺏겨 울상을 지어야할 국내 이동통신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내심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가입자가 3사가 세운 자회사를 통해 유치됐기 때문이다. ⓒ시사오늘 김유종
알뜰폰 가입자가 1000만 명을 돌파했다. 가입자를 뺏겨 울상을 지어야할 국내 이동통신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내심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가입자가 3사가 세운 자회사를 통해 유치됐기 때문이다. ⓒ시사오늘 김유종

알뜰폰 가입자가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중저가 스마트폰을 자급제로 구입해 알뜰폰 요금제로 사용하는 방식이 인기를 끈 덕분이다. 그런데 가입자를 뺏겨 울상을 지어야할 국내 이동통신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내심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물간통신(M2M) 가입자를 제외한 실질적 알뜰폰 가입자는 하락세인 데다, 대부분의 가입자가 3사가 세운 자회사를 통해 유치됐기 때문이다. 

 

고객님 뺏긴 게 아니라 재유치…“3사, 알뜰폰 시장에서 철수해야”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통3사는 알뜰폰 가입자 1000만 명 시대의 수혜자가 됐다. 통신업계 경쟁을 활성화해 요금과 서비스를 개선하겠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하게, 3사의 자회사가 시장 점유율 절반 가량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가입자를 뺏긴 것이 아니라 재(再)유치한 셈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37% 수준이던 3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은 올해 7월 기준으로 46.6%까지 늘었다. 3사가 보유한 알뜰폰 자회사는 △SK텔레콤의 ‘SK텔링크’ △KT의 ‘KT엠모바일’과 ‘KT스카이라이프’ △LG유플러스의 ‘LG헬로비전’과 ‘미디어로그’ 등 총 5곳이다. 

실제 3사 자회사의 경우 가입자가 지난 2019년 254만 명에서 올해 7월 기준 281만 명으로 27만 명 증가했지만, 중소 업체는 동일 기간 6만 명에서 322만 명으로 오히려 110만 명 줄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3사 자회사가 알뜰폰 시장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은 지난해 3사의 알뜰폰 자회사 수를 제한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김영식 의원실은 “장기적으로 이동통신 3사가 알뜰폰 시장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형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회장도 최근 알뜰폰스퀘어 개소식 당시 “3사 자회사들을 3년 내로 알뜰폰 시장에서 철수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3사 자회사의 영업을 제한하는 강력한 조치는 단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점유율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중소업체와 대기업의 상생을 고려하겠다는 방침이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24일 알뜰폰 1000만 가입자 달성 축사 행사에 참석해 “3사 자회사로의 과도한 집중을 방지하기 위해 자회사 합계 점유율을 제한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며 “자회사들의 역할도 있기 때문에 여러 입장들을 잘 고려해 협의하겠다”고 전했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 "망 도매대가 법 바꿔야 가격 더 낮출 수 있다"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가입자 1000만 명 시대라고 축포를 터뜨리고 있지만, 전체 시장 규모에서 M2M을 제외한 알뜰폰 가입자 수는 오히려 하락세다. ⓒ과기정통부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가입자 1000만 명 시대라고 축포를 터뜨리고 있지만, 전체 시장 규모에서 M2M을 제외한 알뜰폰 가입자 수는 오히려 하락세다. ⓒ과기정통부

알뜰폰 사업자들이 3사 통신망을 빌려 쓰면서 지불하는 도매대가도 문제가 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SK텔레콤만이 도매제공 의무사업자로 한정돼, 사실상 독과점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현행 정보통신사업법 제38조에 따르면 이통3사는 다른 전기통신사업자가 요구하면 망을 도매 제공할 수 있다. 다만 대통령령에 명시된 사업규모·시장점유율에 따르면 의무제공사업자는 SK텔레콤으로 한정된다. 

중소기업들은 협상에 나서는 SK텔레콤이 도매대가 인하에 소극적인 데다, 일몰제에 따라 3년에 한 번씩 협상을 진행하기 때문에 도매대가가 산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KT와 LG유플러스까지 의무사업자가 되면 시장 경쟁을 통해 더 저렴한 가격이 나올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3년마다 한 번씩 연장되는 일몰제에서 벗어나, 영구적으로 바꿔 사업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된다고 요구하고 있다.

김형진 협회장은 앞선 행사에서 “도매제공 관련 현행법(전기통신사업법 39조)을 반드시 개정해야한다. 우리 통신방송 시장에도 새로운 변화가 나타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정부가 행정을 유연하게 할 수 있어야 사업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융합 기술을 통해 가격보다 소비자 후생을 위한 투자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 '천만 명 대박' 축포에…일각에선 '통계 착시효과' 주장


과기정통부는 최근 서울 알뜰폰스퀘어에서 알뜰폰 가입자 1000만 명 달성을 축하하는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정부와 업계와 올해 도매대가 30% 인하 △스마트폰 자급제 종합포털 ‘알뜰폰 허브’ 구축 등을 통해 알뜰폰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고, 접근성을 확대한 성과라는 주장이다.

다만 가입자 형태를 뜯어보면 실상은 600만 명에 불과해, 통계상 착시효과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가 정책적 성과를 강조하기 위해 숫자를 부풀렸다는 것.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알뜰폰 회선 통계에 M2M 서비스를 포함해 ‘가입자 기반 단말장치 및 사물지능통신’이라는 통계를 제공해 왔다. 

실제 이번 알뜰폰 가입자 증가세는 기기간 통신(M2M) 서비스의 확산에 힘입은 부분이 크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다가오면서 차량 원격제어와 인포테인먼트 서비스 등 '커넥티드 카' 서비스에는 통신망이 활용되고 있다. 이에 현대차 기아차 벤츠코리아 르노삼성 테슬라 등 완성차 기업들은 각각 수십만 개에서 수백만 개 알뜰폰 회선을 보유 중이다. 

약 1000만 가입자 중 M2M 이용자를 제외한 알뜰폰 가입자는 598만 명(선·후불 합계)이다. 지난 2018년 기준 알뜰폰 가입자(M2M 제외)가 700만 명을 넘어섰던 것을 고려하면 오히려 하락세에 가깝다.

무소속 양정숙 의원은 최근 국정감사를 통해 “통신3사 계열사의 시장점유율 규제 및 M2M 회선수를 제외하고 점유율을 산정하도록 한 법안을 발의했으나 법을 개정하고 시행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면서 “과기정통부가 법안과 동일한 내용으로 조속히 산정 방식을 변경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담당업무 : 통신 및 전기전자 담당합니다.
좌우명 :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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