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2021년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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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2021년을 보내며
  • 그래픽= 김유종/글=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12.31 0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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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 이미지출처= Getty Image Bank)

2021년은 우리 국민들에게 참 견디기 버거운 한 해였습니다. 전염병이 위드 코로나를 비웃듯 급격히 확산됐고, 하늘을 찌를듯 치솟은 물가에 살림살이가 피폐해졌습니다. 어르신들은 고립과 소외로 일상이 무너졌고, 젊은이들은 집값 폭등과 취업난으로 무너질 일상조차 없는 실정입니다.

대외 환경도 우리나라 입장에선 불확실성과 혼돈 일색입니다. 미국과 중국 간 대립이 표면적으로만 소강 상태일뿐 오히려 격화됐고, 원자재 생산국과 주요 산유국은 자국경제 보호를 위한 보수적 무역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우는 형국입니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의 핵심 가치들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에 갈라치기까지 겹치면서 지역 간·세대 간·남녀 간 갈등이 심화됐고, 방역·안전이라는 거대한 명분 아래 기본권에 금이 갔습니다. 재벌 일가 대부분이 팬데믹 전보다 더 많은 이익을 챙긴 반면, 화이트칼라는 대출길이 막혔고, 블루칼라는 중대재해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자영업자들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위정자들은 무능하다 못해 과오까지 저질렀습니다.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LH발(發) 정재계 투기 논란, 화천대유 논란, 고발사주 의혹 등 의혹과 논란을 해소해야 할 자들이 의혹과 논란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차기 대선이라는 대형 이벤트에 눈이 먼 거대양당은 역대 최악의 라인업이라는 평가를 받는 후보들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웠습니다.

이처럼 참 견디기 버거웠던 2021년이 이제 곧 지나갑니다. 혹자들은 지나가는 것에 대해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아픈 기억들은 가슴에 깊이 묻고, 내 탓으로 훌훌 털어 버리라'고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가선 안 됩니다. 아픈 기억들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며, 내 탓으로 털어 버릴 게 아니라 책임을 질 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우리는 도약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교수들은 올 한 해를 특징 짓는 사자성어로 '묘서동처'(猫鼠同處)를 선정했습니다. 쥐를 잡아야 할 고양이가 쥐와 한 패가 됐다는 뜻입니다. 이 사자성어는 중국 당나라 시절 한 군인이 고양이와 쥐가 같은 젖을 빨고 서로 싸우지 않는 모습을 목격하고는, 그 고양이와 쥐를 임금에게 잡아다 바치자 관료들이 복이 들어올 것이라며 기뻐했으나 단 한 관료만이 '이것들이 미쳤다'고 한탄했다는 역사 기록에서 유래됐습니다.

다가오는 2022년에도 팬데믹은 여전할 가능성이 높고, 대외 환경은 악화될 여지가 상당하며, 경제도 휘청거릴 공산이 큽니다. 또한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는 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의 핵심 가치들은 계속 퇴보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위정자들은 늘 그렇듯 한심한 모습을 보일 겁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야 하고, 버거워도 견뎌야 합니다. 희망이 없는 곳에서도 희망의 싹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묘서동처'의 현실부터 바로잡아야 합니다. 고양이와 쥐의 미친 짓을 목격했을 때 '이것들이 미쳤다'고 지적해야 합니다. 고양이와 쥐의 미친 짓을 보고 기뻐하는 자들에게 '이자들이 미쳤다'고 질책해야 합니다. 남 일이라고,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지적하지 않고, 질책을 거두면 그 다음 미친 짓의 대상은 우리가, 내가 될 겁니다. 이것이 2021년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입니다.

2021년을 보내며, 새해에는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길 기원합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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