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경제] 일본의 몰락 대함거포사상과 ‘팡(FAANG)’의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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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경제] 일본의 몰락 대함거포사상과 ‘팡(FAANG)’의 급락
  • 윤명철 기자
  • 승인 2021.12.19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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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FAANG)’ 신화, 언제든지 깨지는 현실 외면 말아야
일본이 대함거포과 함대결전사상의 마약에 취해 몰락의 길을 자초하는 어리석음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사진(좌) 일본제국주의의 상징 일본황궁, 사진출처: 독립기념관, 사진(우) 테슬라 상징 사진출처: 얼른 머스크 트위터
일본이 대함거포과 함대결전사상의 마약에 취해 몰락의 길을 자초하는 어리석음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사진(좌) 일본제국주의의 상징 일본황궁, 사진출처: 독립기념관, 사진(우) 테슬라 상징 사진출처: 얼른 머스크 트위터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기자) 

신화는 신기루다. 신화는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 일본제국주의의 몰락은 대함거포와 함대결전신화의 붕괴에서 비롯됐다.

전함(戰艦), 제2차 세계대전 때까지 전 세계 해군의 주력 군함이다. 19세기 말 제국주의 열강들은 전함을 국력의 상징으로 삼아 너도나도 전함 생산에 사활을 걸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특히 대구경포와 장갑함체로 무장한 전함은 적국의 전의를 꺾는 전략무기였다. 현대전이 핵에 절대 의존하고 있는 상황과 일맥상통하다.

전함은 대함포격전의 총아였다. 당시 해전은 대규모 포격전을 선호했다. 특히 일본은 청일전쟁 때 청이 자랑하던 정원함을 포격전의 희생양으로 삼았다. 러일전쟁에서도 세계 최정상급 러시아의 발탁함대를 대규모 포격전으로 궤멸시켰다. 일본은 이를 계기로 전력을 총동원해 적을 일거에 섬멸시킨다는 함대결전사상의 절대 신봉자가 됐다.

열강들은 발틱함대의 궤멸을 반면교사로 삼아 전함력 증강에 총력을 기울였다. 특히 영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넘버원 해군을 보유하고 있었다. 영국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1905년 1만 7900t, 30cm의 단일구경의 함포 10문을 갖춘 초대형 전함인 드레드노트(Dreadnought)를 건조해 군비 경쟁을 촉발시켰다. 

전함의 시대는 제1차세계대전이 최전성기였다. 전쟁이 끝나자 항공모함의 시대가 열렸다. 항공모함은 전함이 적함을 육안과 망원경으로만 발견할 수밖에 없고, 정확한 조준포격이 어렵다는 단점을 일거에 해소시킨 신전략무기였다.

역시 영국이 항공모함의 시대를 열었다. 영국 해군은 세계 최초의 항공모함인 아거스(HMS Argus)를 1918년에 취역시켰다. 이제는 항모에서 출격한 전폭기가 적함을 먼저 발견해 폭탄을 투하할 수 있었다. 결국 전함은 항모에 밀혀 항모전단의 일원이 되는 보조함 신세로 전락했다.  

제1차 세계대전 최대 승전국인 미국은 항모의 가치를 일찍 깨닫고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항모건조에 박차를 가했다. 일본도 이에 뒤질세라 항모 전력 강화에 국운을 걸었다. 항공모함의 출현은 이제 해전이 대함거포와 함대결전 시대의 종식을 뜻했다. 즉 공군력으로 무장한 항모를 가진 국가가 바다, 아니 세계를 지배하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전함의 추억을 잊지 못했다. 히틀러가 1934년 재군비에 나서며 시대착오적인 대함거포 시대를 재개하자 일몬도 이에 동참했다. 가뜩이나 자원이 부족했던 일본은 러일전쟁의 향수에 젖어 6만 4000t과 45 ·46cm 주포를 자랑하는 세계 최대의 야마토급 전함을 건조했다. 

하지만 항모전단의 시대에 대함거포의 상징인 전함 야마토는 전세에 기여를 하지 못했고, 오히려 막대한 건조비용으로 전시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 결국 미 공군기의 폭격으로 1945년 4월 7일 태평양에 수장됐다. 야마토의 침몰은 대함거포 신화의 몰락이자 함대결전사상의 붕괴였다. 

최근 세계 최정상급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팡(FAANG)의 시대가 저물고 만타(MANTA) 시대가 왔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만타’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 엔비디아, 테슬라, 구글을 뜻한다. 이들은 올 봄부터 뉴욕증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상승폭의 51%를 점유하며 시장의 지배자가 됐다.

반면 그동안 글로벌 증시의 맹주였던 ‘팡(FAANG)’의 가치는 급락했다.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알파벳) 중 애플과 알파벳만 기사회생했다. ‘만타’의 급부상은 특히 테슬라가 주도했다고 볼 수 있다. 테슬라는 주력 전기차와 우주개발에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우주는 인류 미래를 책임질 보고로 기대된다. 

‘팡(FAANG)’의 급락은 과거의 영광에 잠시라도 만족하면 생존할 수 없다는 냉엄한 현실을 깨닫게 해준다. 테슬라처럼 전기차와 우주를 신전략무기로 삼아 끊임없는 도전에 나서야 살아남을 수 있다.

우리 대기업도 대마불사의 신화가 깨진 지 오래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라고 자부했던 대우그룹 해체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신화로 글로벌 다국적 기업의 롤모델이 됐지만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있다. ‘팡(FAANG)’의 가치급락이 남의 일 같지 않을 것이다, 일본이 대함거포과 함대결전사상의 마약에 취해 몰락의 길을 자초하는 어리석음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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